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ㆍ거래 등 체계적 파악 시급/비업무용 판정기준 통일해야”/“업무용도 분양대신 임대제도 필요/택지소유 상한 6대도시외 확대를”/공개념연구 위원장 맡아 이론제시부동산투기에 대한 정부억제시책이 구체적 모습을 드러냈다.
「5ㆍ8조치」로 49개 재벌의 토지신규취득을 사실상 금지한데 이어 지난 10일에는 10개 재벌이 1천5백70만평의 토지를 내놓았으며 재벌의 부동산투기를 도와준 은행장이 해임되고 여태껏 이런저런 이유를 붙여 기피해오던 상습투기꾼들의 명단도 공개했다.
이같은 정부시책은 부동산시장 침체로 이어져 투기가 진정국면으로 들어가는 추세이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정부의 강경방침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또 이 조치로 투기가 완전히 뿌리 뽑힐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이같은 국민들의 의문에 대해 지난해 토지공개념 연구위원장으로 공개념제도에 이론적 틀을 제시해온 허재영 국토개발연구원장은 『5ㆍ8조치가 확실한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토지정보전산화,택지소유상한제의 확대실시 등 후속 보완조치의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하고 있다.
허원장으로부터 5ㆍ8조치의 의미와 효과등을 들어 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5ㆍ8부동산 특별대책」을 환영하고 있습니다. 이 조치의 의미를 다시 설명해 주십시오.
▲「5ㆍ8조치」로 기업들이 그동안 보유하고 있던 토지의 상당량을 내놓게 된 것은 획기적인 조치입니다.
토지공개념제도가 본격 논의된 지난해에도 30대 재벌은 많은 토지를 취득,작년말 현재 보유토지의 장부가격이 전년대비 30%나 늘어났다는 사실에서만도 대기업들이 그동안 토지투기를 선도해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기업들이 이번 조치로 토지를 내놓게 됨으로써 투기가 진정돼 땅값이 안정될 뿐 아니라 자금흐름의 왜곡현상도 시정돼 경제의 정상적인 발전에 기여하리라고 봅니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도 부동산투기가 근절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없지 않습니다.
▲정부가 정말로 토지투기를 뿌리뽑겠다는 의지가 있느냐,즉 정부의 실천의지에 관한 지적으로 받아들여지는데 이 부문에 대해 제가 말할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대통령이 앞장선데다 5ㆍ8조치 이후 투기관련 시중은행장 해임 등의 강경책과 상습투기꾼 명단이 처음으로 공개된 것들을 보면 정부의 단호한 의지를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조치만으로 투기가 근절될 것이냐는 의문에 대해서는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번 조치로 인해 당분간 투기가 잠잠해지고 따라서 땅값도 안정될 것입니다만 우리나라의 현실로 보아 감시에 조금이라도 허점이 생긴다면 투기는 언제든 재연될 수 있습니다. 국토의 가용면적이 좁아 토지에 대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고 있으므로 중장기적인 종합투기대책을 세우지 않는한 투기재연의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겠습니다.
이번 대책의 태반이 행정규제에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시피 제도적인 뒷받침이 마련되지 않으면 일과성으로 끝날 우려가 없지 않습니다.
어떤 제도들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입니까.
▲첫째로 토지에 대한 소유,가격,거래,이용상황 등 4가지 기본 토지정보가 전산화를 통해 체계적으로 관리되어야 합니다. 이번 조치로 땅을 내놓게 된 재벌외에 지하경제의 큰 손인 전문투기꾼들을 찾아내 제재를 가하려면 개인별 토지보유현황과 이용상황 등을 정확히 파악해야만 합니다. 토지정보의 전산화는 이를 위한 유일한 수단이라 할 수 있는데도 아직 완성계획조차 세우지 않고 있어 답답한 마음입니다.
또 지방의 토지행정기구와 전문요원의 확충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제도가 아무리 좋은들 이를 시행할 손발이 없으면 무엇에 쓰겠습니까.
투기대책으로 매우 유효한 수단인 토지거래허가제만 하더라도 지방행정관청에서 제대로 시행하지 못해 유명무실한 경우가 많습니다.
언제인가 모지방 관청에 들렀더니 담당공무원이 허가신고서에 써넣을 토지가격을 민원인과 상의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기가 찰 노릇이지요.
민원인이 써낸 가격을 심사토록 되어 있는 것을 상의해서 결정하니 아무리 허가제를 시행한들 제대로 될리가 있겠습니까.
이번 대책이 미흡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기업의 업무용ㆍ비업무용토지의 판정기준에 아직도 허점이 많으며 금융기관의 자기자본대비 부동산보유 한도의 하향조정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을 꼽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지난해부터 몇 차례에 걸쳐 정부는 업무용ㆍ비업무용토지의 판정기준을 강화해 왔습니다만 아직도 비업무용토지를 업무용으로 위장할 수 있는 여지가 많습니다.
또 지방세법과 법인세법,토지초과이득세법 등이 규정하고 있는 비업무용토지 판정기준이 서로 달라 통일이 시급합니다.
한편 금융기관의 자기자본대비 보유부동산 한도 하향조정은 보험업의 부동산보유한도조정 및 업무용부동산 판정기준의 강화문제와 함께 지난해 토지공개념 연구위원회에서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습니다만 이 역시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이들 금융기관의 부동산보유문제는 토지투기억제를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금융시장이 완전개방될 때에 대비해서도 매우 중요합니다.
지금과 같은 제도하에서는 외국 금융기관이 진출,우리나라의 토지나 건물을 마구 사들인다해도 효과적으로 막을 수단이 없습니다.
5ㆍ8조치로 기업이 정작 필요한 부동산을 사들이기가 어렵게 되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생산에 필요한 토지의 공급계획이 없다는 것이지요.
▲기업의 성장률이 높기 때문에 기업의 토지수요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업무용 토지는 과감히 공급해야 합니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 군장산업기지를 토개공과 대우가 합동개발하고 있는 경우와 같이 합동개발이나 공영개발로 업무용지 및 주거용지를 확대공급하고 이에 필요한 각종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해야 합니다.
또 이들 공업단지 등 업무용지는 앞으로는 분양하지 말고 임대를 해서 자본이득발생을 막는 제도도 강구할 때가 되었습니다.
물론 공단조성에는 돈이 많이들고 자본회임기간이 길어 어려움이 많겠지만 해안매립지 등 원가가 비교적 싼 곳은 지금이라도 임대로 용지를 공급한다는 것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이번 조치가 주택가격에는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봅니까.
▲토지와 주택은 실과 바늘의 관계입니다. 이번 조치와 각종 보완조치로 땅값이 안정되면 주택값도 안정될 것입니다. 아마 분당 등 신도시의 입주가 시작될 내년 하반기이면 이같은 예측이 사실로 드러날 것입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주택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2백만호 주택건설계획이 완료되는 오는 92년 이후의 주택공급계획이 세워져야하며 또 지역균형개발을 통한 수도권 인구집중억제시책도 효과적으로 시행되어야 합니다.
토지공개념제도를 강화할 필요는 없습니까.
▲공개념제도를 종이호랑이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아마 토지초과이득세가 첫 부과 될 내년 하반기가 되면 투기꾼들은 크게 놀라게 될 것입니다. 저로서는 이번 조치가 토지공개념이 실효를 보게 될 내년 하반기까지 토지거래를 위축시켜 우선 급한 불을 끄고보자는 발상이 아닌가도 생각될 정도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공개념관련 법안중 현재 6대도시만 대상으로 하는 택지소유상한법은 시군지역 및 기타지역으로도 확대,시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6대도시에만 시행하다보니 지난해에 시군지역에서의 투기가 두드러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기 때문이지요.【정숭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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