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뢰명단 발견으로 수사 급진전/「명성사건」이후 최대 공무원비리검찰은 14일 건축허가를 둘러싸고 뇌물을 받은 서울시 관리관급등 고위간부 4명을 구속하고 국ㆍ과장급 간부 8명을 자체징계토록 함으로써 공무원사회의 비리에 대한 숙정이 본격화하고 있다.
검찰의 이번 구속은 지난7일 노태우대통령의 공직자기강확립 지시에 따라 청와대에 설치된 특명사정반이 가동을 시작한 시점에서 취해진 조치라는 점에서 6공의 공직자비리척결 신호탄이라는 의미를 갖게됐다.
이번 사건은 지난83년의 명성사건으로 윤자중 당시 교통부장관 등 공무원 10명이 구속된이래 7년만에 터진 최대 공무원비리사건이기도해 앞으로 공직자사회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김기춘검찰총장이 지난10일 4개부처장관 합동기자회견에서 『각부처의 실ㆍ국장급 이상 고위공직자들의 비리사실에 대해 내사를 진행중』이라고 밝힌대로 앞으로 비위공무원에 대해 검찰권의 강력한 메스가 가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지난3월 유진관광호텔 사업시행자인 곽유지씨(72)의 측근으로부터 투서를 받고 사건을 이명재부장검사에게 배당,내사해왔다.
그러나 검찰로 소환돼 조사를 받던 곽씨가 동맥경화증으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는 바람에 수사진전이 늦어지다 이달초 곽씨로부터 호텔건축허가취득을 위해 호텔건설본부장 김기준씨(52) 등 호텔관계자를 시켜 공무원들에게 1억여원을 사례비와 접대비명목으로 건네주었다』는 자백을 받고 뇌물수수자명단이 적힌 장부를 찾아내면서 수사가 급진전됐다.
수표추적 등을 통해 충분한 증거를 확보했다고 판단한 검찰은 지난12일 해당공무원들을 사무실과 자택에서 전격연행 철야수사끝에 혐의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수사관계자는 『관련공무원중 3∼4명은 수뢰사실을 완강히 부인하다가 김씨등 뇌물전달자와 대질신문하고 증거를 제시하자 13일 상오부터 혐의사실을 시인했다』고 밝혔다.
이관계자는 『공직비리엄단 차원에서 연행자 5명 전원을 구속해야 한다는 강경론도 있었으나 공무원으로 오랜기간 봉직해온 점과 현행 2백만원이상으로 돼있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뇌물수수)의 적용기준이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강하게 대두돼 뇌물액수 1천만원선을 구속기준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같은 구속대상자기준에 따라 당시 건축허가주무담당자로 뇌물액수가 많은 김영수 도시계획국장과 박명화 종합건설본부 건축부장(전건설관리국 재개발과장) 등 2명과 도시계획ㆍ조경계획심의위원으로 간여했던 김인식 종합건설본부장(당시 건설관리국장) 변의정 동대문구청장(당시 환경녹지국장)을 구속하고 뇌물액수 5백만원인 이충우 서초구청장과 과장급공무원 7명은 형사처벌에서 제외,서울시에 자체징계토록 했다.
서울시 공무원 수뢰사건은 당초 곽씨가 88올릴픽을 기해 호텔을 개장할 계획이었다가 곽씨를 둘러싼 내부분란이 빚어지고 여러차례 사업계획이 변경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진관광호텔이 사업시행 인가를 받은것은 염보현씨가 시장이었던 84년7월로 당시 전두환대통령의 인척이 인가과정에 관여,세간에는 5공비리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최종 건축허가는 88년11월 김용래시장 재임기간중에 내려졌는데 이 사이에 곽씨의 땅옆인 옛 국회의사당 제3별관 부지에 도심재개발사업인가를 받은 D토건측과 부지를 합쳐 고층호텔을 짓기로 하고 87년7월 사업계획이 통합됐다. 그 결과 사업규모는 부지 2천70평에 지하8층 지상34층의 객실 8백50실짜리 대형 호텔을 짓는 것으로 변경됐다.
호텔사업이 문제를 빚기시작한 것은 사업초기 곽씨가 실무책임을 맡겼던 조카 곽모씨가 50억원을 횡령하고 해외로 달아나면서부터.
서울시 관계자들은 그 이후 곽씨가 부하들을 믿지 못해 실무책임자를 3∼4명씩 함께 앉혀 이들 사이의 내분이 투서 등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있다.
이 와중에서 싱가포르의 샹그리라호텔이 총 1천3백여억원의 사업비 절반을 대기로 했으나 사업지연에 따라 전망이 불투명해지자 합작의사를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서울시가 유진관광측에 부지중 3백69평을 공원 및 지하8층의 주차장으로 건설,기부체납토록 한것이 환경녹지 및 주차장 관련부서 공무원에게까지 뇌물이 전달된 요인이 됐다.
곽씨는 일제때 일본으로 건너가 빠찡꼬와 부동산으로 돈을 모은뒤 70년대초 10층짜리 엠파이어호텔을 지어 고국에서 첫사업을 시작했는데 국내 모 투자신탁의 대주주인 갑부로 알려져 있다.【김승일ㆍ이광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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