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장군이 16세때 아버지가 눈을 감으면서 말했다한다. 『황금 보기를 돌멩이 보듯 하라』고. 무너져가는 고려왕조의 대들보였던 그는 불의를 보고는 참지못하는 성미였다. 어느날 저녁 재상들과 술을 마시며 글귀를 읊을 때 경복흥이 『하늘은 옛하늘이로되/사람은 옛사람이 아니로다』했다. 최영장군이 이에 답했다. 『달은 명월이로되/재상은 밝음이 없도다』 ◆최영장군은 아버지의 유언을 명심해서 평생 가난을 마다하지 않았다. 집에는 양식과 옷이 자주 떨어지곤 했다. 이인임과 임견미가 정방의 제조로 권세를 휘두를 때였다. 어떤 사람이 벼슬자리를 구하자 대답했다. 『네가 상공을 배우면 벼슬을 얻을 것이다』 돈을 벌어 뇌물을 바치면 벼슬을 얻을 것이라는 뜻이었다. 부패한 정치를 비판한 말이다. ◆세상을 밝힌 청백리도 많았지만 부정부패는 왕조시대에도 골칫거리였다. 성춘향을 괴롭힌 변학도도 말하자면 전형적인 부패관리였다. 그를 때려잡은 것은 거지꼴로 나타난 암행어사 이몽룡이었다. 암행어사라는 말은 중종실록 4년(1509년)조에 처음 보이지만,선조대에 이르러서야 제도화됐다. 마지막 암행어사는 고종 29년인 1892년 이만상이었다. ◆조선시대 후기에 오면 탐관오리를 때려잡고,백성들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암행어사를 그린 얘기책들이 유행하기도 했다. 권력의 횡포와 인권유린에 무방비상태였던 백성들에게 암행어사는 구세주와도 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그런데도 조선왕조는 결국 무능하고 부패한 벼슬아치들을 바로잡지 못하고 국권을 잃는 비극을 당했었다. ◆지금 부동산투기를 잡고,부정부패를 잡는다고 세상이 떠들썩하다. 대통령특명사정반까지 설치됐다. 60년대로부터 「서정쇄신」이다,「사회정화」다 부산을 떨던 일이 새삼 생각난다. 말하자면 여기에 번쩍,저기에 번쩍 수많은 암행어사들이 세상을 쩌렁쩌렁 울리고 있는 꼴이다. 가래로 막아야될 일을 호미로 막자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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