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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안/박승평 논설위원(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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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안/박승평 논설위원(메아리)

입력
1990.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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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곳의 일까지 능히 꿰뚫어 볼 수 있는 능력을 우리는 천리안이라고 부른다. 중국의 위서에 있는 양일전의 고사에서 양일이 부하를 시켜 끊임없이 정보를 모아 먼곳의 일까지 잘알고 있었던 것을 천리안을 갖고 있다고 표현했던게 그 유래라고 한다.중국 3대 기서의 하나인 서유기에서는 주인공 손오공이 천리안의 재주와 함께 변화의 술을 자유자재로 부린다. 또 근두운이라는 구름을 타고 단숨에 10만8천리를 날고 여의봉이라는 막대기를 휘둘러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재미에 푹 빠지게 만든다.

그같은 천리안과 손오공의 세계가 지금 지구의 하늘위에서 전개되고 있다. 지난달 25일 미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가 6백㎞ 상공 궤도에 올려놓은 허블우주망원경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 현대판 천리안은 바로 엊그제 전자눈을 열고 천리아래의 지구가 아니라 무한대의 우주로 향해 역사적인 첫 촬영을 시도,성공을 거뒀다는 소식이다.

20년의 제작기간과 15억달러를 들인 이 망원경의 투시력은 지구대기의 방해를 받지않고 직접 관측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흔히 지구대기는 빛의 굴절을 일으키고 빛의 파장통과를 막아 지상에서의 우주관측엔 언제나 한계와 제약이 따랐던 것이다.

이 때문에 천체과학자들이 이 하늘의 천리안에 거는 기대는 무한하다. 허블은 15년으로 예정된 활동기간을 통해 최고 1백40억년전의 세계를 빛의 파장을 통해 되돌아보며 우주의 수명과 생성과정,별들의 탄생과정 및 하늘에 떠 있는 수많은 별들의 신비를 벗겨줄 것으로 믿고있다고 한다.

허블은 1920년대 우주대폭발이론을 처음 발표한 천문학자의 이름을 따른 것이라는데,이 망원경이 가진 직경 2.4m의 렌즈야말로 그 중대한 사명에 비추어 천리안이 아니라 영겁의 눈으로도 불릴만 하지 않을까 생각되는 것이다.

신괴소설의 황당하기까지 했던 천리안의 세계가 과학의 이름으로 바야흐로 하늘에서 전개되고 있는데,또다른 천리안이랄 수 있는 우리 마음의 눈들은 왜 그 투시기능을 잃고만 있는지도 불현듯 생각하게 된다.

사실 심리학에서는 보통의 감각기관에 의하여 느껴지는 물리적 매개물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조건아래서도 사건이나 일에 관해 알아내는 능력을 천리안이나 투시로 보고있다. 그러고보면 두 가지 천리안을 우리는 모두 갖출 수 있는 셈인데,앞서의 허블과 같은 눈을 우리는 육안이라 부르고 사물을 살펴 분별하는 눈과 같은 마음의 작용을 심안이라 불러 따로 구분하고 있는 것이다.

양명학에서 말하는 심즉이설은 마음이 바로 천리라는 것인데 인간사에서 마음과 심안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결국 허블과 같은 신비로운 천리안의 등장이 경탄스러워질수록 오늘날 사람들의 심안의 흐려짐이 더욱 안타까워진다. 둔감함에서 벗어나 맑은 심안으로 백성들의 오늘의 불안을 시원히 헤아려 줄 책무의 우리의 천리안은 지금 무얼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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