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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구조도 바로 잡아야겠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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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구조도 바로 잡아야겠다(사설)

입력
1990.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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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변의 기적」이라고 입의 침이 마르게 자랑하던 우리경제가 세계의 웃음거리가 되고서야 정부는 「총체적 난국」을 선언하고 대책을 내놨다. 물론 총체적 난국이란 경제위기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그러나 난국의 상당부분은 경제적 난국이요,또 그것은 잘못된 경제구조와 정책때문에 빚어진 것이다. 가장 두드러진 문제가 재벌기업의 땅투기에 있다는 것은 이미 정부도 인정한 셈이다. 우리경제의 구조적인 불균형이 대기업의 땅투기로 나타났다고 한다면,한국경제의 위기를 몰고온 또다른 불균형이 가계와 소비구조에도 있다는 것을 잊을 수 없다.

그것은 근래 시비거리가 돼온 소위 「과소비」의 문제다. 지나친 소비라고 해서 「과소비」라는 말로 표현된 소비구조의 불균형은 우리 사회가 지니고 있는 다양한 문제가 복합적으로 빚어낸 문제다. 두말할 것도 없이 분배의 지나친 불균형,게다가 정의롭지 못한 불로소득이 지나치게 판을 치면서 표면화된 현상이다.

88년의 올림픽이후 서울에서는 몇해째 세계 유명상표의 사치품 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꼴이다. 인천항을 통해 수도권지역 소비자를 겨냥하고 쏟아져 들어오는 호화사치품은 작년보다 자그마치 40배이상 몰려오고 있다. 고급승용차는 55배나 늘었다.

침대 부엌가구 의자같은 고급가구 수입이 42%나 뛰고,대형냉장고등 가전제품 수입도 최고 40배까지 뛰고있다. 이제는 아기 기저귀도 일본,오스트레일리아 등에서 올들어 석달동안에 벌써 3백만달러어치나 들여왔다. 값비싼 털가죽 소비가 10배로 뛰고,골프장이 늘면서 잔디수입이 늘고있다.

제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눈살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는 사치품 올림픽은 이 나라 분배구조의 심각한 불균형과,고소득층의 부도덕한 모습을 노출시키고 있다. 게다가 일부 대기업과,대기업이 경영하는 대형백화점들이 이처럼 몰지각한 과소비를 부추기고 있다.

몰지각한 과소비는 흔들리고 있는 국제수지에 타격을 주고 있을뿐 아니라,사회전체에 심각한 마찰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쪽에서는 전세값을 구하지 못해 10여명이 자살하는 비극이 벌어지고 있는 판에 국산만 못한 수입품에 펑펑 돈을 뿌리는 불균형은 이 사회의 병든 도덕적 위기의 징표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왕 정부가 총체적 난국을 선언하고,적극적인 대책을 펴겠다면 몰지각한 고소득층의 과소비를 억제하고 자제하는 방안도 생각해야 할 것이다. 물론 소비자 자신이 정신을 차려 몰지각한 소비바람을 자제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대형유통업체가 수입사치품 소비를 부추기는 관행을 근본적으로 개혁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운동도 보다 적극적으로 망국적인 수입 소비바람을 견제하는 건전소비운동에 힘을 쏟을 필요가 있다.

분배의 불균형도 문제지만 소비의 불균형은 모든 불균형을 노출시키고 마찰을 불러 일으키는 직접적인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가진 쪽에서 「기득권」을 양보할 생각이 없다면,적어도 몰지각한 소비행태를 부끄러워할줄 아는 양식을 발휘해야 한다.

동시에 정부로서도 건전소비를 유도하고 소비광풍을 억제하는 모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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