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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아프게… /박승평 논설위원(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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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아프게… /박승평 논설위원(메아리)

입력
1990.05.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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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구렁이 담 넘어가기식 사과태도 표명으로 우리대통령의 방일반대여론이 물끓듯 한 시점이다. 한일양국간에 숨가쁘게 진행중인 막바지 절충과정에서 느닷없이 흘러나오는 「가슴 아프게… 」운운하는 소리를 듣고 문득 생각나는게 있다.아마 10년가까이 됐을 것이다. 동경방문길에 그곳의 「가라오케」술집에서 당시 한국여가수가 불러 히트시켰다는 「가슴 아프게」란 우리 유행가를 물탄 위스키에 거나해진 일본 술꾼들이 자주 불러대는 걸 들었던 기억이다. 노랫말은 일어로 바뀌어 있었지만 「가슴 아프게」라는 구절이 연호되는 후렴부분만은 한글음으로 그대로 남아있어 그곳 술꾼들이 뜻도 모른채 그걸 불러대는걸 보고 기이한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그런데 한국여가수의 노래히트나 가라오케 술집에서의 유행여파는 아니겠지만 「가슴 아프게」란 소리가 오늘의 양국외교분쟁을 종식시킬 일왕사과의 진일보한 내용으로 제시되고 있다니 우리국민들에겐 차라리 가슴이 아프다못해 기가 막힐 노릇이다. 지난 84년 히로히토 전왕의 유감표명에서,이번엔 『한국에 불행했던 과거가 있었음을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는 정도로 주체나 객체의 명시도 없이 얼버무리는게 그들이 내놓고 있는 진일보한 절충안이라는 소식인 것이다.

지난주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가 잦은 침략과 악랄한 식민지배를 한 일본에 대한 한국민의 감정을 그들을 「왜놈」이라 경멸해온 키논쟁의 관점에서 보도했던게 생각난다.

동지는 16세기의 왜란때 한국사람들은 키작은 일본인을 경멸하며 자존심을 달랬으나 36년간의 식민지배와 광복후의 전란으로 인한 영양불량으로 한때 일본보다 키가 작아지기도 했었다고 밝힌뒤 그러나 이제는 양국민의 키가 모두 커졌지만 그래도 한국인이 더 크다고 보도했던 것이다.

냉전체제의 종식과 함께 세계의 정세는 유럽통합움직임으로 상징되듯 지역권역끼리의 협력과 티권역과의 경쟁양상으로 변모하고 있는 오늘이다. 잦은 정상회동과 협력으로 92년의 통합과 번영을 추진중인 유럽사람들의 눈에는 세상이 다 아는 분명한 잘못을 아직도 깔아 뭉개고 있는 경제대국 일본이 도덕적으로는 여전히 미숙아이거나 키작은 나라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같은 시각이 키에 얽힌 양국관계보도로 아마 표현됐을 것이다.

우리 특파원들의 보도로 밝혀지고 있듯이 서독의 진지한 과거반성과 피해국민들의 한을 씻는데 기울여온 그들의 노력은 일본과는 너무나대조적이다. 이미 지난 70년에 당시의 브란트총리가 아우슈비츠수용소를 찾아 무릎을 꿇은 채 참회의 눈물을 뿌렸었고 스스로의 잘못을 낱낱이 들춰내고 배상하며 진지하게 과거를 청산했던 것이다. 오늘의 유럽이 독일의 통일을 찬성하고 통합된 유럽의 당당한 일원으로 받아들이려 하고 있는 것도 지금의 독일은 과거의 독일이 아니라는 믿음때문이라는 것이다.

잦은 망언과 역사왜곡에다 사죄발언조차 제대로 할줄도 모르는 일본. 그런 나라를 이웃에 둔 우리는 그래서 가슴이 진정 아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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