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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의 「경협백지화」이후 남북교류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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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의 「경협백지화」이후 남북교류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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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05.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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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신뢰구축 시급” 재확인/북,아직도 「남조선해방」 못버려/정부도 성급한 교류보다 비공개로 물꼬터야/경제난 심화 장기거부 힘들듯북한이 최근 일련의 남북대화및 교류에 잇단 거부의 태도를 표명하고 있는 것은 현재의 남북관계가 지난 수십년간의 대결상황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했음을 나타내는 반증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북한이 통일의 시점까지 서로의 실체를 인정한다는 「2개의 한국」 정책에 동의하지 않을 뿐 아니라 「남한을 해방해야 할 대상」으로만 파악하는 기존입장을 전혀 변경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또한 지난 40여년간의 대결구도로 인해 남북한 모두 아직도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는 처지에 놓여있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재확인케 하는 실례이다.

북한은 현재 김일성체제 유지와 「남조선해방」이라는 2개의 축을 중심으로 모든 대남대외정책을 수행해 나가는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이 준거틀위에서 최근의 상황을 남북대화및 교류에 부적합한 시기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체제유지의 측면에서 보면 북한은 동구개혁,한국의 북방외교 성공,전세계적인 신데탕트분위기,심각한 경제난,권력승계문제 등 각종 정세변화에 상당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우선 철저한 통제로 체제를 이끌어 왔던 북한으로선 외부로부터의 개혁ㆍ개방사상 유입을 가장 심각한 위기상황으로 생각할 것이다. 특히 최근의 에너지ㆍ식량ㆍ수송능력의 부족등 경제난의 가중은 개혁사상이 유입될 경우 체제동요를 촉발할 수 있는 토양으로 작용할 것이 틀림없기 때문에 외부사상의 차단은 현재 가장 중요한 시책으로 채택된 듯하다.

남북관계 전문가들은 북한이 일차적으로 이러한 내부사정에 따라 당분간 어떠한 남북교류도 원치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최근 북한이 남북고위급예비회담,적십자회담 등 기존회담의 즉각적인 재개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이나 한필성씨의 방북거부등 각종 인적교류에 대한 잇단 거부,또한 지난 16일의 금강산공동개발계약 무효화선언등 일련의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은 이같은 교류불가의 입장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남북관계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교류기피의 또하나 이유는 북한이 끊임없이 견지해온 「남조선해방」 논리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아직도 적화통일의 꿈을 버리지 않았으며 우리측의 최근 국내정세를 「혁명의 만조기」로 파악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따라서 북한은 정치ㆍ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정부에 남북교류라는 호재를 던져줌으로써 정부를 돕는 역할은 하지 않겠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현대그룹과의 경제합작 무효화는 어차피 합작사업이 가까운 시일내에 진척되기 어려운 데다 현대가 최근 노사분규에 휘말렸던 점을 고려,우리 내부의 갈등을 유도하기 위한 방편으로 갑자기 발표했으리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 북한은 최근 KBS와 현대중공업사태를 중심으로 대남선전선동을 강화하고 있다.

북한의 대남 태도에 있어 또하나 주목해야할 점은 남북대화및 교류에 소극적임에도 불구,미국에 대한 접근노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북경에서의 외교관 접촉은 물론 최근 발표된 6ㆍ25참전미군유해환송,미 학술회의참가 등 활발한 대미 접촉은 북한이 남한을 제치고 직접 미국과 대화를 하겠다는 종전의 입장을 실현해 나가려는 움직임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사고 있다. 물론 미국이 계속 남북직접대화를 강조하고 북한의 근본적인 태도변화를 요구하고 있어 실질적인 미ㆍ북한간 관계개선은 쉽지 않겠지만 북한의 변함없는 대남정책은 이 과정에서도 단적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북한의 체제유지 노력과 불변의 대남정책에서 대부분 비롯된 것이지만 남북간의 신뢰결여는 현재의 남북대화및 교류를 어렵게 하는 주요인으로 분석된다. 북한이 현대그룹의 건설장비및 승용차 제공을 거부하며 밝힌 내용은 이러한 불신과 피해의식을 단적으로 설명해준다. 북한은 이 발표에서 승요차등 「선물」들이 「무상공여」라는 이름아래 정치적으로 이용되었다며 강력히 비난하고 나섰다.

사실 우리 정부는 이 물품들의 반출을 허가하며 「무환반출」「기증」이란 표현을 사용했으나 북한은 일본언론등에 「무상공여」라는 표현에 자존심을 상한 모양이었다.

북한은 그만큼 남북간 경제교류가 공개적으로 될 경우 남측에 정치적으로 이용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점에 있어서는 우리측도 비슷한 피해의식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현대의 물품반출에 있어서 우리측은 승용차등이 김일성의 생일선물등으로 이용될 것을 우려,반출날짜에 세심한 고려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일련의 태도에 비추어 볼 때 북한은 당분간 인적ㆍ물적차원의 남북교류를 기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은 현재 심각한 경제난과 달러부족이라는 당면현안을 안고 있는만큼 정치성이 개입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라면 우리측의 경제협력제의를 무조건 거부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측도 남북간의 신뢰회복을 위해서는 일단 다방면의 실질적인 교류ㆍ협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므로 북한의 자존심을 해치지 않으면서 실질적 도움을 주는 방식의 사업을 꾸준히 북측에 제의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남북교류의 물꼬는 다소 비공개적인 방법의 경제적 교류에 의해 트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관계전문가들의 분석이다.【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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