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인 8일상오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한강성심병원 영안실에서는 전날새벽 불에타 숨진 딸 박진희양(19)의 참변소식을 전해듣고 전남진도에서 달려온 어머니 이화자씨(50)가 통곡하고 있었다.어머니를 부축하던 자매들도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며 서로 부둥켜 안았고 의자에 앉은 아버지는 넋을 잃은채 허공만 쳐다보았다.
3년전 진도에서 언니둘과 함께 서울에와 가내봉제공장에 다니며 어렵게 생활해온 진희양은 지난 7일새벽 어이없는 죽음을 당했다.
진희양은 6일밤 용산구 서계동공장에서 일하는 언니 해양양(21)을 찾아가다가 외출하고 없어 언니친구 박미숙양(21)과 잠을 자던중 술에 만취된채 침입한 불량배 2명의 습격을 받았다. 진희양은 폭행을 피하려고 반항하다 이들이 지른 불에 질식돼 숨졌다.
진희양등 세자매는 중학교를 졸업한뒤 함께 상경,용산구 서계동에서 자취하면서 각자 인근 가내봉제공장에 나녔다.
언니 해양양은 동생이 조금만 늦어도 마중을 나갔고 진희양도 언니를 도와 살림을 잘꾸려 이웃의 칭찬이 자자했다.
1남6녀의 네째딸인 진희양은 평소 공부를 계속하는 것이 소원이었다. 일을 하지 않는 시간에는 꼭 인근서점에서 산 헌교과서로 공부를 했다. 부모에게는 늘 안부전화를 하고 얼마 안되는 월급에서 일부를 떼어 송금하는 효녀이기도 했다.
진희양의 몸에 석유를 끼얹고 불을 질러 숨지게한 2명중 강순철씨(22)는 84년 폭력혐의로 소년교도소에 수감중 고입검정고시에 합격했었다. 강씨도 진희양처럼 가정형편으로 고교에 진학하지못한 것을 안타까워 했으며 학업을 계속하는게 소원이었다고한다.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꿈을 잃지않고 열심히 산 진희양과 주위환경을 극복하지 못한 강씨의 경우는 너무 대조적이다.
강씨등의 흉악한 범죄는 딸이 카네이션을 달아주어야할 어머니의 가슴에 평생동안 뽑히지 않을 못을 박고 말았다.【이충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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