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남북한 문호 당분간 차단/북한의 「경협거부」 배경과 전망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남북한 문호 당분간 차단/북한의 「경협거부」 배경과 전망

입력
1990.05.17 00:00
0 0

◎정치적측면/“공개교류는 실이 더 크다” 판단/대내 선전목적일 땐 오래 안가/자체 개방불안­최근 한국혼란 혁명호기로 분석북한이 16일 현대그룹과의 금강산공동개발계약 등 남북경제협력 사업에 대해 전면무효화를 선언한 것은 남북간의 인적교류는 물론 물적교류도 당분간은 할수 없다는 의사표시로 분석된다.

한필성씨 방북거부에 이어 나온 북한의 이번 발표는 팀스피리트훈련종료를 계기로 남북간 대화ㆍ교류가 재개되기를 기대했던 우리측에 큰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북한의 필요에 따라 상대적으로 접근하기가 쉬울 것으로 예상했던 경제합작사업마저 좌절될 경우 이산가족 왕래나 문화ㆍ학술등 다른부문의 교류는 가능성이 더욱 희박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당초 북한측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있는 점을 감안,우리측이 자본과 기술을 제공하고 북한측이 노동력과 물자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경제협력사업을 시작함으로써 실질적인 남북교류의 교두보를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웠었다. 이러한 계획의 배경에는 북한의 자존심을 해치지 않으면서 북한에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는 우리측의 기본원칙이 내재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팀스피리트 훈련이후 남북대화가 재개되는대로 지난 85년 중단된 남북경제회담의 재개를 제의,본격적인 경제교류ㆍ협력단계에 들어갈 것을 기대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북한의 계약무효화 발표로 이같은 정부의 구도는 완전한 변경을 요구받게 됐다. 북한의 잇단 대화및 교류거부는 북측이 아직 남북교류를 시작할 준비나 자세를 갖추지 못했다는 반증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예상과는 달리 각종대화나 교류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은 두가지 측면에서 해석될 수 있다.

우선 북한은 지난해말 동구에서 시작된 사회주의권의 개혁등 국제질서변화에 상당할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금년초부터 강력한 사상무장운동과 함께 「우리식대로 살자」라는 표어아래 주민들에게 동구변화에 대한 비판의식을 심어왔다.

최근 북한을 여행한 교포등에 의하면 북한은 지난해말에 비해 외견상 여유를 찾은 것처럼 보이나 전반적인 대내외정책은 오히려 종전보다 움츠러드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해방후 45년동안 김일성 유일사상과 「남조선해방」논리로 주민들을 통제해 온 북한으로선 외부로부터의 강한 개혁ㆍ개방바람이 스며들어올 경우 북한체제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직면할 것으로 우려하는 듯하다.

따라서 북한은 일반적인 인적교류는 물론,경제교류를 계기로 외부,특히 남쪽의 소식이 유입될 수 있는 길을 원천적으로 막자는 것으로 판단된다.

국제정세의 급변과 관련,김일성ㆍ김정일부자의 권력승계 문제도 북한이 선뜻 개방에 나설 수 없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은 아직 확고하지 않은 권력승계를 위해 어떠한 내부적 동요도 용납치 않으리라는 것이 남북관계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북한이 각종 교류를 거부하고 있는 또 하나의 요인은 최근 우리측의 정치 경제적 불안정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지난 72년 남북대화가 시작된 이래 우리측에 혼란이 있다고 판단되면 실질적 대화보다는 선전공세를 펴는데 주력해 왔다. 북측은 우리측의 사회불안을 이른바 「3대혁명역량」가운데 하나인 남한내의 혁명역량이 높아지고 있다고 판단,사회통합의 계기가 될 수 있는 남북대화를 실현시키지 않으려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북한은 이처럼 동구변혁및 탈냉전이라는 국제질서변화와 최근 우리사회의 분위기를 종합적으로 평가,남북대화및 교류가 당장의 대남정책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현재의 경제난으로 인해 경제분야에서의 협력이 아무리 절실하다해도 공개적인 방식아래서는 대내통합이나 국제적인 평가등 정치적으로 잃는것이 더많다고 판단,계속 기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공개되지 않은 간접물자교역등에만 관심을 가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남북관계 전문가들은 이번 북한의 조치가 대내적 선전효과에 치중한 것일 경우 장기적인 대화ㆍ교류중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수 있다는 분석도 하고있다.<정광철기자>

◎경제적 측면/한국을 통한 「민주화」유입 우려/공식적인 경제관계 불원 표명/일 언론 「무상공여」 대대적 보도에 자극받은듯

북한이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기증한 승용차와 건설장비에 대해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밝힘으로써 남북경제협력관계가 급격히 냉각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정명예회장이 북한측과 맺은 금강산공동개발에 관한 경제합작계약에 대해서도 무효로 인정한다고 밝혀 어렵게 열린 남북경제협력의 문호가 완전히 닫힐 가능성도 없지않다.

북한측은 겉으로는 현대의 승용차와 건설장비를 받지않는 이유로 현대측의 기증약속이 1년이 지나도록 이행되지 않고 있다가 「무상공여」라는 말을 붙여 북한에 보내는 것이 「정치적 목적」이 깔려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금강산 공동개발에 관한 경제합작계약도 남한측의 방해를 핑계로 내세워 무효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측의 이같은 방향 급선회는 다른 각도에서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먼저 북한스스로 남북경제협력을 원하고 있지 않는가 하는 점이다.

정명예회장을 초청할때 까지만 해도 공식채널이 아닌 차원에서 경제협력을 원했던 것은 사실이다. 우리정부의 적극적인 북방정책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외면하는 태도를 표명해왔으나 소극적으로나마 북한은 경제협력에 응해 왔었다.

우리 민간기업들이 북한물자도입에 나서자 대외적으로는 「남한으로 갈 경우 반출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나 무연탄이 직항로로 반입된 것을 비롯,상당수의 북한물자가 반입된 것을 봐도 북한의 속뜻은 제한적인 경제교류를 인정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던 북한이 왜 갑자기 태도를 돌변했는가. 소련을 비롯한 동구권국가의 거센 민주화ㆍ개방화가 남북경협의 장애요인으로 등장하게 되었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빗장 단속을 강화한 북한은 경제협력을 통해 남한으로부터 개방ㆍ민주화의 바람이 스며드는 것을 걱정했을 것으로 보인다. 뚜렷한 명분이 없어 방향선회의 계기를 찾지 못하고 있던 북한측이 이번 현대의 건설장비기증을 기회로 포착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선물성격으로 주기로 한 것인 만큼 비밀리에 기증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시기가 좀 늦었고 언론에서 무상공여라고 지칭했다고 해서 받기를 거부하고 금강산 공동개발 계약까지 백지화할 이유는 되지 못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북한측은 건설장비 기증거부로 남북경제협력에 전혀 뜻이 없음을 공식화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시각은 일본언론의 방해공작이 북한의 방향선회를 재촉했다고 보고 있다. 이는 현대측이나 정부가 승용차와 건설장비의 반출을 극비로 추진했는데 지난 11일 일본 아사히신문이 물건을 옮겨싣기 위해 고베항에 입항했을때 이 사실을 보도한 것을 비롯,전일본 언론들이 이 사실을 크게 보도했다.

남북한간의 내부문제인 선물기증을 이처럼 대대적으로 보도한 것은 남북간의 경제협력 확대를 달갑게 여기지 않는 심사가 발동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즉 선물기증을 공개함으로써 북한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들어 결국은 기증품거부는 물론 남북경협의 백지화까지 유도해냈다는 것이다.

북한측은 지난해 1월 1주일간 일정으로 북한을 방문한 정명예회장과 금강산 공동관광개발을 비롯,원산조선확장공사ㆍ원산철도차량 합작사업ㆍ시베리아개발 공동참여 등에 합의하고 빠르면 지난해 8월부께부터 사업에 착수할 것을 약속,정명예회장에게 많은 기대를 걸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북한의 진의를 속단하기는 이르다. 확실한 것은 그동안 공식적으로 표명해온 북한의 남북경협 불원태도가 직접 현재 이뤄지고 있는 물자교류에 영향을 미치고 어렵게 열린 경제협력 문호가 당분간 차단될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가 대승적 차원에서 가능한 한 북한물자를 많이 사주겠다는 대북한 교역확대정책도 벽에 부딪치게 됐다. 우리쪽에서 아무리 적극적으로 나서더라도 북한이 응하지 않으면 진전이 있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남북경제협력을 스스로 닫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일관된 태도를 견지함으로써 북한의 문호가 열리기를 기다려야 할 것이다.【방민준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