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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식 점조직… 땅매입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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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식 점조직… 땅매입 작전

입력
1990.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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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촬영등 사전준비/기획실차장 현지전입/주민도 모른 완벽보안/1년반에 걸쳐 무차별 사들여/사돈회사로 순식간 등기이전삼성그룹 계열인 중앙개발이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일대에서 2백12만여평의 땅을 임직원 명의로 매입한 것은 점조직을 이용,철저한 보안 유지를 하는등의 치밀함과 대기업의 방대한 조직력,자금력,기동성 등을 최대한 활용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중앙개발은 임직원들의 명의로 임야와 전답,대지를 마구잡이식으로 1년반에 걸쳐 사들였지만 현지 주민들조차도 매입자가 누구인지를 전혀 모를 정도로 점조직을 활용해 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했다.

또 매입한 땅을 ㈜보광으로 일시에 등기이전하고 부동산취득 신고를 마치기까지 함께 작업을한 관계공무원들도 매입자의 실체와 사업목적등을 전혀 눈치채지못할만큼 기민성을 보였다.

「SSⅡ작전」으로 알려진 중앙개발의 토지매입 과정은 다음과같다.

▷위치◁

서울에서 영동고속도로를 이용하면 승용차로 2시간거리로 최근 포장공사를 거의끝낸 6번국도까지 끼고 있는 봉평면 면온리와 무이리일대는 아무라도 한눈에 스키장등 종합레저단지로서의 입지조건을 고루 갖추고있음을 알 수 있는 천혜의 적지다.

해발 1천2백61.4m의 태기산을 정점으로 인근 봉우리들이 모두 해발 8백∼9백m에 이르며 동북향의 4면은 그야말로 스키장부지로는 찾기힘든 요지이며 중앙개발이 스키장 건너편에 계획하고있는 골프장(30만평)과 연수센터,보양원 및 청소년캠프장은 산으로 둘러싸여있는 분지다.

특히 이 일대는 오염되지 않은 흥정천과 선위천이 흐르고 있으며 「메밀꽃 필무렵」의 작가인 이효석의 생가와 금당유원지가 자리잡고 있는 등 산수가 수려하다.

▷㈜보광◁

지난 83년 고 삼성그룹 이병철회장의 사돈인 고 홍진기씨에게 증여하거나 양도한 삼성코닝주식 20%를 관리하는 지주회사로 출발,그동안 뚜렷한 사업실적이 별로 없어 거의 알려지지 않은 소규모 법인체다.

현재 서울강남구 서초동에 대지 5백평짜리 자체빌딩을 갖고 있으며 경북 구미시에서 정밀화학공장운영 및 자판기사업을 하고 있다.

임원진은 고 홍회장의 아들 홍석준씨가 감사를 맡고 있는등 홍씨일가를 주축으로 구성돼 있다.

▷매입방법◁

중앙개발은 지난해 평창군 봉평면 면온리와 무이리 일대 땅매입에 나서면서 일반투기꾼들과는 달리 인근 복덕방을 이용하지 않고 기획실 안모차장(37)을 무이리로 전입시킨뒤 철저한 보안속에 안씨를 중심으로 지주들과 부동산매입작업을 벌였다.

안씨를 비롯,6∼7명의 임직원들은 지주들과의 땅매입과정에서도 중앙개발이 관여하고 있다는 낌새를 전혀 눈치채지 못하게 보안을 유지하면서 1대1로 1명 앞으로 최고 89필지의 땅을 지난 3월까지 매입했다.

그러나 면온리일대의 항공촬영(삼성항공헬기)과 회사소유승용차의 왕래등에서 일부 주민들이 땅 매입자를 「삼성그룹」으로 추정,개발소문이 퍼져나갔다.

▷등기이전◁

지난 4월3일 ㈜보광앞으로 한꺼번에 등기이전을 신청,5명인등기소직원들이 밤늦도록 작업을하는 곤욕을 치렀다.

이날은 비교적 꼼꼼하기로 소문이 난 춘천지법 평창등기소 소장 전모사무관이 휴가중이었다. 총5백97매입필지중 농지매매증명서가 첨부돼야하는 전답을 제외한 임야 3백12필지만 등기이전했다. 등기소의 한 관계자는 『등기를 마칠때까지 하루동안 중앙개발 관계자는 거의 말을 건네지 않았으며 일체 자신들의 신분을 밝히지 않아 인상착의만을 알정도』라며 보안유지에 대해 혀를 내둘렀다.

▷취득신고◁

지난 5월3일 1백여페이지에 달하는 부동산취득신고 및 자진납부세액 계산서(봉평면사무소 담당직원들의 1주일작업량)를 한꺼번에 면사무소에 접수시킴으로써 대기업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2백12만여평의 구입가격 94억8천여만원에 대한 가산세 3천7백90여만원을 포함한 납부세액 1억8천9백여만원은 6일뒤인 9일 모두 봉평농협에 입금시켰다. 5월3일은 정부에서 부동산투기를 막기위해 10대 재벌그룹의 비업무용땅을 처분케하는 등의 「5ㆍ8조치」를 발표하기 불과 5일전이었다.

봉평면 신경선부면장과 재무계장은 지난 22일 「면사무소에서는 부동산취득 신고를 받은 적이 없으며 지방세도 과세한 사실이 전혀없다」고 공개된 사실에 대해 거짓말을 되풀이 하다가 하루뒤인 23일에야 「㈜보광이 부동산 취득신고를 했다」며 하루전의 거짓말을 번복함으로써 공무원이 특정기업을 비호한 듯한 인상을 짙게 풍겼다.

▷부근땅값◁

중앙개발이 땅매입에 나서기직전인 지난 88년말까지만 해도 평당 1천원 안팎이면 비싼 시세이던 이일대는 싼 임야가 4천∼7천원,지역에 따라서는 최고 15만∼16만원을 호가할 정도로 엄청나게 뛰고 그나마 매물이 없는등 투기열병을 앓고 있다.

면온리 박모씨는 『무이리는 상당수의 가구가 땅판돈 2억∼3억원을 챙겨 서울로 이사해 마을이 비어가고있는 실정』이라며 대기업의 땅매입에 강한 거부감을 표시했다.

▷중앙개발측설명◁

지난 88년 9월 ㈜보광과 개발에 따른 용역계약을 맺은뒤 임직원 명의로 땅을 매입해오다 더이상 매입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보광측에 이를 통보하고 사업규모도 당초 2천7백억원규모(매입예상 부동산 3백70만∼3백80만평)에서 9백억원(2백12만여평)으로 축소했다.

이번사업은 단순한 용역사업으로 ㈜보광과의 특별한 관계때문에 이례적으로 땅매입까지 대행했을뿐 중앙개발이 사업주체는 아니며 더더욱 「삼성그룹」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그러나 ㈜보광의 법인등기부등본에는 지난 88년 9월까지 종합레저 및 스포츠사업과 관광 및 관광운수업이 사업목적에 없었으나 지난 3월 28일 사업목적에 종합레저사업등을 추가,변경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3월28일은 중앙개발임직원명의로 된 땅을 ㈜보광으로 등기이전하기 6일전이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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