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년이주 「일벌레」… 약자의한 약자박해 큰 실망/“편협한 일부 흑인들 마음열기 위해서 문 안닫아”초여름의 뉴욕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브루클린 한인청과상 「패밀리 레드 애플」에 대한 흑인들의 보이콧운동은 불과 1달러어치의 라임(레몬의 일종)을 놓고 벌어진 사소한 시비가 발단이 됐었다.
이 가게에서 장을 보고 나가던 아이티계 흑인여성이 1달러상당의 라임을 「슬쩍」하려하자 이를 목격한 매니저 신모씨가 「쇼핑백조사」를 하려는 과정에서 약간의 실랑이가 벌어졌다는 것이 가게 주인 장봉재씨(35)의 주장이다.
아무튼 흑인대 아시아인간의 인종분규로 비화된 이번 사건을 치러내고 있는 장씨의 입맛은 라임맛처럼 시고 떫다.
그것은 적자때문만은 아니다. 또 신씨에 의해 떠밀려 넘어질때 입었다는 부상과,그로인한 정신적 피해에 대해 6백만달러(42억원)의 배상을 법원에 청구해 놓고 있는 그 흑인여성이 마음에 걸려서만도 아니다.
지난 83년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이주해온 장씨의 마음 한구석에는 자신과 가족들이 앞으로 미국에서 꾸려갈 삶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가 가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분통터지는 일은 이번 사건이 「약자에 의한 약자박해」라는데 있다. 즉 미국사회에서 소수민족인 흑인들이 자신들에 대한 연방복지예산삭감 등으로 팽배한 불만을 애꿎게도 같은 소수민족인 한인을 희생양으로 삼아 분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장씨는 이번 일이 있기 전까지만해도 대부분의 다른 한인교포들과 마찬가지로 일밖에 모르는 「일벌레」였다.
장씨와 봉옥(32) 봉곤(29) 두 동생은 하루일과가 끝난 뒤에도 가게 뒤켠 마루에 담요를 깔고 강도나 방화예방을 위해 번갈아 숙직을 해왔다.
그러나 이젠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뉴욕경찰이 상점주변에 24시간 경계망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장씨는 이번 일이 발생한 근본원인이 언어장벽과 문화적 차이에 기인한 오해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는 『우리 종업원이나 그쪽(흑인)이나 영어를 좀더 잘했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쨌든 장씨는 이번에는 무슨일이 있어도 가게문은 그대로 열어두겠다는 결의로 가득차 있다.
그것은 비단 아내와 두 자녀 그리고 동생들의 생계를 위해서만이 아니다. 일부 흑인들의 편협한 마음을 열기 위해서는 끈기있는 저항과 설득이 효과적일 것이라는 믿음에서이다.【뉴욕지사=송혜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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