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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0.05.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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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치야ㆍ마유미(봉곡진유미)란 이름의 KAL858기 폭파범이 자해방지용 흰마스크로 입을 가리고 체크무늬 상의와 청바지에 농구화를 신고 수사관들에게 양팔짱을 끼운 채 김포공항에 도착한 것은 12ㆍ16 대통령선거 하루전날인 1987년 12월 15일이었다. ◆장정 3명과 상대할 만한 주먹힘에 사격솜씨가 10발 8∼9중이고 영어,중국어,일본어가 유창한 이 여자테러리스트는 그이후 번번이 달라진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났다. 국적과 혈통을 알 수 없었던 마유미는 남북 조절위의 남측 대표에게 꽃다발을 증정한 귀여운 화동출신의 북한공작원 김현희로 바뀌었고 무섭고 표독스럽게 느껴졌던 여자테러리스트인 인상은 20대중반에 이르도록 데이트 한번 못했다는 순박한 수처녀로 변하였다. ◆KAL858기 희생자유족들의 울부짖음을 들어가며 재판을 받던 김현희가 마지막으로 모습을 보인 것은 항소심서 사형을 선고받은 얼마후인 지난해 9월 평양축전을 다녀온 임수경을 면회했을 때였다. 상고심서 사형이 확정된 뒤 지난 4월 특별사면을 받아 법절차를 모두 끝낸 김현희가 마지막으로 모습을 보인지 8개월만에 이번에는 교회에 앉아 신앙간증을 하는 기독교인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나같은 죄인 살리신 주은혜 놀라워 잃었던 생명찾았고…』하는 찬송가를 부르며 KAL858기 희생자 1백15명의 영혼을 위해 참회의 기도를 올리는 김현희의 모습에서 우리에게 드리워진 분단비극의 또 하나의 단면을 보는 것 같다. ◆북한 124군특공대의 유일한 생존자인 김신조도 교회장로로 기독인 월남용사선교회를 조직하여 북한땅에 교회를 세우고 복음을 전하겠다고 열심히 뛰고 있다. 특공대원,공작원출신의 이들외에도 월남귀순자들은 대부분 종교의 힘을 빌려 혹독하고 참담한 과거의 악몽을 극복하고 있다. 공산체제가 종교를 용납치 않는 것도 결국 이 때문이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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