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평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평선

입력
1990.05.26 00:00
0 0

공권력이 동원되면 그뒤엔 반드시 「법대로」란 말이 따라 붙는다. 불법행동을 합법적으로 다스린다는 뜻일 게다. 그런데 법대로 하는 것은 좋으나 그 과정이 불법적이라면 자기모순에 빠지게 된다. 경찰이 질서유지나 공무수행을 위해 오히려 불법적 처사를 자행한다면 법률과 질서의 권위를 스스로 부인하는 꼴이다. ◆경찰관직무집행법엔 직무의 범위를 5개로 정해 놓았다. 범죄예방과 수사,경비및 대간첩작전,치안정보수집,교통단속,공공질서 유지가 그 내용이다. 또 수상한 사람을 불심검문하고 연행할 때엔 장소와 목적을 가족과 친지에게 알리게 할 의무가 있으며 경찰서에 당해 연행자를 3시간 이상 머무게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대로라면 이 규정은 꼭 지켜져야 마땅하고 옳은 일이다. ◆지난번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을때 전국에서 5천여명이 연행되었다. 거의가 「훈방」 정도로 풀려 났으나 이중엔 억울하게 당한 사람이 부지기수라고 한다. 경찰은 격리차원에서 불가피했다고 구차스런 변명을 했으나 이것은 분명 중대한 인권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연히 시위현장부근에 있었다거나 해서 마구잡이로 닭장차에 모신 과잉성도 그렇거니와 집에 연락조차 못하게 한 것은 「법대로」를 무색케 한다. ◆요즘 데모가 다시 빈발해,경찰이 아주 과민해지고 거칠어 가는 것 같다. 여자대학 축제에 사복경찰이 뛰어들어 죽도까지 휘두르며 부상자를 냈는가 하면,시위진압 경찰이 대학 구내에서 유리창 같은 기물을 마구 부수며 시위에 가담 안한 학생에도 폭력을 가한 사례가 생겼다. 이런 과잉진압은 그야말로 불법적이다. 이 지경을 만들어놓고 법과 질서의 권위를 찾고 법대로를 무슨 얼굴로 떠들 수 있겠는가. ◆법의 존엄은 함께 지켜야 세워진다. 공권력이 폭력혐의를 받게 된다면 「법대로」는 일방통행이 되고 결국 있으나 마나가 된다. 우리 경찰은 묘한 습성이 있다. 잘못을 지적해주면 고칠 생각보다 사기가 떨어진다고 불평부터 앞세운다. 경찰의 기강이 또 흔들리지 않나 걱정이 태산 같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