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자유당이 우여곡절끝에 오늘 제1차 전당대회를 가짐으로써 본격적으로 출범하게 된다. 그러나 이를 지켜보는 국민의 표정은 지극히 담담하고 또 냉랭하다. 어떻게 해서 민자당이 국민으로부터 이같은 시선을 받게 되었는가는 스스로가 잘 알 것이다. 따라서 민자당이 이날 대회에서 다짐할 일은 자명하다. 멀리 떠나간 국민의 마음을 돌리는 작업부터 선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리적인 합당이 우리 정국에 준 충격,국정을 팽개친 채 지난 1백여일간 벌인 부질없는 파쟁과 권력다툼등을 겸허한 자세로 반성하는 대국민사과를 표명할 것을 권하고 싶다.민자당은 이날 대회에서 당운영방식,강령 등을 확정하는등 절차적인 데 역점을 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국민이 정작 궁금한 것은 거여의 출범이 우리의 난국해소에 여하히 작용할 것인가다. 민자당의 당운영체제가 과연 순항할 것인가,또다시 더 큰 파쟁으로 국가적 불안을 가중시키지는 않을 것인가,쌓이는 의구심은 결코 적지 않다. 이점 민자당 수뇌부는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민자당의 자랑대로 여야 3당이 거여로 뭉친 일은 우리 정치사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거의 유례가 없는 일이다. 가히 상상을 뛰어넘는 세기적인 대정치역사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이 정도의 엄청난 결행이라면 민주체제에서는 국민의 뜻을 묻는 것이 원칙이다. 국민의 동의를 얻을때야만 통합과 거여의 진가가 발휘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을 추인받기 위해서도 민자당은 앞으로 펼칠 정치와 정책에서 뼈를깎는 각고의 노력과 결연한 실천이 있어야 하는 것으로 두말할 나위가 없다.
민자당이 전당대회에서 재확인할 당의 진로,정강정책과 국정운영방략 등은 사뭇 눈부시다. 자유민주주의체제와 시장경제원칙을 준수하고,전향적으로 개혁을 지향하고 공약을 실천하며 늘 책임을 지고 통일을 앞당기겠다는 의지는 어느하나 나무랄 것이 없다. 문제는 어떠한 각오와 자세로 이를 하나하나 국민이 실감할 수 있게 이행해 나가느냐이다. 민자당이 창당선언문에서 내건 「영구히 국민과 함께하는 국민정당」은 결코 무위나 태만과 주먹구구로 이룩되는 것이 아님을 강조하고 싶다.
우리는 그동안 민자당이 보여준 시행착오를 염두에 두면서 언제나 거여가 범하기 쉬운 몇가지 맹점을 다시 강조하고자 한다. 민자당은 먼저 거대한 국가권력과 원내 절대의석에 의존하여 나태와 안이한 자세를 경계해야 한다.
여론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방자함이나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무모함은 그간 너무나 많이 나타났었다. 대권만을 의식한 계파지도자간의 인기경쟁과 비민주적인 당운영등도 거여를 무기력하게 하고 병들게 하는 지름길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단 3개월간 14%라는 밑바닥 지지도는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닌 것이다.
민자당은 노태우대통령이 국난을 극복,「정치ㆍ경제를 안정시키겠다」는 시한인 연말까지를 당의 1차적 사활의 판가름기간으로 삼아야 한다. 국민의 지탄과 외면을 벗고 의젓한 여당다운 여당이 되는 길은 분명하다. 안으로는 민주적이고 공개적인 당운영을 밖으로는 민주화와 개혁의 견인차역이 되고 모든 공약과 정강정책을 하나하나 성실하게 실천하는 길밖에 없다. 새출발하는 민자당이 명심해야 할 일은 정말로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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