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출 늘수록 역조폭 커져/관세장벽도 교묘… 올 50억불 넘을듯일본이 노태우대통령의 대일역조개선요구에 어떤 노력을 보여줄 것인가. 노대통령은 25일 일본국회의사당에서 가진 연설에서 『일본이 미국과 유럽에 대해 시장개방과 무역불균형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듯 한국에 대해서도 무역불균형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조치를 취해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번 노대통령의 방일과 관련,재일동포 2ㆍ3세의 지위문제,일본의 식민통치에 대한 사과발언등이 핫이슈로 부각됐지만 사실은 양국간의 무역불균형이야말로 화급을 다투는 선결과제다.
대일역조문제는 수출을 지향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최대의 숙제다. 대일역조가 사라지면 그때가 바로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는 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우리경제가 성장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대일역조라는 장애물을 뛰어넘지 못하는한 우리경제는 일본의 뒤치다꺼리나 하는 2류국가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
최근의 양국간 무역동향을 보면 대일역조가 치료가 불가능한 우리경제의 고질병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주고있다.
60년대 주로 1차산품을 수출하던 때를 제외하고 양국무역이 본격화된 70년대이후 우리나라가 일본과의 무역에서 흑자를 기록한 적이 전무하다. 80년 28억달러이던 무역적자규모는 86년 54억4천만달러로 사상 최대의 대일역조를 기록했다. 다급해진 정부가 이듬해인 87년부터 대일역조개선 5개년계획을 추진,지난 88년의 대일적자규모가 39억3천만달러로 줄어들었으나 지난해에는 다시 39억9천만달러로 늘어났다. 정부는 올해 대일역조를 38억달러선으로 줄일계획이나 이미 이같은 목표달성은 불가능한 형편이다.
4월말 현재 대일수출은 37억7천9백만 달러로 전년동기에 비해 7.9% 감소한 반면 수입은 55억7천6백만달러로 1.2% 증가,무역적자규모가 18억 달러에 달했다. 현재의 추세가 연말까지 지속된다면 올해 대일역조규모는 50억달러선을 넘을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왜 대일역조가 늘어만가고 개선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가. 우리의 경제개발이 시초에서부터 일본의 기술에 의해 추진되었다는데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경제개발을 하면서 설비를 일본에서 들여오고 기술을 일본에서 배웠다. 원ㆍ부자재도 일본으로부터 들여왔다. 즉 산업구조적 측면에서 대일예속이 불가피 했다는 지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수출규모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대일무역적자도 늘어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주요 수출입품목의 비중을 보면 대일예속의 산업구조를 금방 알수 있다.
지난해의 경우 대일수출 1백34억5천7백만달러중 비중이 큰품목은 섬유류(28.7%) 수산물등 1차산품(17.3%) 전자 및 전기(15.7%) 신발등 생활용품(6.1%) 순이었다. 반면에 대일수입 1백74억4천9백만달러 가운데 기계류와 운반용기계의 수입비중이 32.3%로 가장높고 다음으로 전기ㆍ전자(29.3%) 화학공업제품(18.8%) 철강제품(9.9%) 섬유류(3.8%)의 수입이 대종을 이루었다. 즉 기계류와 핵심부품등 고기술품목은 수입하고 섬유류와 1차산품등 특별한 기술이 필요없는 제품을 수출하는 취약성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최근엔 엔저영향까지 미쳐 주종 수출 상품들이 가격경쟁력을 상실,그나마 수출이 감소하고 있다. 수산물의 경우 어획고가 줄어들었고 섬유류등 경공업제품은 품질이 뛰어나지도 않으면서 인건비상승으로 원가가 올라 대만 중국에게 밀리고 있다.
우리상품이 경쟁력을 갖추었다고 해도 일본의 교묘한 수입규제장치로 맘놓고 수출할수도 없다. 수웨터ㆍ견직물 등의 수출이 늘어나자 일본의 동종업계가 들고일어나 수입을 막고있으며 유통구조도 우리상품이 끼어들수 없게 까다롭고 복잡하기로 유명하다. 관세장벽도 우리상품의 수출길을 차단하는 구실을 하고 있다.
예를들면 기계류등 일본이 월등한 경쟁력을 갖춘 품목은 관세가 없거나 높아야 4%에 불과한 반면 신발은 20∼30%,견직물20%,밤통조림 35%등 일본이 경쟁력이 약한 품목은 높은관세로 수입품의 경쟁력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대일기술예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렵사리 부품ㆍ소재를 국산개발해도 일본의 덤핑공세로 싹을 없애버리기도 한다.
물론 우리 스스로 기술개발에 소홀한 탓도 크지만 오늘의 심각한 무역불균형은 일본의 무성의한 태도에도 문제가 있는게 사실이다.<방민준기자>방민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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