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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바구니 물가와 대통령(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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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바구니 물가와 대통령(사설)

입력
1990.05.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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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대통령이 「장바구니 물가」를 확인하기 위해 11일 하오 약20분동안 서울의 통인시장을 돌아봤다. 대통령이 시장을 돌아봤다는 사실 자체보다도 이날 시장에서 맞닥뜨린 주부들과의 대화가 우리의 흥미를 끄는 내용이었다.『부동산 값이 너무 올랐다』고 말하는 주부가 있었고 『전세값 3천만원을 빌려 달라』고 말한 주부도 있었다. 또 『물가가 올라 1만원 가지고도 김치를 담글 수 없다』고 말하는 주부도 있었다. 아마도 노대통령으로서도 장바구니 물가의 실상을 「실감」했으리라고 짐작된다. 물론 옛날이나 지금이나 모든 국가정책은 그만한 국가의사결정기관과 행정조직을 통해 입안되고 실행되도록 돼 있다. 물가정책과 물가행정도 마찬가지다.

그런 뜻에서라면 노대통령도 당연히 우리가 당면한 물가문제를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대통령이 「현장확인」에 나선 것은 「아는 것」이상으로 「실감」하려는 의도로 환영할 일이다. 더구나 텔레비전화면에 나타난 현장보도로 봐서 사전에 시나리오에 따라 조작된 듯한 느낌을 주지 않았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발전이라고 할 것이다.

아마도 노대통령은 행정조직이나 언론을 통해 알고 있었던 이상으로 물가문제,그중에서도 장바구니 물가와 도시 서민의 전세값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실감했을 것이다. 한걸음 나아가 물가문제뿐만 아니라,정부가 국가행정 전반에 걸쳐 보다 적극적으로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하고,무엇보다도 민심을 파악하는 자세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우리 경제와 사회적 기강이 「총체적 단국」을 선언할 만한 지경에 이른 것은 그만큼 정부의 현실인식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소비자 물가뿐만 아니라,특히 부동산정책이나 수출산업과 관련된 산업정책,그리고 소비구조정책등 우리가 당면한 문제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문제가 이처럼 심각하게 된 원인은 물론 단순하지 않을 것이다. 기업이나 국민이 져야 될 책임도 물론 크건 작건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국정운영의 책임을 진 정부의 책임이 크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노대통령의 「현장확인」이 정부의 국가행정운영자세에 변화를 가져오는 긍정적 신호로 발전하기를 기대하고 싶다.

국가행정의 큰 줄기는 어디까지나 담당조직에 의해 안정적이고 능률적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또한 민주국가의 행정조직은 늘 국민의 뜻에 따라 운영돼야 한다는 것도 잊어선 안될 것이다.

우리는 총체적 난국을 보다 긍정적인 발전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특히 정부는 난국에 대한 본질적 인식을 바탕으로 해서,본질적 대책을 세우고 실천해야 한다.

만에 하나라도 정부가 본질을 외면한 전시용 행정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안이한 생각이라면 사태는 더욱 악화될 것이다. 그런 뜻에서 국민은 노대통령의 시장나들이의 의미를 결코 작게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다. 그만큼 앞으로 성과가 중요하다는 뜻도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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