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우쳐 질적환경 악화우려”/각종 규제완화 일조침해/「다가구」위주 과밀화불러/“범죄증가ㆍ프라이버시 위협ㆍ주차난 심화… 장기입안 바람직”주거환경의 의미는 주거생활에 직접적 수단이 되는 주택과 그 부대시설을 포함하여 간접적으로 주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공공편의시설등을 망라한 물리적 환경뿐만아니라 각종 인간행동에 관련되는 사회심리적 환경까지도 포함한다.
우리나라는 급격한 사회변동과 산업개발경제정책의 전환,76%에 달하는 높은 도시화율,서울시경우 연간 9만6천가구의 증가등 여러가지 주택수요 요인에 의해 도시내에서 심한 주택난이 발생하고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그동안 많은 물량적 주택공급이 이루어져 왔다.
소위 한국형 주거유형이라 할수 있는 소형 다세대주택(분양)과 다가구주택(임대)이 대부분 영세민간 주택개발업자들에 의해 기존 주거지역내에서 널리 보급되고 있다.
더욱이 최근 정부가 발표한 신도시개발과 2백만가구 주택건설계획에 따른 행정적ㆍ제도적 지원을 위해 각종 건축규제완화조치(건폐율ㆍ용적률ㆍ건물간 거리등)와 융자 및 세제혜택 부여는 기존토지의 이용효율의 극대화를 꾀하고 민간업계의 주택건설활성화를 유도하여 주택공급을 확대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러한 양적인 주택공급확대방안은 도시 주거환경의 질적인 면에서 평가해 볼때 과연 인간의 적주성과 사회심리적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쾌적한 주거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한다. 주거환경 질의 중요한 평가지표로는 환경권(일조ㆍ맑은물ㆍ맑은공기 등)의 보장,적정주거밀도의 유지,주거 적합성,청각적ㆍ시각적 프라이버시 등을 들수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대도시 주거환경의 문제점과 각종 건축법규정의 완화조치에 따라 야기될 주거환경의 질적 문제를 조명해 보기로 한다.
첫째 일조환경권에 대한 문제이다.
일본의 경우 건축기준법에 건물이 이웃에 미치는 일영의 영향을 시간수로 규제하고 있다. 이것을 동지때 일조시간으로 환산해서 일본공단주택의 최소일조시간은 4시간이상,공공일반주택은 2시간이상,기존시가지 고층아파트인 경우에도 최소 1시간 이상을 규정하고 있다.
영국은 거실에 햇빛이 사입되는 최소시간을 기준으로 삼아 이것을 주권의 중요한 원천으로 보고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행법규에 공동주택단지의 일조권에 대해 건물의 높이제한과 인동거리를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법규사항은 실제로 적정 수준의 일조권확보에 크게 미흡하다. 우리의 법에 명시된 인동거리규제는 선진국에서와 같이 일영규제나 일조시간규제가 아닌 절대거리규제라는데 문제가 있다.
건물높이(H)를 기준으로 동일대지내 남북향 인동거리를 종전건축법규에서 1.25H만큼 띄우던것을 대지의 이용률제고라는 이유로 점차 1.1H(1986),1.0H,0.9H로 급기야 최근 개정안(1989년 11월20일)에 의하면 0.8H(16층이상 탑상건축물의 마주보는 외벽간거리)로 동간이격거리를 완화하고 있다. 그나마 중복도 아파트를 허용하는등 과밀주거환경을 조장하는 방향으로 시행규칙이 개정됐다. 동일단지내 높이 41m의 15층아파트를 예로들면 모든 주거의 동지때 1시간연속 일조를 최소일조기준으로 할때 서울지방의경우 인동거리는 1.7H(앞건물의 높이)이상(평지,정남향배치)이 되며 개정된 0.8H에 비해 2배이상 크게 나타났다. 바꾸어 말하면 현행기준하에서는 대부분의 세대가 거의 동지때 일조를 받지못하는 열악한 일조조건에 놓이게됨을 알수있다.
실제로 서울지방에서 종전대로 건물높이만큼(1.0H)띄워 앞뒤건물을 정남향으로 배치한다 해도 5층아파트의 2층이하,15층의 경우 6층이하의 뒷건물 전면이 동지때 햇빛을 전혀 받지못한다.
또한 건물의 높이 및 인동간격은 일조환경에만 관계되는 것이 아니다. 건물주변의 바람속도 및 바람형상,그리고 거실내의 환기문제와도 깊은 관계가 있다. 마주보는 건물로부터 시각적ㆍ청각적 프라이버시에도 큰 영향을준다.
바람을 마주받는 건물의 후면에는 풍속저하역(Wind Shadow)이 형성된다. 이곳에서 바람은 속도가 감소되고 역류현상이 발생하여 건물이 밀집되어있는 경우 오염물질이나 배기가스가 실내로 유입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러한 영향을 피하려면 건물간의 거리를 3∼6H정도 띄워야 한다. 따라서 건물간의 거리가 밀집되어 있거나,ㄷ자형 ㅁ자형의 배치에 서는 배기 및 환기가 안되는 경우가 발생할 뿐아니라 아파트 외부에서 발생한 소음이 마주보는 벽에 부딪쳐내는 반향때문에 소음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크다.
영국의 마커스교수는 프라이버시 확보거리(Privacy Distance)를 제안하고 있는데,주거단지에서 건물이 서로 마주 보이는 거실의 창사이 거리는 30m이상이 되어야 시각적ㆍ청각적 프라이버시가 보장된다고 한다.
둘째,과밀주거 환경의 문제를 들 수 있다.
인구의 도시집중과 고밀화에 따른 과밀현상은 도시환경에 대한 인간의 적응문제와 사회적 병리현상을 유발한다. 오늘날과 같이 우리사회에 범죄,폭력,살인,마약,인신매매,알코올 중독등의 사회적문제가 크게 대두된적은 없었다. 뿐만아니라 과밀현상은 개인행동제약,프라이버시의 결핍,개인적ㆍ집단적 개체성확립의 어려움,행정적ㆍ사회적 압력에 의한 무기력감등 개인적 차원에서 인간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하다.
도시의 과밀한 환경은 사람들에게 생리적ㆍ심리적 스트레스를 주며 각종 병리현상을 유발시킨다. 하우(Howe;1963)는 각종 질병발생률이 도심부가 가장 높고 교외외곽으로 갈수록 감소한다는 사실을 규명한바 있다.
사회적 병리현상으로 살인,자살,마약중독 및 기타 범죄발생도 다른지역보다 도시 고밀도지역에서 훨씬 더 많이 발생한다(McHarg;1969). 또한 도시인의 사회적 무관심,이기주의적행동,공격성향,도시밖으로 탈출하려는 도시도피성향,난폭운전행위,낙서,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행위,공공기물 파괴행위등은 과밀도시환경이 인간행태에 미치는 반사회적 현상이라고 할수있다.
아파트의 용적률도 현행 2백50%에서 3백%로 완화하고 또 4백%까지도 허용할 추세에 있다. 현재 개발되고 있는 시영 임대아파트단지에 3백%의 용적률을 적용하면 인구밀도는 헥타르당 1천2백∼1천5백인이 되어 초과밀 주거환경이 된다.
더욱이 평수가 소규모인 9평,12평,15평인 임대아파트의 경우,인구밀도는 단위규모가 25평∼30평정도의 중규모에 비해 배증될 것이다.
기존주거지역의 과밀문제도 우려되는 상황에서 다가구,다세대주택의 보급을 활성화하기 위하여 연건평 상한선을 1백평에서 2백평으로 조정하고,층수,건폐율등을 크게 완화하였다. 이또한 기존주거지역의 과밀요인이 되며 기존의 상하수도 용량을 초과시킬 뿐만 아니라 골목길의 주차난 문제를 야기시켜 화재등 비상시에 소방차의 진입을 어렵게 하는등 기존 주거환경의 질을 저하시키게 된다.
지금까지 살핀 것처럼 진정한 의미에서 주거환경의 개선을 위한 주택개발은 물량적 확대방안에 앞서 주거환경의 질적수준을 향상시킬수 있는 엄정한 건축법에 근거하여 보급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신도시개발과 같은 대단위 주거환경조성사업은 장기적 계획단계를 거쳐 충분한 설계기간과 폭넓은 관련 전문가들의 참여하에 종합적으로 시행되어야 할 것이며,무엇보다도 거주자들의 환경권과 정신적 건강을 보장할 수 있는 쾌적한 인간환경의 조성을 목표로 하여야 할 것이다.<이경회 연세대교수 건축공학과>이경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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