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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국들 「통독자결권」인정/「2+4」외무회담 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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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국들 「통독자결권」인정/「2+4」외무회담 결산

입력
1990.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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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분단질서 종결상징/소 「군사지위」 유연ㆍ대 파국경선보장 재다짐 등 족쇄제거/2차회담 대타협 가능성독일통일의 구체적형태와 유럽신질서를 모색하기 위한 이른바 「2+4」외무장관 첫번째 회담은 「통독」과 「하나의 유럽」을 공동확인 함으로써 독일분단으로 표현돼 온 유럽에서의 전후대립 질서를 사실상 종결지었다.

동ㆍ서독과 미ㆍ소ㆍ영ㆍ불 등 6개국 외무장관들은 5일 7시간의 회담을 끝내고 발표한 공동선언문을 통해 6개국은 통독작업을 지체없이 추진해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 발표는 우선 독일문제에 관해 법적 우선권을 지니고 있던 전승4개국이 독일의 민족자결권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닌다. 앞으로 속개될 2ㆍ3ㆍ4회담을 통해 이에 관한 전승 4개국의 지위변경과 독일주권문제 등이 구체적으로 논의돼야 하지만,통독 논의에서 동ㆍ서독의 주도권은 확실히 보장받은 셈이다.

헬무트ㆍ콜 서독총리는 6일 성명을 통해 『이번회담이 독일과 유럽에 역사적인 전기가 됐다』며 『40년동안의 분단끝에 모든 독일인의 통일염원이 이제 성취되고 있다』고 감격조로 선언했다.

회담이 열린 5월5일은 마침 지난 55년 전후 서독의 주권을 전승4개국이 처음으로 인정해 준 날짜와 일치해 그 상징성이 더두드러지고 있다.

서독 언론들도 『냉전은 끝났다』고 일제히 대서특필하면서 『이제 진정한 우리의 주권에 따라 우리문제를 처리하게 됐다』고 이번회담이 독일민족에게 갖는 역사적 의의를 부각시켰다.

이같은 상징성외에 이번회담은 사실상 관련당사국들이 상호기본입장을 표명,확인하는 선에서 그친채 구체적 논의는 뒤로 미뤄졌다.

그러나 통일독일의 군사적지위와 관련,통독의 내부적절차와 나토잔류 등 대외안보적 문제가 동시해결돼야 한다고 주장해 온 소련이 이를 철회,통독의 내부절차가 급속히 진척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점이 가장 큰 성과도 평가되고 있다.

셰바르드나제 소외무장관은 겐셔 서독외무장관에게 통일독일의 나토가입을 원칙적으로 반대한다는 기존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안보문제를 검토할 수 있는 과도기를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혀,상당히 유연한 자세를 내보였다.

소련의 이같은 양보자세는 이미 통독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된 이상,자국의 안보이해 때문에 통독절차를 지연시킨다는 인상은 주지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이같은 소련의 양보에 부응해 서독을 비롯한 서방4개국도 소련의 안보이해를 인정하고 있다. 서방측은 2차대전중 대독동부전선을 떠맡아 2천만명 이상의 희생자를 낸 소련의 안보상 「권리」를 결코 무시하지는 않겠다는 다짐을 거듭하고 있다.

콜 서독총리도 35개국 유럽안보협력회의(CSCE)의 기능을 확대,나토와 바르샤바조약기구의 양대군사블록을 초월하는 새로운 범유럽안보체제를 구축해야 할 당위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콜 총리를 비롯한 서방측은 통독의 나토가입은 불변의 목표라는 입장을 견지해 앞으로의 협상에서 과제로 남게됐다.

통독의 나토가입의 꼭 소련에 불리할 것이라는 지적에는 많은 의문이 따른다. 일부 분석가들은 앞으로 형성될 통일독일의 거대한 군사력이 중립독일의 독자적 통제하에 놓이는 것보다는 강력한 나토의 통제에 따르는 것이 유럽안보를 위해 더 유익하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소련이 이에 반대하는 진짜 속셈은 경제ㆍ민족문제 등 국내문제에 대응할 시간적 여유를 벌이기 위해서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같은 소련의 입장은 고르바초프대통령의 대외정책자문인 게오르기ㆍ아르바토프가 6일 미 NBC TV와의 대담에서 『독일통일논의에 쟁점이 되고 있는 안보문제를 완화시킴으로써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밝힌데 이어 『여기서 완화란 제외가 아닌 연기일 뿐』이라고 실토한데서도 엿볼 수 있다.

이는 7월로 예정된 소공산당전당대회를 앞두고 고조되고 있는 군부의 반발을 무마시키려는 크렘린의 계산된 지연책이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오는 9월 모스크바에서 개최될 4차 「2+4」회담에서는 통독의 외부적 족쇄를 모두 제거하는 역사적 절충안이 나올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낙관되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 특기할만한 것은 논란과 우려의 대상이돼온 독ㆍ폴란드국경선 문제와 관련해 서독측이 현국경선을 인정할 것임을 분명히 선언,우려를 불식시켰다는 점이다. 서독은 이번회담에 앞서 바이체커대통령이 폴란드를 방문,나치의 폴란드침공 50년만에 처음으로 공식사과를 하고 국경선보장을 다짐하는 등 치밀한 배려를 했다.

물론 앞으로 각국이 타협을 모색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현재의 동ㆍ서독 주둔군의 지위변경과 철수,핵무기 처리,통일독일군창설 및 배치문제 등 세부문제들에서부터 나토ㆍ바르샤바조약기구의 역할 재조정 등은 쉽게 합의될 수 없는 사안들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이같은 사안들은 유럽의 신질서구축이 장기적인 이해조정이 필요한 역사적과제임을 상기하면 즉각적인 타결이 어렵다고해서 결코 통독과정을 방해할 걸림돌은 될 수 없을 것이다.【윤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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