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통제 골격ㆍ부분도입 혼란만 가중/전면채택ㆍ점진적 추진으로 방향선회/보ㆍ혁 모두 반대… 고르바초프 인기회복연결은 미지수소련경제가 시장경제체제로의 전환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소련대통령자문위원회의 유일한 경제전문가인 스타니슬라프ㆍ샤탈린은 17일 지금까지 소련에서 시행된 모든 경제개혁들이 실패했음을 시인했으나 『그래도 현재 소련의 유일한 선택은 시장경제뿐』이라고 역설했다.
고르바초프대통령도 이날 대통령자문위와 연방평의회의 합동회의가 22일 소집돼 기존의 중앙경제체제를 시장경제체제로 전환하는 법안을 심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발킨부총리의 말대로 「역사상 사회주의체제에 주어진 마지막 기회」를 잃지 않기 위해 시장경제로의 전환을 법적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려는 것이다.
소련의 시장경제체제 전환은 이미 지난 16일 가트(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의 옵서버 자격획득에서 명백히 드러났다.
소련의 가트 옵서버자격획득에는 두가지 의미가 있다. 우선 2차대전후 2개로 분리됐던 세계경제권의 통합이다.
그러나 소련의 가트옵서버자격획득은 소련이 중앙통제경제의 포기를 확실히 하고 소련경제를 서방경제와 연계시키려고 한다는 의미도 크다.
사실 소련의 시장경제로의 전환은 85년 고르바초프의 집권이후 계속되어온 논쟁거리이자 과제였다.
고르바초프는 집권전인 84년 당회의에서부터 「경제 변화」를 언급할 정도로 경제난국에 대한 인식이 뚜렷했다.
그는 85년 집권후 첫번째로 전통적인 중앙계획의 강도를 낮추었으며,86년엔 부패 및 횡령 등 경제의 비효율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87년 2월에는 『소련 경제의 문제점은 단지 게으른 숙련공이나 조직상 규정에 있는 것이 아니라 중앙통제제도 그 자체에 있다』고 선언했다.
그해 6월엔 기업법등 최초의 포괄적 개혁안을 발표,기업이나 농장의 독립채산제 채택을 허용했다.
그러한 소규모 기업을 중심으로한 기업활동의 법적보장은 최근 2년간 이들 기업의 생산액을 3억루블에서 4백10억루블로 비약적으로 끌어올렸다. 고용인원도 7만명에서 4백50만명으로 불어났다.
하지만 여전한 중앙통제경제의 지속은 경제전반을 오히려 악화시켰다.
정부의 강력한 물가통제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인플레율은 11%나 됐으며 물자부족은 더욱 심화돼 처음으로 「소비재시장 붕괴현상」이 나타났다.
그것은 곧바로 현지도층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으로 이어졌다.
때문에 고르바초프는 5년동안의 경험에 비추어 전통적인 중앙통제를 온존시킨채 시장경제를 일부 도입하는 방법으로는 소련경제의 재건에 한계가 있음을 명백히 인식한 것같다.
5년동안 지속되었던 시장경제도입은 혼란만을 초래했고 이는 곧 정부의 붕괴를 뜻한다는 보수파들의 주장을 더이상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이다.
다만 고르바초프가 전면적인 시장경제도입을 추진하면서도 속도에 있어서는 급진보다 점진적인 개혁을 채택한 것은 자신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고 있어 급격한 체제전환이 가져올 부작용을 효과적으로 처리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시기 및 속도만 문제일뿐 시장경제체제로의 전환은 이제 기정사실이 됐다.
문제는 이달말 최고회의에 상정되면서 모습을 드러낼 이 개혁안에 대해 보수파뿐만 아니라 급진개혁파들도 강력히 반발,격론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급진파는 시장경제체제의 점진적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반면 보수파는 이 개혁안이 인플레 실업 빈부격차 등을 초래할 게 분명해 평등사회인 소련사회의 기본이념에 배치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고르바초프가 경제정책실패등을 이유로 리슈코프 총리를 해임,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한편 실업자보호제도 도입,국가기업 해체 및 새로운 기업지원을 위한 금융제도 개편 등 사회보장장치를 마련하는 준비기간을 가질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고르바초프는 실패를 거듭한 소련경제의 마지막 회생책으로 「시장경제체제의 전면도입과 점진적추진」이란 결단을 내렸지만,이 개혁정책이 지지를 잃어가는 자신의 정치생명의 회생책으로 연결될 지는 아직 미지수이다.【이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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