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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고­군부 불화설 “계산된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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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고­군부 불화설 “계산된 과장”

입력
1990.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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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군장악 이미 “끝”정리용 성격/“소 군축기선 제압” 미서도 유포고르바초프의 개혁정책이 군부 강경파 등 수구세력의 강력한 저항으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는 분석이 잇달아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리투아니아 등 발트 공화국에 대한 군사개입과 관련해 거론되기 시작한 군부의 반 개혁압력설은 새삼스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들어 갑자기 군부 등 수구세력의 도전으로 인한 내전위험,또는 체제붕괴 가능성이 소련과 서방에서 동시에 제기돼 일견 상황이 심각한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이같은 위기론은 지난 3일 나토 소식통들에 의해 처음 제기됐다. 이 나토 소식통들은 고르바초프의 대통령 선출을 앞두고 개혁세력들의 민주화 촉구 캠페인이 절정에 달했던 지난 2월말 모스크바의 대규모 시위 당시 『군부 강경파가 모스크바 시내에 수천명의 정예병력을 몰래 진입시켜 대항 움직임을 보였었다』고 전했었다. 이같은 「비화」는 사실은 소련의 권력 체계를 고려할 때 신빙성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이 「폭로」는 소련군부의 개혁에 대한 불만이 심각한 상태에 이르지 않았나 하는 우려를 불러 일으켰다.

이어 부시태통령을 비롯한 미 행정부 고위관리들은 군축에 반대하는 소련군부의 「발호」를 우려하면서 소련체제의 내부 붕괴 가능성을 지적하고 나섰다. 그동안 소련의 개혁의 장애를 비교적 호의적으로 평가했던 부시대통령이 이같은 극단적 평가를 공개적으로 내놓은 것은 확실히 이례적인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에는 소련 자체내에서 군부 강경파의 목소리가 높아진 듯한 상황이 전개됐다. 지난 7일 크렘린에서 열린 대 나치 전승45주년 기념리셉션에서 일단의 퇴역 군인들이 『나사를 죄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고르바초프에게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야조프 국방장관도 이들의 강경 입장을 적극 지지한 것으로 알려져 수구세력의 압력이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을 낳았다. 여기에 고르바초프의 측근인 셰바르드나제 외무장관이 『보수강경 세력들이 핵시설을 위협하는 등 사회적 폭발을 초래할 위험이 크다』고 경고,내전 위험성을 거론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이같은 일련의 「위기론」은 모두 실제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고 봐야옳다. 먼저 소련쪽에서 나타나고 있는 개혁 지도부와 군부간의 갈등현상은 위기를 알리는 것이라기 보다는 본격적인 군축 및 군부개혁을 앞둔 내부정리용 논쟁에서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소련군부는 기본적으로 고르바초프의 개혁노선을 확고히 지지하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소련군부는 군사력과 국력의 기반인 경제의 회생을 위한 개혁에 전면 동의하고 있으며,특히 낙후된 군수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도 개혁을 지지하고 있다. 고르바초프가 추진하고 있는 군사 전략에의 「신사고」 적용과 이에 따른 동서 군축 및 군사비ㆍ병력 축소 등을 군부는 이미 오래전부터 전면수용하고 있다. 오히려 군부내 소장개혁파들은 스탈린식 군사체제의 비효율성을 앞장서 비판,군비축소를 통한 군 현대화와 징병제 폐지 등 혁신적 조치를 촉구하고 있다.

군부 강경파의 존재여부도 사실은 의문시되고 있다. 고르바초프는 집권이후 군부개혁파를 대표하는 야조프를 국방장관으로 발탁하는 것은 물론 국방차관 16명 대부분과 최고위급 야전지휘관 2백명의 3분의2를 소장 개혁세력으로 교체했다. 또 군부가 상당부분 독자적으로 담당해온 군사정책 입안을 민간자문위원회와 과학원 및 외무부 등으로 분산ㆍ이관 했다. 또한 보수파의 대표격이던 바르샤바조약기구 군사령관 쿠리코프 원수를 퇴역시키면서 평화시 의원수 계급을 폐지,군의 체제내 지위를 격하시켰다. 이같은 일련의 군부개혁이 이미 상당기간 진행돼온 상황에서 고르바초프의 개혁에 조직적으로 저항하는 세력이 군부내에 있을 수 없다는 것이 객관적 분석이다.

특히 고르바초프가 대통령으로서 군통수권을 독점하고 있는 현재 군 내부의 불만이 고르바초프의 지도력을 위협하는 수준에 도달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다만 최근 나타나고 있는 군부의 불만 표출은 군의 사회적 지위 및 발언권 약화와 발트3국 사태와 관련된 군내부의 통제력 이완에 대한 우려의 표출이라고 할 수 있다.

고르바초프 등 개혁지도부는 군부의 불만을 수용하는 동시에 본격 개혁을 촉구하는 양면전략을 택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고르바초프는 군부가 5월9일 전승기념 군사퍼레이드를 갖는 것을 승인하는 한편,야조프를 원수로 승진시켜 군부를 배려하는 자세를 보였다. 그러나 고르바초프는 8일의 전승 기념식에서 소련군의 영웅인 스탈린을 신랄히 비판하면서 신사고에 따른 군부 개혁을 다시 강조하고 나섰다.

고르바초프의 이같은 군무 개혁촉구는 이달말의 미소 정상회담과 전략무기감축협상(START),유럽재래식군축회담(CFE) 등의 본격진전을 앞두고 자신의 군축 이니셔티브에 군부가 적극적인 수용자세를 갖출 것을 촉구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셰바르드나제 외무장관의 「내전 위기론」도 「수구적 팽창론자」들의 과오를 비판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르바초프의 군부 개혁촉구 발언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한편 이같은 분석을 토대로 볼때 미국 등 서방측의 「소련체제 위기론」은 습관적인 악의적 분석에다가,임박한 군축 협상을 앞두고 소련측의 군축이니셔티브를 선제 봉쇄하고,그 의미를 감소시키려는 의도가 결합된 과장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소련내의 주요 정치일정이나 미소 정상회담 등을 앞둔 시점에서는 언제나 「고르바초프위기론」을 거론해 온 것이 서방측의 관행이었다. 이렇게 보면 소련의 군부 저항으로 인한 「위기론」은 결국 동ㆍ서 군축논의가 다시 본격 논의될 「행사」가 임박했음을 알리는 한 상징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강병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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