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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끈 현수막/어느 컴퓨터사의 “극일”(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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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끈 현수막/어느 컴퓨터사의 “극일”(등대)

입력
1990.05.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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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여 우리는 치욕의 역사를 잊지 않았다」요즘 이런 플래카드가 서울시내 곳곳에서 눈에 띈다. 무심코 지나치던 시민들은 플래카드 아래편에 그 흔한 「○○연합」 「××연맹」이 아닌 「컴퓨터전문회사 디지틀테크놀러지 임직원일동」이라고 씌어있는것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 거리게 마련이다.

교육용 퍼스널컴퓨터 생산업체인 이 회사(서울 서초구 방배동 983의41) 사원들은 4월17일부터 김포공항입구 시청앞등 50곳에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첨단분야인 컴퓨터산업에 종사하면서 누구보다 더 「경제동물」 일본의 생리를 절감해온 서병수사장(36)과 사원들은 노태우대통령의 방일을 앞두고 일본에 대한 국내여론이 너무 잠잠한데 분개해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처음엔 『대통령의 방일에 말이 많은 시점에서 공연히 나섰다가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하는 사업하는 사람들의 고민으로 망설였으나 서사장의 결단으로 2백만원을 들여 50개를 내걸었다.

이내 『너희가 뭔데 그런짓을 하느냐. 장사나 똑바로하라』는 비난전화가 서너통 걸려왔지만 『장하다』 『속이 후련하다』는 격려전화가 50여통이나 쏟아졌다. 거래처에서도 『플래카드 좋더라』는 반응을 보여 사원들의 발걸음을 가볍게 해주고있다.

서사장은 『퍼스널컴퓨터의 부품중 25%가 일본제』라며 『일본인들은 다 빼먹고 남은 헌기술만 이전해준다』고 자체기술개발이 극일의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이회사는 직원이 65명뿐인 전형적 중소기업이지만 박사2명,석사 6명을 포함한 13명의 연구원을 둔 과기처장관인정부설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그결과 지난88년 일본에서 1장2백만원에 수입하던 BSC통신카드를 국내최초로 개발,1장 80만원에 공급하고 있다.

또 사장실이 따로 없이 전사원이 같은 사무용 탁자에서 일하고 사장과 사원들이 함께 지하철,버스로 출퇴근하고 있다.

이회사 임직원들의 분노는 우리의 일본에 대한 태도가 단순한 비분강개가 아니라 내실을 갖춘 극일의 차원으로 승화돼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신윤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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