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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그룹 1천5백만평 부동산매각 안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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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그룹 1천5백만평 부동산매각 안팎

입력
1990.05.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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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ㆍ여론밀려 「타의의 처분」/당초 천만평 계획에 정부질책… 더 늘려/도심 땅빼고 조림지 많아 눈가림 지적도/재벌들 “정치인ㆍ관료층 땅도 많은데”불평/「반강제ㆍ선정기준」 휴유증우려10대 그룹들은 10일 당초예상보다 많은 1천5백70만평의 부동산을 자진 매각하고 경제난국극복을 위한 5개항의 결의문을 채택함으로써 일단 형식적으로는 정부의 「5ㆍ8경제특별대책」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10대 그룹들은 정부가 대기업의 비업무용 부동산을 매각하라고 지시한 후 과연 얼마만큼 내놓아야 하는가를 놓고 부심해 오면서 조금이라도 매각규모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써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정부의 확고한 의지가 강도높게 표명되고 여론의 향배도 재벌에 불리하게 돌아가자 「고육지책」의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따라 당초 계획했던 1천만평선이 미흡하다는 정부측 지적에 따라 전격적으로 1천5백70만평으로 매각상을 확대하게 됐다.

10대 그룹회장들은 이날 부동산 매각계획 발표와 함께 「10대 그룹의 결의」를 통해 근로자복지증진및 주택지원,중복ㆍ과잉투자의 자제,건전한 기업윤리 확립 등을 다짐함으로써 경제난국타개에 솔선수범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의문내용도 과거의 기업인 윤리대회에서와는 달리 세전 당기순이익의 1%를 근로자복지기금으로 적립한다든가 중소기업 업종에 대해서는 조속히 중소기업에 이양하고 향후 일체 투자하지 않는다는등 매우 발전적인 내용도 포함돼 있어 나름대로 최대한의 성의를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재벌들이 내놓은 땅을 자세히 살펴보면 도심지의 노른자위땅은 미미한 반면 상당부분이 지방의 미개발토지이거나 조림지여서 눈가림식이라는 비난도 없지않다.

실제로 가장 많은 땅을 매각하겠다고 발표한 삼성그룹은 총5백77만평중 90%가 넘는 5백27만평이 전주제지의 조림지이며 삼성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선경그룹의 3백16만평중 3백만평이 서해개발조림지라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 때문에 재벌들의 부동산 매각계획이 여론무마용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반강제적인 부동산 매각발표로 인해 앞으로 적지않은 후유증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10대 재벌들의 이같은 모임자체가 각 그룹이나 전경련등 재계의 의사와는 전혀 관계없이 이루어짐으로써 재벌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으리라는 것.

지금 당장이야 정부서슬과 여론에 밀리고 있지만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그리고 개인적으로 많은 토지를 보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없이 여론재판으로 재벌들만 궁지로 몰고 있다는 항변이 터져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8일 경제단체장회의에서는 「법대로 하자」라는 주장이 제기됐으며 이날 결의모임이 있기 직전까지도 그룹별로 부동산 매각규모를 확정짓지 못해 진통을 겪은 점이 향후 이와 관련한 마찰이 계속 되리라는 것을 예고하고 있다.

또 그룹별로 매각부동산 규모가 큰차이를 보이고 있는데다 10대 재벌의 선정기준자체도 애매모호해 각 재벌간에도 이를 둘러싼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날 10대 재벌이 발표한 부동산 매각규모는 전체 보유부동산의 약17%에 해당되는데 대원칙은 각 그룹별로 최소한 10%였다.

그러나 각 그룹이 주장한 바에 따르면 동아가 전체보유부동산의 42%,럭키금성 22.5%,삼성ㆍ선경이 각20%,한진이 8.2% 등 격차가 많이 남으로써 정부의 작의적인 기준에 대해서도 논란의 소지를 남겨 놓고 있다.

재벌들로서는 매각부동산의 성격에 다소 문제가 있지만 일단 정부가 시키는 대로 여론이 하라는 대로 한 것만은 틀림없다. 그러나 정부는 경제정책의 과오에 대해서는 별다른 반성없이 모든 책임을 재벌들에만 뒤집어 씌운 부담이 남게 된다.

또 이같은 재벌들의 부동산매각으로도 부동산투기가 잡히지 않거나 최소한 3조원으로 추산되는 부동산매각자금이 증시나 생산적인 투자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그 책임은 정부가 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 정부가 기업의 주장대로 금융실명제를 연기해주고 경제팀을 교체해 가면서까지 기업의 투자의욕을 북돋워주겠다고 발표해 놓고선 갑자기 모든 부동산투기의 책임을 재벌에만 전가하는 듯한 태도도 국민들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심지어 재벌들에는 토지를 팔게 하고 뒷전으로는 상당한 반대급부를 주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일부의 주장도 꽤 설득력있게 나돌고 있다.

이번 10대 그룹의 부동산 매각조치를 보는 여론중에는 정부가 드디어 칼을 뽑았다는 인식보다는 『어리둥절하다』든가 『뭔가 이상하다』는 목소리도 상당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 같다.

재벌에 대한 이미지가 워낙 나쁘기 때문인지 정부가 이번 조치를 반강제적으로 강력하게 추진한 데 대해서도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지는 않고 있는 것이다.

또 부동산투기에 재벌들이 큰 영향력을 미친 것은 사실이지만 전ㆍ현직 장ㆍ차관이라든가 정계에서 실력자로 알려진 사람들의 땅투기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될 만하다.

사실 재계에서는 이 점을 가장 강조하면서 기왕 부동산투기를 잡으려고 나섰다면 모든 공직자나 정치인에 대해서도 똑같은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가 명심해야 할 것은 어떤 경제정책ㆍ조치를 취하든간에 우선 국민을 설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고,재계는 정부가 충격적인 요법을 사용하기 전에 자발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방준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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