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치권」강화 불신해소 총력/경제직접점검… 재벌횡포 제동/사정대폭 강화 공직기강 확립/정치일정도 영향… 지자제ㆍ차기후계구도 늦춰질듯노태우대통령의「5ㆍ7특별담화」는 총체적 난국에 대한 상황인식과 이의 타개를 위한 통치차원의 의지천명으로 요약되어 있다.
노대통령의 난국상황에 대한 책임인식과 시한부 타개의지 천명은 6공 정부가 처음으로 배수의 진을 쳤다는 점에서 국정 제분야에 상당한 변화를 초래케 할 것으로 보인다.
노대통령은 특히 담화문에서 변화예측의 기본바탕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놓고있다. 그것은 단호하고 엄정한 법집행,기업의 과다한 부동산 강제매각 등에 의한 부동산 투기근절,정치성 불법노사분규에 대한 강력대처,제조업 지원을 통한 경제안정,정치에 대한 국민불신 해소 등이라 할 수 있다.
지금부터 정부는 정치ㆍ경제ㆍ사회 등 각 분야에서 긴박한 행보로 후속조치를 펴나갈 것이 확실시 된다.
우선 정치분야에서는 통치권 장악범위에 변화가 올 것으로 보인다. 집권민자당과 정부내에 확고하게 노대통령의 위상을 정립시키려 할 것이다.
사실 노대통령은 대통령 취임이후 지난해말 5공 청산까지의 초기집권기간,4당체제의 여소야대 정치상황에서 「힘없는 대통령」이었다. 금년초 3당통합에 의한 정계개편으로 거여의 기반을 구축했으나 권력의 균분화 현상,위계질서의 난립,더구나 당권과 차기대권을 둘러싼 계파간의 내분으로 실질적인 정치기반은 물론 대국민 신뢰도를 현저히 실추시켰다.
말하자면 노대통령은 취임이후 지금까지 2년3개월간 정치적 영향력의 측면에서 공백기를 지내온 셈이었다.
그의 정치적 영향력의 공백현상은 최근의 집권당 내분과 중첩돼 경제적 침체와 국민불안 가중등 총체적 난국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돼 왔다.
노대통령은 9일의 민자당 전당대회에서의 총재직 선출을 계기로 당의 위계질서를 바로잡아 나갈 것이며 자신을 정점으로 한 당내 힘의 집중화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힘의 집중화와 관련하여 노대통령은 조만간 주요 당직일부를 개편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는 계속되어진 당내분과 특히 최근의 사무처요원 동요등에 대한 책임과도 연결되어지는 대목일 것이다.
노대통령은 당직의 일부 개편과 동시에 정부기관의 주요 요직교체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정의 요직인사 교체시기는 국회회직자의 임기가 만료되는 5월말이나 6월초께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다음으로 통치권자의 고유권한인 사정활동이 대폭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각종시책 특히 부동산투기 근절대책과 관련한 공직자에 대해서는 엄정한 사정활동이 전개될 것이다. 이미 청와대안에 경제ㆍ민정ㆍ행정비서관으로 부동산대책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놓았다. 앞으로 고위공직자들의 생활패턴이 상당히 건전한 쪽으로 선회해 갈 것이 예상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정치일정상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점은 가장 유의해야 할 부분일 것 같다. 우선 지자제 실시 시기가 늦춰질 가능성이 높다.
당초 6월말 이후로 예정됐던 지자제 실시가 불가능한 국면에 접어들었으나 금년말까지도 실시유보가 유력시 되고 있다. 이와함께 차기를 예비하기 위한 중요 정치일정이 조금씩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 내각제 개헌,후계구도 설정 등이 이에 포함될 사안이다. 만약 노대통령이 당초 구상했던 대로 이들 정치일정을 밟아갈 경우 그에 앞서 통치권의 누수현상은 급격히 빨라져갈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같은 정치적 변화가 순탄하게 진행되리라는 보장은 확실치 않다. 노대통령은 당내에서 통치권을 장악해갈 경우 당내분이 촉발되고,반대로 당내분의 원인을 최소화할 경우 통치권이 분산되는 딜레마를 갖고 있다고 해야할 것이다.
경제적 분야에서는 가장 가시적인 변화가 올 것으로 보인다.
우선 재벌급 대기업에서부터 자발적으로 기업이윤 추구방식의 변화가 올 것으로 기대되어진다. 기업의 과다한 부동산에 대한 「강제매각」의지가 이를 잘 대변한다. 사실 지금까지 재벌급기업은 제품 생산ㆍ판매에 의한 이윤추구보다는 부동산투기등 각종 재테크로 이윤을 추구해왔다. 또한 재벌급기업의 문어발식 기업확장에 확실한 제동이 걸리면서 대기업의 업종특화가 강력히 추진될 전망이다. 중소기업분야나 유통업 진출은 제도적으로 차단되게 된다.
정부는 이와관련한 후속조치내용을 8일 밝히게 되며 이의 실현을 위한 정부의 금융ㆍ세제상의 강제적 유인장치를 설정,정부의 조치를 따르지 않는 기업은 엄정한 불이익을 받게 될 전망이다.
노대통령은 또한 종전과 달리 전면에 나서서 경제현황을 점검하고 챙기는 모습을 자주 보이게 될 것 같다. 5공때까지의 「지시경제」는 아니라 하더라도 최우선적으로 수출ㆍ물가ㆍ부동산대책 등,경제분야를 독려해 나갈 것이다.
사회적 분야에서는 불법행위와 정치성 노사분규에 대한 강력한 제재조치의 윤곽이 어떤 형태로든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KBS사태ㆍ현대중공업파업 등이 소강국면에 접어들고는 있으나 다시 확대 재연될 경우 정면대응의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KBS의 휴업령이 정부일각에서 검토되고 있는 것은 이와 관련해 유의해 볼 대목이다.
지금까지의 외형적 국정추세는 민주화 가속→갈등증폭→경제적 후퇴였다고 볼 수 있는데 노대통령은 이날 담화에서 경제적 발전→갈등해소→민주주의 발전이라는 역순을 강조하고 있다. 노대통령은 총체적 난국극복을 위해 귀납적 국정경험논리를 채택한 것으로 풀이된다.【이종구기자】
◎노대통령 시국담화문<요지>요지>
국민여러분,우리나라 정치 경제 사회 각분야에 걸쳐 당면하고 있는 어려움때문에 국민의 불안감이 조성되고 있는 오늘의 현실에 대해 국정의 최고책임자로서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요즈음 국민의 불안이 높아진 것은 민생치안ㆍ법질서의 문란 등 전환기적 현상이 가시지 않은데다 최근 몇가지 사태가 상승작용을 한데서 빚어지고 있습니다.
3당통합으로 정치적 안정의 바탕이 마련되었으나 체질이 다른 정치세력을 통합하여 새로운 여당을 창당하는 과정에서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주었습니다.
정부는 정책의 일관성에 대해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국민은 정부의 안정의지조차 믿으려 하지 않고 있습니다.
집값이 올라 내집마련의 꿈이 멀어진 수많은 국민들의 허탈감,전ㆍ월세값이 뛰어 서민의 고통이 컸습니다.
국민의 방송인 KBS의 장기불법 제작거부사태,이에 이은 현대중공업의 불법파업이 사회불안을 확산시켰습니다.
이같은 모든 현상에 대통령으로서 깊은 책임을 느낍니다.
저는 늦어도 금년말까지 정치 경제 사회의 안정을 이루도록 비상한 각오로 국정을 이끌 것이고 이기간중 다음과 같은 노력을 집중적으로 벌여나갈 것입니다.
첫째,법을 어기는 행위에 대해 단호하고 엄정한 법집행으로 이 사회의 질서를 바로 세울 것입니다.
둘째,대기업과 증권ㆍ보험회사 등이 보유하고 있는 비업무용 부동산과 과다한 부동산은 강제매각을 해서라도 처분토록 하고 기업이 생산활동보다 부동산투기를 통해 이익을 챙기는 풍조는 고치겠습니다. 이미 공표된 토지공개념관계법과 4ㆍ13부동산투기억제대책을 통치권차원에서 강력히 실천토록 할 것입니다.
셋째,합법적인 노동운동은 최대한 보장하겠지만 불법분규나 노사관계를 이탈한 정치적 목적의 집단행동에는 강력 대처하겠습니다.
넷째,기업의 투자의욕을 고취하고 제조업의 경쟁력 향상과 기술개발을 최대한 지원하여 우리 경제의 안정성장을 이루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근로자와 서민을 위한 주택건설,농어민과 저소득층의 복지향상을 위한 정책을 차질없이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집권당의 책임자인 저는 민자당의 단합과 정치에 대한 국민불신해소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우리 경제가 경쟁력이 떨어지고 무역수지가 적자로 반전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위기에 처한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사회에 짙게 깔린 불안심리가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는 데 있습니다.
경제는 정부 힘만으로 되지 않습니다. 정부의 실책도 없지 않았지만 지난 3년간 임금이 1백% 오르는데 물가가 오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물가가 오르면 서민과 근로자가 먼저 피해를 보고 우리 경제의 경쟁력도 약화되게 마련입니다.
스스로는 사치한 생활로 소비풍조를 조장하면서 다른 사람과 정부탓으로만 돌린다면 우리 모두의 고통만 더해질 뿐입니다.
각계 국민 여러분이 이 나라의 주인은 바로 국민 스스로라는 민주시민의식을 갖고 맡은 바 자기직분을 다해주어야 합니다.
정부가 할 일은 대통령인 이 사람이 책임지고 하겠습니다.
저는 특히 다음 사항에 대해 각계 국민 여러분께 각별한 협조를 구합니다. 발전의 혜택을 입은 기업인은 국민의 바람이 무엇인지 직시하여 이 사회의 안정기반을 튼튼히 할 수 있는 일은 자율적으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갈등의 소지가 되고 있는 토지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활동에 꼭 필요하지 않은 부동산은 스스로 처분하고 노사와 국민화합을 위한 노력을 적극 전개해주어야 하겠습니다. 근로자 여러분은 생산성을 높이고 임금인상을 생산성 향상 범위내로 자제해 주어야 합니다.
지금 근로자와 서민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집문제도 92년까지 2백만채의 새주택이 공급되면 호전됩니다.
이 사회에 영향력을 지닌 언론과 지도층은 정부의 잘못도 비판하지만 이 사회의 그릇된 풍조를 바로잡는 데도 소신있게 나서 주어야 합니다.
우리는 그동안 이룩한 민주발전과 번영,북방정책의 결실을 바탕으로 이제 통일의 길을 본격적으로 열어 가야 합니다. 민주사의 운명을 결정하는 중대한 시기입니다. 저와 정부는 비상한 자세로 나갈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의 협조를 호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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