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상실한 수출회복엔 미흡/물가부추기는 효과만 있을 듯한동안 주춤거리던 대미달러 원화환율이 최근 들어 다시금 큰 폭의 오름세를 보여 수출업계에 다소간의 기대감을 안겨주고 있다.
미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은 지난 3월27일 7백원선을 넘어선 이후 한동안 7백5원 안팎에서 머물다가 지난 21일 7백10원대에 올라섰고 다음날인 22일 하룻새 1원70전이나 올라 달러당 7백11원70전에 달했다.
이로써 대미달러 원화환율은 올들어 지난해말보다 32원10전이 올라 원화가치가 4.7%절화됐다.
미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의 이같은 상승은 한때 일본엔화가 달러당 1백60엔을 돌파하는등 더욱 큰폭으로 오르는 바람에 수출촉진의 실효성이 크게 떨어졌으나 최근 엔화가 다시금 달러당 1백50엔선으로 안정돼 원절하가 우리 수출상품의 경쟁력회복으로 이어지는걸 방해하던 장애물도 사라진 셈이 됐다.
국내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이 이처럼 자꾸 오르는 이유는 올들어 국제수지의 적자가 계속되는 가운데 굵직굵직한 수입결제ㆍ외채상환 등이 터져 달러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
그러나 이러한 가시적 이유 말고도 원화환율이 더욱 오를 것이란 기대감도 달러보유 선호를 낳아 결과적으로 원화환율을 더욱 올리는 상승작용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국내 외환시장엔 정부당국이 최근 부동산투기와 관련해 재벌그룹을 비롯한 기업들에 보유부동산의 매각 등 「제살깎는 부담」을 안긴데 대해 환율인상을 통해 기업들의 의욕을 되살릴 것이라는 얘기가 전해지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원화환율이 하반기까지는 적어도 7백30원대를 넘어설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따라서 달러보유에 따른 환차익이 충분히 예상되는 만큼 달러를 사려는 사람들이 많고 그에 따라 원화환율은 갈수록 올라가게 마련이다.
이러한 전망은 정부의 개입을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에 미국과의 통상문제에서 환율조작국 혐의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정부로서는 매우 달갑잖아 하면서 극구부인하고 있는 형편. 그럼에도 실질적인 환율상승요인으로 외환시장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이와 같은 환율상승에 대해 수출업계는 환율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정도면에서 불충분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환율상승의 효과가 다른 요인들에 의해 희석돼 수출회복으로 이어지기엔 아직 미흡하다는 얘기다.
환율자체는 1년7개월전인 88년 10월 수준으로 회복됐으나 다른 경제여건이 당시와 크게 달라졌기 때문에 그만한 효과를 곧바로 기대하기가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수출업계에서 말하는 달라진 경제여건은 임금상승 등의 원가상승요인. 임금이 당시와 비교해 30%가량 올랐으므로 동일한 환율 아래서도 경쟁력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밝히고 있다.
수출업계는 또 올 상반기중 일본엔화가 미달러화에 대해 큰 약세를 보인 엔저파동이 우리상품의 경쟁력약화에 미친 영향이 아직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올들어 원화환율은 미달러화에 대해서는 4.7%나 절하됐지만 일본엔화에 대해서는 아직도 1.78%가 오히려 절상돼 있는 상태다.
수출업계는 임금인상이 최근 추세대로 한자리 내에서 억제되고 엔화가치가 큰 변동이 없을 경우엔 환율인상에 따른 수출회복이 하반기부터는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수출업계의 조건부 기대감 속에서 계속되고 있는 원화환율의 상승은 대외적으로는 미국과의 통상문제가 지나쳐 버릴 수 없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것은 국제수지의 추이가 어느정도 그 정당성을 판가름할 것이다.
그러나 원화환율의 상승은 대내적으로도 가뜩이나 불안한 물가를 크게 흔들리게 할 것이라는 신중한 반대론에 부딪치고 있다.
환율의 상승이 물가에 대해서는 통화팽창보다도 훨씬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은 이미 여러차례 나와 있는 상태.
최근의 수출부진이 환율수준 때문이 아니라 신제품개발등을 도외시한 결과 나타난 품질 경쟁력 저하에 원인이 있는 것으로 논의가 모아지고 있는 만큼 환율의 급속한 인상은 원래 목표로 했던 수출경쟁력 회복엔 별 효과를 못내고 수입물가 상승에 따라 국내물가불안만 더욱 가중시킬 것이므로 환율의 급속한 인상은 바람직스럽지 않다는 지적이다.【홍선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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