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ㆍ소 “쟁점우회ㆍ연내조인”/소,경제난등 자체 필요성/미도 “고집권때 완결”적극/「우세부문」대립불구 “이해일치선 타결”묵시적합의미국과 소련은 오는 30일로 예정된 양국정상회담을 앞두고 그동안 상호 쟁점이 돼왔던 전략핵무기감축협상(START)에서 종래의 주장을 대폭양보,동구대변혁에 따른 동서 신데탕트시대에 부응하는 군축의 새전기를 마련했다.
지난 19일 끝난 베이커ㆍ셰바르드나제 미소 외무장관회담에서 양국은 공중발사 크루즈미사일(ALCM)과 해상발사 크루즈미사일(SLCM)에 관해 사정거리와 보유대수에서 각각 합의를 보았다.
ALCM의 경우 미국은 사정거리 1천㎞의 미사일만을 감축대상에 포함시키자고 주장해왔으나 소련측의 의견을 받아들여 사정거리 6백㎞의 미사일을 감축협상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소련은 반면 기존 크루즈미사일 외에 항공기운반 크루즈미사일을 핵무기보유대수에 포함시켜 협상하자는 미국측 제안을 수락했다.
SLCM의 경우 상호 검증이 어렵다는 현실을 인식,일단 보유대수를 8백80기로 제한한다는 원칙하에 이를 START협상과는 별도로 논의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또 이동식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도 검증절차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진 후에 추후 협상키로 했다.
미소는 이미 4년전 레이캬비크정상회담에서 전략핵무기를 상호 50%씩 감축한다는데 합의한 이래 현재까지 ▲전체 핵탄두를 6천개 ▲운반수단을 1천6백기로 제한하며 ▲ICBM탄두수를 1천5백40개로 감축키로 합의했었다.
따라서 이번에 합의된 사항은 전체 50%감축 원칙에는 미흡하나 35% 수준까지는 감축이 가능할 것으로 알려졌으며,미소 정상회담에서 이원칙에 서명한뒤 올해안으로는 START협상에 조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 양국의 상호양보에 의한 합의가 가능했던 것은 동서관계를 냉전에서 화해로 일변시킨 고르바초프정권과의 관계유지 및 강화를 외교관계의 기본축으로 하고 있는 부시 미 행정부와 경제피폐,민족문제등을 해결하는데 미국등 서구의 지원을 필요로하는 소련의 전략이 맞아 떨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미중앙정보국(CIA)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소련은 신무기개발비용을 감축하면서 국방비지출을 4∼5% 줄였으며 4백여개의 군수공장을 소비재 생산공장으로 전환시켰다.
미국은 따라서 소련이 군사력을 축소하는 것은 자체내의 필요에 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이런 관측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소련이 자신들이 우세한 이동식 ICBM(소련전력의 60%)에서 만은 절대양보하지 않으려하는 점을 지적,소련의 군축의지가 미흡함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고르바초프가 건재하는한 대소관계에서 최대한의 양보를 받아내 전략핵에 있어서 안전판을 확보하자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이다.
소련은 반면 일방적 군축이 군부내의 강한 반발을 살것을 예상하면서도 일단 고르바초프가 주창한 「합리적 충분성」의 원칙하에서 미국측에도 이에 상응한 양보를 요구해왔다.
소련의 이런 의도는 물론 미국과의 화해무드를 통해 자국의 경제발전에 도움이 될 계기를 마련해야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고르바초프의 군사고문인 세르게이ㆍ아크로메예프원수가 일본 교도(공동) 통신과의 회견에서 『미소가 올해말까지 START협정에 조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소련은 이미 자체내의 양보선이 결정된 만큼 미국이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소의 START협상은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앞으로 상호 우세한 부분에서는 팽팽한 주장이 맞서겠지만 그밖의 분야에서는 대폭적 감축합의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즉 베이커 미국무장관의 말대로 이제 군비감축의 목표는 더이상 「감축을 위한 감축」이 될 수 없으며,상호 정치ㆍ군사적 긴장을 해소하고 안정을 달성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유럽의 재래식군축(CFE)에 있어서는 이번 모스크바회담에서 진전을 보지 못했으나 독일통일과 유럽질서의 재편에 따라 올해말까지는 합의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미소는 세계질서재편에 따른 군축문제를 상호이익이 일치하는 선에서 타결한다는 「묵시적 합의」를 본 것으로 판단된다.【이장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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