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분진정ㆍ민정계도 꺼려 「조기」 힘들 듯/당분간 관망… 개헌논의때 등장설 유력김영삼대표에 대한 「비난발언」 파문으로 정무1장관직을 사퇴한 뒤 25일간의 외유에 나섰던 박철언 전정무장관이 19일 귀국함에 따라 민자당내에서 가질 위상과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전장관은 장관직사퇴후 자신의 거취에 대해 「겨울밤의 사색」 「재충전의 기회」로 삼겠다며 국가와 민족을 위해 헌신할 것이라는 의사를 밝힌 바 있어 적절한 시기에 정치전면에 복귀할 계획을 시사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의 발언으로 비롯된 당내갈등이 전당대회이후 잠복되면서 표면적으로는 진정단계에 들어갔고 당체제도 김대표중심의 정립상태로 틀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박 전장관이 당장 정치전면에 롤백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가 않은 실정이다.
더욱이 민정계 내부도 박태준최고위원박준병총장김윤환정무1장관 중심의 3각체제를 형성,창당초창기 박전장관이 주도해온 민정계를 실질적으로 이끌어 오고있어 그의 「정치공백」이 표면상 서서히 메워지고 있는 형편이다.
그렇지만 박전장관이 노태우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있고 여권핵심부내에서 차지하고 있는 「특수지분」이 있는데다 그와 지연ㆍ학연관계에 있는 김윤환정무1장관과 유력한 국회의장 후보인 박준규고문이 그의 정치복귀를 위해 바람막이역과 이해조정역을 맡을 것으로 보여 그의 정치공백이 길지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김장관과 박준규고문이 그같은 역할자임은 노대통령의 박 전장관에 대한 깊은관계를 어느누구보다 잘알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대목이다. 노대통령의 의중이 간접적으로 그의 정치복귀를 희망하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장관이 최근 박 전장관의 당무위원직 기용을 타진하기 위해 언론을 통해 당내반응을 떠본 것은 예사롭지 않은 일이며,여권핵심부의 애드벌룬일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편 이와는 달리 김대표와 민주계의 반응은 예민하고 냉담한 편이어서 박 전장관에 대한 감정의 앙금이 아직 가시지 않은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공화계는 박 전장관의 정치복귀에 민주계보다 반발강도는 약하지만 『당분간 조용히 있는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민정계내에서는 박 전장관의 정치복귀에 대해 「조기복귀론」과 「관망후 재기론」으로 엇갈리고 있다. 그의 「조기복귀」를 주장하는 측은 최근의 난국과 관련,노대통령과 6공전반기 내내 호흡을 맞춰온 박 전장관이 재등장해 「책임있는 참모」로서의 역할을 해야한다는 논리를 펴고있다. 이같은 논리를 전개하는 인사들은 월계수회 소속인사와 3당통합후 박 전장관과 「밀착관계」를 유지해온 일부인사들이다.
그러나 박전장관이 3당통합후 민정계를 실질적으로 주도함으로써 비주류로 벗어난 당내중진의원및 그와 불편한 관계에 있는 민정계인사들은 『박 전장관은 자신을 위해서도 조용히 「사색」의 시간을 갖는 것이 좋을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이들 의원들은 박 전장관의 장관직 사퇴이후 박태준최고위원중심으로 민정계가 결속되고있는 시점에서 그가 또다시 전면에 나설경우 평지풍파를 가져올 우려가 있다는 지적을 하고있다.
따라서 박 전장관의 정치재기여부는 노대통령의 결심과 김영삼대표의 「양해」및 민자당내의 범계보수용 기류여하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박 전장관은 장관직 퇴임후 향후 거취에 대해 『나무는 겨울에도 자란다』는 은유적 말로 「정치공백」기간을 자신의 미비점 보완기간으로 활용하면서 적절한 시기에 명분있는 「정치도약」을 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 바 있다.
그의 측근들은 이제까지 박 전장관의 행보가 「양적인 세확산」이었다면,향후의 제2기는 대중적 이미지를 고양한 정치지도자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박 전장관 진영은 박 전장관의 미비점을 ▲대언론관계 약화 ▲이미지및 대인관계의 부자연성 ▲정치적 경륜 미비등으로 요약하고 정치휴면기간 동안 이부분에 대한 집중보완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관련,그의 한 측근의원은 최근 케네디 미 전대통령 이래 미 정계지도자들은 언론관계ㆍ이미지부각ㆍ대인관계 등을 집중연구한 「정치인의 유머와 위트」라는 저서를 발간,박 전장관 측근들과 「지도자 만들기 작업」에 착수하는등 언젠가 시도될 박 전장관의 정치도약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박 전장관은 외유기간중 월계수회 소속 자파의원및 당내중진의원등에게 보낸 서신을 통해 「서있는 자리가 어디이든간에 중차대한 시대적과제를 위해 열과 성을 다하여 헌신할 각오를 하고있다」고 밝혔듯이 정치재기에 강한 집념을 보이고 있다.
정치권일각에서는 그가 내각제 개헌조기 추진과 남북관계 변화등 중대한 정치적 변화에 때맞춰 막후역할의 명분으로 정치무대에 재등장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을 하고 있다.
정가 소식통들은 향후 박 전장관의 거취를 ①올 하반기 당정중심권진입 ②91년 상반기 주요당직 기용 ③14대 총선후 당수뇌부 대열부상의 3단계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가 재부상할 것으로 보는 배경은 노대통령과의 특수관계 뿐만이 아니라 지난 2년여동안 당내에 40여명의 원내의원세력은 물론 정부각부처와 각계각층에 무시할 수 없는 지지세력군을 형성하고 있는 점에 기인하고 있다.
결국 박 전장관은 민자당내의 미묘한 기류와 최근 팽배되고 있는 난국분위기를 감안,당분간 정국을 관망하면서 비정치적인 막후역할을 계속 맡되,개헌논의가 본격화될 「가을정국」에서 정치 재기를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조명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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