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합당 1백여일만에 이뤄진 민자당 전당대회는 시종 약속과 다짐,결의로 이어지는 말의 성찬을 펼치며 전체국회의석 2백99석의 73%인 2백18석의 위용을 과시했다. 당초 4월말로 예정됐던 대회를 이날까지 두번씩이나 연기케한 속사정이나 3일동안 축제형식으로 치르려던 계획을 변경할 수밖에 없었던 고민을 모두 털고 싶은 듯 했다.노태우대통령은 총재수락 인사말에서 『민자당 창당으로 안팎도전에 대응하여 통일조국을 실현할 굳건한 정치체제를 이뤘다』며 『지속적 개혁을 통한 안정과 안정위의 발전으로 당면한 정치ㆍ경제ㆍ사회적 어려움을 극복할 힘도,자신도 있다』고 역설했다.
김영삼대표최고위원은 『민자당의 출범은 현실안주가 아니라 잘못된 타성과 발상으로부터 벗어나 새롭게 다시 태어나는 것이어야 한다』며 『총체적인 국정개혁과 지도층의 도덕성 회복및 자기쇄신만이 사회적 위기감을 씻어낼 수 있는 확실한 길』이라고 소리를 높였다.
김종필최고위원은 『집권당인 우리당의 할 일은 국태민안과 국리민복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라고 했는가 하면 박태준최고위원은 『이인동심이면 기이단김이라고 했듯 민주ㆍ번영ㆍ통일대업을 위해 흙 한삼태기를 더 보태는 자세를 갖자』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한결같이 최근 민자당에 향한 냉담한 여론을 『당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생생한 증거』라고 해석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1ㆍ22합당선언이후부터 비슷한 얘기를 누차 들어 왔던터라 전혀 새로울 것이 없지만 이런 대목들을 굳이 거론하는 이유는 있다. 정치권의 시세가 유례없는 바닥세를 맴돌고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말따로 행동따로 속셈따로」의 정치지도자의 행태및 이에따른 신뢰성의 실추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때마침 민자당 주가를 올리기 위한 고단위 경제처방이 내려졌지만 정부의 부동산 투기근절 의지가 여전히 여론의 시험대에 올라 있다.
사회일각에서 민자당 해체를 요구하는 시국선언이 나오는 사정을 뒤로 하더라도 재출발을 다지는 민자당에 대해 선뜻 지지의 박수가 나오지 않는 이유를 당지도부는 생각해야 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