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밍웨이의 단편 「노인과 바다」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작가는 쿠바의 늙은 어부가 벌인 거대한 물고기 및 상어떼와의 잇단 사투를 통해 죽음과 대결하는 인간의 용기와 자기극복을 감동적으로 그렸던 것이다. 그 작품의 핵심은 기력은 쇠잔해졌지만 뜻밖의 강적앞에서 마치 옹이가 많은 거목의 등걸처럼 버티어 끝까지 대결하는 노인의 자세이다. 비록 누구도 상어로 상징되는 죽음을 이겨낼 도리는 없지만 끝까지 대결을 벌이는 그 노어부의 자세에서 인간존엄성의 극치를 펴 보였던 것이다.이처럼 작품속에서는 인간이 지닌 용기와 원숙한 지혜의 화신처럼 그려졌던 노인이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못한것만 같다. 주변에서 흔히 보이는 모습이란 삭막한 아파트마당이나 노인정에서 어깻죽지가 마냥 처져있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들 뿐이다. 격동과 고통의 그 한많은 세월을 치열하게 살아오며 쌓아온 그분들의 경륜과 지혜가 설땅을 잃고만 있는 것이다.
엊그제 서울서 열린 제1회 노인복지 세미나에서도 이같은 노인들의 문제가 심각히 논의되었다고 한다. 참석자들은 노령층 인구는 점차 늘어가고 있는데도 고도의 산업화와 핵가족화 추세로 더욱 소외감과 무력감을 느끼는 노인들을 위해 노인문화의 창달이 시급함을 강조했다고 한다.
노인인구의 증가추세는 오늘날 선진국일수록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인구구조가 이미 선진국형으로 진입,지난 60년 3.3%에 불과했던 65세이상 노인인구가 80년에 3.8%,90년에 4.7%에 이르렀다. 오는 2천년에는 6.3%,2천10년에는 8.4%로 불어날 전망이라고 인구학자들은 지적한다.
이와는 반비례로 어린이인구는 줄고 있다. 4세이하 인구분포가 60년의 18.6%에서 90년 현재 8.9%로 반이상 줄었다는 것이어서 벌써부터 산업현장에서 일고 있는 일손부족문제의 심각함을 예고해주는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 노인문제는 산업화와 함께 닥친 가족구조의 급격한 해체에서 비롯됐다는게 학자들의 분석이다. 산업화와 풍요의 유혹앞에서 어느새 잊어버린 효도와 장유유서의 전통문화적 미덕이 오늘의 노인소외와 함께 사회의 가치전도와 불안정마저 초래했을 법하다. 하지만 세계에서 산업화에 앞장서고 있는 서독에서 최근 불어가는 노인층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회색당이 이미 창당됐고,이웃 일본도 노인들의 지식ㆍ경험ㆍ기능을 최대한으로 활용하면서 오늘의 첨단산업사회를 이룩하고 이끌고 있음을 우리는 눈여겨 볼 필요는 없는 것일까.
조사에 따르면 은퇴한 노인들은 한결같이 다시 일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한다. 심각해진 일손부족도 그같은 추세를 부채질하고 있어 노인문제의 적극적해결과 수용은 결코 더이상 한가로운 문제로 남을수는 없다는 것이다.
작게는 땅에 떨어진 젊은이의 버릇이나 가풍을 잡아주는 일에서,크게는 원숙한 경륜으로 총체적 난국에 휩싸인 우리사회를 중심잡아주는 일에 이르기까지 노인들의 손길이 더욱 절실해진 오늘이다. 이제는 이땅의 노인들도 외로움을 떨치고 일어나 회색의 깃발을 자신있게 휘두를 때가 온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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