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메르루주 배제” 미요구 변수/국제감시단 구성때까지는 막판공세 가열될 듯베트남군의 철수에도 불구하고 11년간의 내전이 계속 되고 있는 캄보디아사태가 가까운 시일내 해결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태국 관영 라디오방송은 23일 훈센총리가 이끄는 현 캄보디아정권과 3대 무장반군세력이 내전을 종식시키기 위한 휴전협정에 곧 조인키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사실상 반군세력을 대표하는 시아누크 전 국가원수는 『내달 4.5일 열리는 동경회담에서 휴전협정이 조인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이같은 보도를 뒷받침했다.
또 캄보디아 문제해결의 주요 당사자인 베트남의 구엔ㆍ코ㆍ타크외무장관도 22일 캄보디아내전이 『터널 끝에 이르러 빛이 보이는 상황』이라고 논평,내전종식이 임박했음을 강력히 시사했다.
이같은 보도나 발언대로 이번 동경회담에서 4개정파가 휴전협정을 체결한다면 이는 캄보디아사태의 완전해결을 향한 획기적 돌파구로 해석될 수 있다.
따라서 관심은 동경회담에서 논의될 구체적인 휴전협정 내용과 향후 정치일정문제에 집중되고 있다.
이와 관련,타크 베트남외무장관은 현재 몇가지 「사소한」문제만 남았으며,그것은 ▲자유공정선거 실시문제 ▲휴전후 각 세력의 재결집 방지방안 ▲유엔의 개입형태 결정문제 등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문제들도 지난해 5월에 있었던 자카르타회담이나 8월의 파리회담에서 이미 상당부분 의견접근이 이루어진 상태여서 휴전협정 조인을 막는 결정적 장애물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점에서 보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이번 동경회담에 크메르 루주 대표가 참석할 것인지 여부다.
사실 지난해초부터 본격화 된 일련의 평화회담에서 크메르 루주의 신정부 참여문제는 협상 진전을 가로막는 최대의 걸림돌이 되어왔다.
현재 캄보디아의 반군세력은 지난 79년 베트남의 캄보디아 침공으로 정권을 상실한 크메르 루주와 손산 전 총리가 이끄는 크메르 인민민족해방전선(KPNLF),시아누크의 무장세력 등 3개파벌이다.
중국의 지원을 받는 크메르 루주는 3만∼4만의 잘 훈련된 전투병력을 갖고 있어 3개파벌중 가장 강력한 무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크메르 루주는 76년 공산정권수립이후 1백만명 이상의 동족을 학살한 씻지못할 「전과」를 갖고 있다. 이 때문에 훈센정권과 반군세력을 배후지원해 온 미국은 『내전 종결후 세워질 연립정부에서 크메르 루주는 배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시아누크는 『강력한 전투력을 갖고 있는 크메르 루주를 제외한채 3개정파만으로 연립정부를 구성할 경우 캄보디아는 다시 내전에 빠질 것이 분명하다』며 반대해 왔다.
이렇게 볼 때 휴전협정 조인 임박소식은 크메르 루주의 위상문제 에 대해 새로운 타협안이 마련됐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낳게 하고 있다.
휴전협정이 예상대로 조인된다면 향후 캄보디아의 정치일정은 유엔평화유지군 파견과 휴전감시4개정파가 참여하는 자유총선새 정부구성의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유엔안보리는 지난 1월 캄보디아에 평화유지군을 파견키로 결정한 바 있으며,지난 2월 시아누크훈센 회담에서는 통일실현을 위한 최고 국가기구 설립에 합의했었다.
그러나 휴전협정 조인이 곧바로 캄보디아에 평화를 가져올 것으로는 기대하기 어렵다.
우선 휴전협정을 감시할 국제기구 구성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반군세력은 그동안 더 많은 영토를 확보,연립정부 구성에서 발언권을 높이기 위해 공세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군세력들은 지난해 9월 7만명의 베트남군이 완전 철수한 이후 허약한 캄보디아 정부군을 상대로 총공세를 펼쳐 캄보디아 영토내 상당부분을 장악했다. 특히 크메르 루즈는 지난해 1월 북서부의 전략요충인 파일린을 장악,이곳을 거점으로 광범위한 게릴라전을 펼치고 있다.
반군공세는 한때 훈센정권의 붕괴직전까지 몰고가는 듯 했으나 최근에는 전열을 정비한 정부군이 강력한 반격을 펼쳐 상당수 반군점령지역을 재탈환했다.
지난해 8월 파리회담이후 지지부진하던 협상이 최근 급진전된 것도 이같은 정세와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ㆍ중ㆍ소 강대국과 태국 등 내전관련국가들도 자국에 아무런 실익이 없는 지루한 내전을 끝내기 위해 반군세력에 강한 압력을 넣고 있기도 하다.
미ㆍ중ㆍ소와 주변국들의 이해가 얽혀 대리전 양상을 보여온 캄보디아내전이 이제 변화된 국제정세에 따라 서서히 해결의 길로 들어선 것은 분명하다.【배정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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