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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정권의 교훈(이성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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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정권의 교훈(이성춘칼럼)

입력
1990.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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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 4월6일 한국신문편집인협회가 주최한 「신문의 날」기념식에 장면국무총리가 특별연설을 하기위해 등단했다.『…요즘 나라정세가 어수선한 가운데 민주당내각이 무능하고 무력하다 약체내각이다 운운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것이 연립내각 거국내각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뜻이라면 내각책임제의 참뜻을 모르는 말이요,정책의 입안과 실천능력이 없다는 얘기라면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말입니다. 우리정부가 독재가 아닌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있음은 분명합니다. …현내각의 목표는 정치적으로는 민주체제의 확립이요,경제적으로는 자립경제의 실현입니다. 우리는 어떤 난관이 닥치더라도 이 길을 가야만 합니다』

평소 근엄하고 과묵한 장총리답지 않게 「무능하다」「소신없다」라며 민주당정권을 거세게 비판하는 야당 혁신계 급진학생 언론 등에 대해 정면반격을 가했다.

민주당정권이 출범한 이래 나라형편은 폭발하는 각계각층의 요구와 주장으로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지만 특히 61년 3월∼5월 중반에 이르는 기간은 나라전체가 술렁이는 난국이요 위국이었다. 해만뜨면 각종 데모가 꼬리를 물고 산업침체로 실업자가 넘치는가 하면 절량농가는 배고프다고 아우성이고 쌀값등 물가는 천정부지로 뛰는 가운데 혁신계와 일부학생들은 급진적인 통일논의를 펴 어수선했고 장면내각은 야당의 공격으로 흔들렸다.

그러나 시국불안을 더욱 가중시킨 것은 안정을 주도해야 할 정치권의 불화와 정쟁,그리고 9개월간 3차례 개각에도 불구,갈팡질팡한 장정권의 중심잃은 자세 등으로 정치에 대한 신뢰는 점점 떨어져갔다.

결국 단군이래 최대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보장하면서 뒤늦게 난국의 늪에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쓰던 장정권은 5ㆍ16군사쿠데타로 무너졌고 민주주의의 싹은 완전히 짓밟히고 말았다.

오늘의 위기와 난국을 두고 많은 사람들은 바로 30여년전인 61년 봄의 상황과 너무나 비슷하다고 말한다. 위국의 진행과정과 정부와 정치권의 딴전과 때늦은 시국대응자세가 너무나 비슷하기 때문인 것이다.

더욱이 바닥에 떨어진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예나 이제나 똑같다. 연초부터 대다수국민들이 물가가 뛰고 경제가 뒷걸음치고 증권시장이 곤두박질치고 토지투기열풍에 전ㆍ월세값이 치솟고 치안이 흔들려 「큰일났다」「어려운 상황이다」「난국이요 위기다」라고 걱정해왔는데 정부ㆍ여당의 자세는 어떠했는가. 만사를 공권력에 의존하는 정부는 느긋하게 낙관했고 거여인 민자당 또한 대권밀약이니 당권분점이니 하며 권력싸움만 벌인 것은 엄청난 실책이자 국민에 대한 배임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당정이 뒤늦게 심각성을 깨달아 「총체적 난국」으로 규정하고 대통령의 특별담화를 비롯,재벌소유부동산 증시안정 공직사회기강확립 등 위국수습처방을 실시한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나 지각대응으로 경제나 민심은 병이 들대로 들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어느 나라 어느 시대에서나 나라상황이 위기에 봉착했을 때는 이를 극복하는 길은 국민적지지속에 적절한 처방을 얼마나 시의에 맞게 실천하느냐에 달려있다. 자칫 극약요법 즉 초고단위의 처방을 잘못쓰거나 남발할 경우 난국을 오히려 확산시키거나 국정을 그르칠 우려가 있는 것이다.

그동안 「물정부」「물대통령」이란 평을 들어오던 정부가 뒤늦게나마 예상을 뒤엎고 초고단위처방의 칼을 빼어들었다. 이같은 대응으로 토지투기나 증시등이 부분적으로 안정의 효과를 보이고 있는게 사실이다.

그러나 많은 국민들은 강력한 몇가지 조치를 보면서도 추진과 효과 등에 대해 적지않은 우려를 갖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첫째는 이번 대책이 얼마나 충분한 검토끝에 단행된 최선의 방안인가,아니면 안정분위기를 위해 무작정 강도높은 안을 채택한 것인가 하는 점이다. 충격요법이라면 후속조치를 서둘러 준비해야 할 것이다. 둘째는 이것이 근본적으로 토지투기를 막고 물가와 증시를 안정시키는 근치용이냐,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응급용이냐 하는 점이다. 재벌의 부동산처분 종용의 경우 1천5백여만평이 비업무용의 전부가 아닌 빙산의 일각이라는 게 국민들의 인식임을 알아야할 것이다. 또한 국세청이 모처럼 작심하고 밝힌 토지투기자들중 발표대로 전현직고위공직자들은 단 한사람도 없다는데도 많은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이다.

셋째는 정부의 추진의지다. 정말 노정권이 토지투기근절과 물가안정 그리고 깨끗한 공직사회의 기강확립을 위해 이번 시책을 끝까지 밀고나갈 것이냐 하는 점이다. 지금까지 국민들은 역대정권이 소리만 크게 질렀다가 눈감아 주고 또 송사리만 잡은채 흐지부지해온 것을 너무나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조치를 보면서 다시 한번 한심하게 여겨지는 것은 정부의 감사기능이다. 감사원은 말할 것 없고 청와대의 사정기능 각 부처의 자체감사기관은 지금까지 불법적인 땅투기가 버젓이 횡행하고 공직사회의 기강이 진작부터 문제가 되었는데도 이를 적발하지 못한 것은 말도 안된다. 알고 있으면서도 국민에게 알리지 않거나 시정명령을 하지 않았다면 직무태만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이제 노대통령이 내정안정의 시한을 연말까지로 못박았고 지난 3개월반동안 국민에게 실망만 안겨주었던 민자당도 전당대회를 끝낸만큼 정부ㆍ여당은 심기일전하여 새로운 시정과 정치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침묵과 이해와 묵인과 인내만이 최선이자 능사가 아니다. 노대통령은 팔을 걷어 붙이고 나라경영의 최일선에 나서야 한다. 5년단임 임기가 2년9개월 남았지만 실제로 그 나름의 국정의 청사진을 실천할 기간은 길지 않은 것이다.

민자당의 분발은 긴 얘기가 필요없다. 당권이나 대권장악도 국민의 지지와 신뢰가 있을 때만 가능한 것이다.

서둘러 거여의 구실을 해야 한다. 정치적 계산과 이해를 가름할 때가 아니다. 여야 영수회담도 조속히 추진하고 국회도 즉각열어 국가의 모든 난제를 따지고 시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땅에 떨어진 정치권­거여에 대한 불신을 조금씩 씻고 국민에게 기대감을 안겨 주어야 한다. 오히려 이같은 난국때 거여의 진가와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 만일 민자당이 올하반기까지 여전히 자만속에 부질없는 내분과 정쟁으로 일관할 경우 민자당은 국민의 눈밖에나 무용지물이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민자당은 30년전 장면내각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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