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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 의회연설에 16번 박수받아/노대통령 방일 이틀째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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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 의회연설에 16번 박수받아/노대통령 방일 이틀째 이모저모

입력
1990.05.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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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없이 일왕과 어용지산책/망언 자민간부 둘,끝내 본회의장 외면 눈길/일 언론 “공존방향 제시” 국회연설 크게 평가/“조총련을 한 형제처럼 받아들여 주길” 당부○TV생중계는 처음

○…노태우대통령은 방일 2일째인 25일 상오 일본국회의사당을 방문,우리나라 국가원수로는 처음으로 본회의장에서 30분간에 걸쳐 「변화하는 세계속의 새 한일관계」라는 주제로 연설.

이날 상오 9시40분쯤 일본 중ㆍ참의원 기립박수 속에 사쿠라우치ㆍ요시오(앵내의웅) 중의원의장의 안내를 받으며 본회의장에 입장한 노대통령은 사쿠라우치 의장의 인사말이 끝난 뒤 9시45분쯤부터 30분간 준비된 연설원고를 또박또박 읽어내려갔는데 연설도중 모두 16차례의 박수가 터져 일본국회의원들의 관심과 호응을 입증.

외국정상의 일본국회연설사상 처음으로 NHK TV가 일본전국에 생중계하는 가운데 행해진 이날의 연설은 외국국빈으로는 11번째로 4년전 영국 찰스황태자이래 처음이라는 일본 국회관계자의 전언.

이날 연설이 있었던 일중의원 본회의장 전면에는 대형태극기와 일장기가 걸렸고 오른쪽 3층 의원방청석에는 박태준 민자당최고위원등 한일의원연맹소속 우리나라 국회의원 16명이 자리잡아 경청했는데 연설이 끝난 뒤 일본의원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했고 일의원들은 박수로 응답.

○방청석 앉아 애써 냉담

김옥숙여사는 노대통령입장 7분전쯤 3층 의원방청석에 일의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들어와 참석했는데 김여사의 국회방청에는 일본중의원,참의원의장 부인이 기모노차림으로 동석.

한편 노대통령방일전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릴 필요가 없다」는 망언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오자와(소택)자민당간사장과 니시오카(서강) 자민당정조회장등 자민당간부 2명이 본회의장 의석에 앉지않고 3층 일반방청석에 앉아 눈길을 끌었는데 이들은 박수를 치는 것 조차 인색.

○…국회연설이 끝난 뒤 국회지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리셉션에서 사쿠라우치(앵내) 중의원의장은 『뜻깊은 연설에 감사드리며 한국의 발전을 위해 축배를 들자』고 건배를 제의했고 노대통령은 『나의 연설이 양국의 새로운 우호협력시대를 여는데 계기가 되기를 기원한다』고 답례하며 건배를 제의.

사쿠라우치 중의원의장은 노대통령의 연설내용에 대해 『격조높고 차원높은 연설이며 여야의원 모두 가슴속에 깊은 감명으로 연설을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고 쓰치야 참의원의장도 『진심으로 대통령의 말씀은 감명깊었다』고 인사.

○「언필언 행필과」 인용

○…이날 하오 7시30분 일본 총리관저에서 열린 가이후 총리 내외 주최 만찬에 참석한 노대통령은 만찬이 시작되기 전 가이후총리의 안내를 받고 관저 끽연실에 들어서 방명록에<대한민국 대통령노태우> 라고 서명한 뒤 내실로 이동,부인 김옥숙여사,가이후총리 내외등과 나란히 정렬해 만찬에 참석한 양국 인사들과 인사를 교환.

노대통령 내외,가이후 총리 내외는 이어 미리 대기하고 있던 양국의 사진기자들 앞에서 기념사진 포즈를 취했는데 사진기자들이 경쟁하듯이 플래시를 터뜨리자 노대통령은 환하게 웃는 표정으로 가이후총리에게 말을 건네며 자연스러운 포즈를 유도.

이날 만찬에는 일본측에서 현직각료 대부분,다케시타(죽하),나카소네(중증근) 전총리등 75명과 우리측에서 공식수행원 전원,한일친선협회 회장단등 25명등 1백명이 참석.

가이후 총리는 만찬사에서 1차정상회담에 이어 또다시 분명한 사죄의사를 표명한 뒤 논어의 <언필언 행필과> 라는 대목을 인용하면서 양국의 신뢰회복을 위한 노력을 다짐.

노대통령은 답사에서 『한일 두나라는 가장 가까운 이웃으로 살도록 신이 섭리했다』며 『이 자리가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여는 시발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

노대통령은 용비어천가중 「뿌리깊은 나무는…」라는 첫 대목을 소개하면서 『두나라의 깊은 관계가 풍성한 열매를 가져오게 하고 우정의 맑은물이 끊임없이 샘솟게 해야 한다』고 강조.

○국빈으로 사상 두번째

○…노대통령 내외와 아키히토(명인) 일왕내외는 이날 하오 아카사카(적판) 영빈관 뒤에 위치한 아카사카정원내 어용지주변을 20분간 산책.

이날 산책은 당초 일정에 없던 것으로 24일 동경도착후 추가됐는데 어용지 주변 3백50m의 산책로를 따라 담소를 나누며 우의를 다져 한일 관계의 밝은 미래를 과시.

아카사카정원은 일왕실의 소유로 매년 봄ㆍ가을 두차례 걸쳐 일본의 저명한 문화계 인사를 초청해 원유회를 개최할 때를 제외하고는 일반에게 공개되지 않는데 이날 노대통령의 산책은 지난 5월중 아랍에미리트 국왕이 방문한 이래 외국 국빈으로서는 두번째라는 일 궁내청측의 설명.

노대통령은 감색싱글에 자줏빛 넥타이,아키히토 일왕은 진회색싱글에 남색넥타이,김옥숙여사는 보라색 한복,미치코왕후는 미색기모노의 전통복식차림으로 산책을 했는데 산책이 끝난 뒤 아키히토 일왕 내외는 노대통령 내외를 태운 국빈차량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서서 배웅.

○주일특파원들과 간담

○…노대통령은 이날 하오 3시30분부터 40여분간 숙소인 영빈관에서 주일한국특파원단과 간담을 갖고 일왕의 발언,대일협력,국내문제등에 관해 의견을 개진.

노대통령은 특파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 후 『물가도 비싸고 업무량도 많은 일본에서 고생이 많다』며 자녀교육문제 등에 관해 관심을 표명.

노대통령은 『오기전부터 방일문제에 대해 언론의 시시비비도 있었고 감정의 불꽃도 튀겨 연기할까도 생각했으나 2차례나 연기됐기 때문에 오게 됐다』고 말하고 『일본과 우리나라는 현실적 이해관계도 많고 해결해야 할 현안도 많아 산적한 국내문제를 잠시 뒤로 미루고 방일했다』고 설명.

노대통령은 『민주주의는 싫은 말도 들어야 하고 참아야 할 일도 많으며 기다려야 할 때도 많아 참으로 어렵다』고 말하고 『초기에는 불만이 터져나와 사회가 어지러웠는데 이를 금방 다스리지 않았던 것은 누르면 다시 튀어나오는 용수철이 평형을 찾기를 기다렸기 때문』이라고 설명.

○교민들 25차례 박수

○…노대통령은 이어 뉴오타니 호텔에서 열린 교민리셉션에서 1천2백여 교민들로부터 뜨거운 환영을 받고 감격.

오후 5시 노대통령과 부인 김옥숙여사가 서울올림픽 노래인 <손에 손잡고> 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리셉션장에 입장하자 교민들은 저마다 대통령 내외의 손을 잡아보기 위해 몰려들어 대혼잡. 또 손이 미치지 않는 거리에 서 있는 교민들은 손을 높이들어 노대통령을 환영하는 박수를 치며 환호.

교민을 대표하며 단상에 오른 박병헌재일거류민단장은 우리의 대통령께서 우리를 격려하기 위해 이자리에 왔습니다. 대통령은 우리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셨습니다』며 노대통령의 국회연설등을 예로들어 『여러분 수십년간 일본에 살며 오늘처럼 용기와 긍지를 가진 일이 있습니까』고 반문,장내는 박수소리로 가득.

이어 노대통령이 연단에 올라 20분간 연설하는 동안 무려 25차례나 박수가 쏟아져 나왔는데 특히 노대통령이 일왕과 총리에게 과거사 사죄문제를 지적한 대목과 재일한국인의 법적지위개선을 촉구한 대목을 설명할 때는 박수와 환호가 함께 쏟아지기도.

노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앞으로 10년안에 민족통합이 이루어진다는 믿음을 가져달라』며 『동포여러분도 이제 조총련을 더이상 적대의대상으로 생각하지 말고 한형제로 받아들이고 도와달라』고 당부.

○자민간사장 긍정평가

○…노대통령의 일본국회연설에 대해 다케시타ㆍ노보루(죽하등) 전총리는 『기대했던 이상으로 만장의 박수를 보낸 것은 대통령의 연설이 겸허속에서도 진실을 말한데 있고 본다』고 말했고 나카소네ㆍ야스히로(중증근강홍) 전총리는 『한일관계의 과거에 관한 부분은 우리의 가슴을 울리는 것이었다』면서 『노대통령은 일본에 대해 한번 말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비장한 결의를 갖고 있었던 것 같다』고 피력.

도이ㆍ다카코(토정다하자) 사회당위원장은 『대단한 결의가 담겨있는 대통령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면서 『남북통일과 관련한 여러가지문제에 대해 우리도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굳혔다』고 말했고 이시다ㆍ고시로(석전행사랑) 공명당위원장은 『한국 역사의 아픔에 대해 우리가 깊은 이해를 갖지 않으면 양국사이에 우호는 없다는 것을 다시한번 느꼈다』고 언급.

「머리를 조아릴 필요는 없다」는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오자와이치로(소택일랑) 자민당간사장도 긍정적으로 평가.

○…일본 언론들은 노대통령이 지난 24일 밤 행한 궁중만찬연설과 25일의 의회연설을 크게 평가.

요미우리(독매)신문은 특히 의회연설에 대해 『한일간의 새시대에 대한 공존방향을 제시했다』고 지적하고 『노대통령은 「과거에 대한 청산」을 경제협력을 축으로 상호 이해에 강한 결의를 보여 주었다』고 말했다.<동경=정훈ㆍ이종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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