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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을 극복해가는 5월(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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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을 극복해가는 5월(사설)

입력
1990.05.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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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산발적인 시위는 계속되고 있으나 격렬한 대규모 데모는 잦아드는 것이 확실하다. 지난 2,3년과 달리 노사분규도 진정과 침착성을 회복해가고 있음은 매우 뜻깊은 일이라 할 것이다. 5월의 불안과 긴장은 한 고비를 넘기고 있지 않느냐하는 느낌이 짙어진다. 우리 사회의 충격 흡수력이 대견하다는 생각도 들게 한다.KBS와 현대중공업사태를 계기로 위기감은 지난 9일의 반민자당 시위를 절정으로 더 확산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없지않았다. 5ㆍ18광주민주화운동 10돌을 맞아 팽팽한 긴장이 감돌던 광주시내도 불안요인이 남은 상태이긴 하나 평상을 되찾고 있다는 것이다.

재야세력과 운동권ㆍ학생들이 현지에 합류한 가운데 치른 5ㆍ18추모행사는 시민들의 질서호소와 높은 자제력으로 무사하게 마쳤음에 우리는 감동과 긍지를 함께 누리고자 한다. 비록 최루탄과 화염병이 한때 거리를 어지럽게 만들었지만,광주시민이 보인 비폭력 평화애호의 정신은 우리의 성숙함을 극명하게 나타낸 것이라 믿어진다.

우리가 또하나 주시할 것은 현대자동차의 노사가 끈질긴 협상을 통해 문제를 풀어가고 있는 과정이다. 공권력의 동원이나 개입이 없이 대화로 자체 해결을 모색해보려는 모습은 안도와 더불어 내일의 희망을 던져주는 것이다.

이 5월의 불안과 긴장속에서 우리는 우리 사회의 두께가 얼마나 커졌으며,어떤 난관이라도 탄력있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되었음을 기쁘게 생각한다. 하면할 수 있다는 우리의 저력에 신뢰심을 한층 높여갈만 하게 되었다.

안정의 회복은 아직 속단할 단계는 물론 아니다. 이제 겨우 시작에 불과하다. 하지만 지금의 분위기는 그 불씨를 소중하게 살려가야 한다. 역풍이 불면 위험과 분노는 또 분출하고 만다. 일시적 대응으론 난국을 내출혈 증세로 악화시킬지도 모른다.

과격한 폭력과 충격으로는 결코 문제를 해소시킬 수 없음을 충분히 깨달을 만큼 되었다. 폭력은 폭력으로 끝나고 희생만 가중시킬 따름이지 어떤 실효도 거두지 못한다는 경험을 거듭 실감케 된다. 우리 사회의 충격흡수력과 자리잡아 가려는 타협정신을 얕잡아 보아서는 안된다.

이 정신을 한층 고양하고 성숙케할 책임은 앞으로 누가 더 져야하는가. 그것은 정치권의 양식과 각성,공직사회의 기강과 적극성 그리고 기득권층의 겸손과 자제력에 먼저 기대할 수밖에 없다. 이제부터 성숙한 국민을 대하는 자세에 일대 전환이 있어 마땅하다. 더 겸허하게 그들의 바람에 귀를 기울이고 정직하게 민주화와 개혁을 이끌어나가야 한다. 성숙된 자세로 이 불안의 5월을 감내했던 국민들의 묵묵한 메시지를 자만이나 오해로 헛되이 흘려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는 하루라도 빨리 지금의 암울한 터널에서 벗어나기를 원한다. 5월의 하늘 5월의 평화를 되찾아야 한다. 거듭 밝히지만 이 난국속에서 오히려 희망의 징조를 발견할 수 있음을 자랑으로 삼고자 한다.

가까운 길을 두고 굳이 먼 곳으로 돌아갈 이유나 필요가 없다. 길은 우리 자신속에 있음을 이 5월이 깨우쳐 주었다. 우리는 고통과 수난을 두려워 말아야 할 것이다. 어떻게 이겨내는가 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스스로가 영글어가는 소리를 놓치지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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