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자유당의 당무회의는 9일 전당대회에 앞서 강령을 개정,내각책임제로의 전환을 강력히 시사하여 주목을 끌고 있다. 이에대해 민자당이 당론으로 공식확인을 미루는 가운데 민정ㆍ공화양계는 사실상 「내각제추진의 첫걸음」임을 강조하고 있는 데 반해 민주계는 성급한 해석이라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결론부터 말해 이를 지켜보는 국민의 입장은 지극히 당혹스럽기 짝이 없다. 앞으로의 정치상황전개와 관련,가장 중요한 부분인 헌정구조의 개편방향을 거대여당이 이런 식으로 흘려야 하는 것인지 어리둥절하기만 한 것이다.우리는 여기서 민주주의 민주정치의 효율성과 관련,내각제나 대통령제중 어느 것이 보다 더 한국적 정치풍토에 적합한가,적합치 않는가를 따질 생각은 없다. 다만 우리정치의 장래와 매우 중요하게 관련될 부문을 범국민적 의견수렴의 과정이나 순서를 생략한 채 또다시 집권당의 필요나 편의대로만 끌고 나가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을 지적해 두고자 하는 것이다.
민자당은 강령1항 중 「…성숙한 민주정치를 구현한다」는 대목 대신 「의회와 내각이 함께 국민에게 책임지는 의회민주주의를 구현한다」로 고쳤다. 이 표현에 대한 계파간의 해석도 다르다. 민주주의의 대도를 걷는 거여로써 꼭 고쳐야 했다면 당당하게 「내각책임제를 추진한다」고 명기했어야만 했다.
바로 이같이 엉거주춤하면서도 묘한 여운을 풍기는 표현 때문에 국민은 새삼 민자당의 정치행위에 대한 의구심을 더하게 된다. 민자당은 통합이 「명예혁명」이니 「구국의 결단」이니하는 거창한 자찬과는 달리 지난 1백여일간의 창당준비기간동안 3계파가 당권을 둘러싼 끊임없는 정쟁으로 보낸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더구나 박철언 전정무장관의 폭탄발언으로 국민의 의혹을 갖게 한 장차 대권밀약설이 일단 덮어졌지만 창당때부터 내각제 개헌을 통한 대권분점설은 끊임없이 흘러나왔고 강령과 당헌개정에서 내각제 시사와 함께 대통령이 맡게 되는 당총재의 임기를 2년으로 못박아 이래저래 궁금증만 더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민자당으로서는 일본의 자민당을 모델로 겉으로는 보수대연합을 표방하면서 실제는 3계파 특히 노대통령과 두 김씨의 위상과 직결된 계속집권을 가장 먼저 고려했을 것임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그러나 계속집권은 물론 이를 위한 헌정구조의 개편도 민자당 뜻대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국민대다수의 이해와 동의가 있어야 한다. 이것은 장차 민자당이 새로 태어나는 자세로 국민에게 얼마만큼 거여의 구실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는 것이다. 즉 집안싸움만 하는 데 식상한 국민의 인식을 어떻게 바꾸느냐에 달려있는 것이다.
민자당은 국민이 무엇을 생각하고 또 거여에 대해 무엇을 원하는가를 깊이 인식해야 한다. 내각제개헌으로 가는 준비와 시간이 촉박하겠지만 꼭 결행해야 한다면 우선 당내의 민주적 토론의 장정을 거쳐 국민을 납득시켜야 한다. 더구나 총체적 난국이라는 지금은 개헌얘기 권력구조개편 얘기를 꺼낼 때가 아니다. 전당대회에서 강령과 당헌 정강정책 등의 수정권을 중앙위나 당무회의등에 위임하고 노대통령이 제시한 난국수습이 끝난 뒤 자구노력 국민설득을 거친 뒤에 정략차원의 슬그머니식이 아닌 당당한 방법으로 제기하여 심판을 얻어야 한다. 이 어려운 때에 민자당은 김치국부터 마시는 장래 대권얘기는 더이상 않기 바란다.
더구나 지난 40여년간 명분이 좋든 나쁘든 갖가지 윤색된 개헌논의가 정국을 혼란케 하고 국민의 마음을 술렁이게 했다는 것을 재삼 심중히 생각할 것을 권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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