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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 불신… 고민하는 중국(세계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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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 불신… 고민하는 중국(세계의 창)

입력
1990.05.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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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문사태후 심한 「정신적 무정부」상태/전통적 가치관 잃고 방황/돈ㆍ마약에 심취… 범죄 급증중국이 심한 「정신적 무정부」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중국인들은 이제는 영웅뿐 아니라 믿을만한 대상이 없어졌다고 한탄한다. 그들은 현재가 절망과 불신으로 특징지워지는 「정신적 위기의 시대」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 증거로 최근 사회적가치와 응집력의 붕괴현상 및 사소한 범죄의 급증을 들고있다.

이러한 허무와 무목적성은 최근 수년사이에 나타난 현상이지만 많은 중국인들은 이같은 상황이 지난해 6월 천안문사태 이후에 더욱 심각해졌다고 분석한다.

한 공산당 관리는 『우리는 그동안 모택동이나 등소평이 우리의 문제를 모두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왔다』고 말한후 『그러나 지금은 모든 희망을 잃어 버렸다. 믿을만한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고 한숨쉬었다.

북경의 한 대학생은 이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새로운 도덕적 가치의 기반으로 기독교나 불교에 심취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현재 마르크시즘을 신봉하는 친구들은 아무도 없다. 내 부모조차도 마르크스나 등소평을 믿지 않는다. 진공상태다』고 실토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상태는 지난 80년대에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꿈이 있었다. 우리들은 해외유학을 꿈꾸고 합작기업에서 일하며 돈을 벌기위해 남쪽지방으로 가기를 원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사태이후 그러한 꿈들은 모두 사라져버렸다』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모든 중국인들이 다 정신적위기상태에 빠져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회적 허무주의의 영향이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다. 문화파괴주의,빈번한 절도,마약,예의범절 무시태도 등이 그것이다.

중국의 가족구조는 손상되지 않았고 범죄도 서구에 비해 훨씬 적다. 그러나 특히 도시에서 일상생활의 질감은 점차 우울해지고 있다.

중국인구의 75%정도가 살고있는 농촌에서는 정치보다 날씨가 더 관심거리다.

농부나 노동자들은 정치지도자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린 대신 신상품이나 이를 살 수 있는 돈을 버는 방법등이 더 관심사이다.

한 20대 중반의 노동자는 『새로운 신은 돈이다』라고 단정하기도 했다.

중국인들은 25년전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택동을 믿었고,몇년전에는 등소평에 절대적인 지지를 보냈지만 요즈음에는 누군가를 믿는 젊은이는 거의 없다고 말한다.

절망이 믿음보다 더 일반적이 됐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믿음의 상실은 그것이 단지 정치지도자들뿐 아니라 중국의 문화적 전통자체의 가치에 대한 불신을 가져오기 때문에 훨씬 심각한 문제다.

중국인들은 그들의 정치적 믿음이 무엇이든지간에 전통에 대한 자부심을 공유했었다.

그러나 최근들어 많은 지식인들은 중국의 빈곤과 전체주의가 바로 중국문화자체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들은 그들의 역사적 전통을 경멸하고 중국의 현대화를 위해 서구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국에 가기를 원하는 30대의 한 대학교수는 현 중국사회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일은 마음에도 없는 믿음을 가지기 위해 강제적으로 집회에 참석해야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서구에서는 기독교에 대한 믿음을 잃으면 자기자신을 믿든가 실존주의에 빠질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는 자신이 믿지않는 공산당이나 「영광스러운 유혈진압(천안문사태)」을 믿는다고 말을 해야만 한다』고 불평했다.

중국은 이와 비슷한 혼돈의 시기를 문화혁명이 끝난 70년대말에 겪었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현재가 그 당시보다 더 상황이 악화됐다고 진단한다.

왜냐하면 현재는 국가의 위기를 극복할 방법이 보이지 않고 또 당시의 등소평과 같이 중국국민을 안전으로 이끌 지도자가 없기 때문이다.

런던대학의 데이비드ㆍ샴보교수는 『지난 10년전에 비해 지금이 훨씬 절망적인 분위기』라고 진단하고 『개혁기간 동안에 국민들은 최소한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개혁의 혜택을 받은 현재의 많은 사람들은 그것을 상실했다』고 말했다.

중국의 지도층들도 이같은 상황에 대해 알고있는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최근 국가정신을 다시 세우려는 캠페인이 줄을 잇고있기 때문이다. 지난 62년에 사망한 군인인 뇌봉을 전설적인 인물로 만들었고,다른 영웅들도 많이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국민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30대의 한 실업인은 『외국에서 교육을 받은 친구들까지도 지금은 하루종일 마작을 하는 것 이외에는 할 일이 없다』고 말한후 『사람들이 아무것도 믿지않는 것은 매우 심각한 것이다. 그것은 결국 파멸을 가져올 것이고 당지도부도 그것을 알고 있다』고 한탄했다.

지난해 6월 천안문사태의 후유증은 그만큼 크고도 뿌리깊은 셈이다.【이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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