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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치료술/박승평 논설위원(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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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치료술/박승평 논설위원(메아리)

입력
1990.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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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장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먹기만하고 운동을 못한 탓들인지 살이 쪄서 걱정이라는 소리가 흔히 들린다. 어찌보면 비만증은 자연을 파괴하고 멀리해온 기계문명이 초래한 가장 근본적인 현대병인듯 싶다. 비만에서 온갖 성인병이 비롯된다니 누구인들 무서워하지 않을 수가 없어,자연식품과 등산,조깅 등 운동이 붐을 이루고 있을 것이다.그런데 비만을 치료하는 전문의사들에 의하면 비만자들은 평소의 먹는 습관에 따라 세가지 유형으로 나뉜다고 한다. 첫째가 끝없이 먹어대는 게걸증환자들로 언제나 일을 쉬지않는 부류라고 한다. 이들의 또다른 특징은 다행히 잘먹는 만큼 신진대사도 왕성하다는 점이다.

둘째가 끼니때를 건너뛰면서 몰아서 포식을 일삼는 뜀뛰기 부류들이라고 한다. 살을 뺀다며 아침은 생략하고 점심도 먹는 시늉만 했다가 저녁과 밤에 밀린 음식을 한꺼번에 챙긴다.

셋째가 이미 쪄버린 살을 뺀다며 이제는 일부러 굶다시피하는 기아파들이라고 한다. 이들이 적게 먹는건 좋은데 몸의 신진대사 수준마저 떨어져 위험하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같은 세부류중에서 치료가 쉽고 효과가 제일 빠른것이 뜻밖에도 첫째의 게걸증세 비만자들이라는 사실이다. 활발한 신진대사에 맞추어 먹는 양과 시간을 정확히 가늠해 지키게만 하면 치료 첫날부터 효과가 나타난다고 한다.

그러나 끼니를 건너뛰며 몰아서 먹는 뜀뛰기부류나 기아파들은 뜻밖에 치료기간이 오래걸리고 효과도 늦게 나타나 의사들이 애를 먹는다. 특히 기아파들에 대한 치료는 먼저 음식을 먹게 만들어 위험스레 낮아진 신진대사율을 높이는게 앞서야 하기 때문에 치료초기엔 되레 살이 더 쪄버려 낭패를 당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러고보면 비록 전문영역의 치료술일망정 어쩌면 세상살이 이치와 다를바 없다는 생각을 불금케 한다. 평소 지나치게 일을 떠 벌리는 것을 비만치료에서의 게걸증환자로,평소 일을 미뤘다가 한꺼번에 몰아세우거나 아예 방치하는 행태를 뜀뛰기나 기아파부류로 한번 대입해 보면 그 해결효과도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총체적 난국수습으로 요즘 나라전체가 긴장에 싸여 있다. 먼저 재벌들의 보유부동산 매각선언이 있고,그것도 물타기가 아니냐는 비판소리가 잦아들기도 전에 조무래기 급의 상습투기꾼 명단공개가 이어졌고,투기조사를 중산층으로 대폭 확대한다는 방침이 또 터져 나왔다. 특명사정반 운영에다 고위공직자의 비리적발과 구속이 잇따르고 있고,국회의원들에 대한 내사로까지 번지고 있는 나날인 것이다.

모처럼 번지는 숙정과 자숙의 분위기에 국민들의 기대가 높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급히 먹은 밥이 목이 멘다』며 손놓고 있던 밀렸던 일을 한꺼번에 몰아 붙일 때 초래될 수 있는 「견제와 균형」상실을 은근히 걱정하고도 있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노폐물이 쌓여온 오늘의 비만 사회이다. 그 치료도 명의의 손길처럼 전문적이고,차근차근하며 꾸준해야 효과가 높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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