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통합을 위한 평민당과 민주당(가칭)의 협상이 8일 상오 5인협상대표의 「상견례」를 겸한 접촉으로 본격 시도된다. 작년말부터 제기돼 3당통합이후 거세어지기 시작한 야권통합논의가 6개월여만에 공식적인 협상테이블에 오르는 것이다.그동안 평민당과 민주당은 각종채널의 비공식 접촉을 갖고 사전정지작업을 하는등 야권통합이 갖는 국민의 절대적 여망을 의식하는 행보를 보였지만 두당의 입지나 견해차가 뚜렷해 통합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두당의 협상대표단장을 중심으로 한 5인대표들의 입장을 정리,두당의 입장을 10문10답으로 정리해 본다.
①통합협상에 임하는 각오와 자세는.
②통합에 대한 전망과 성사될 경우 그 시기는 언제쯤으로 보는가.
③당대당 통합원칙 아래서 합당지분이 최대쟁점으로 등장할 것 같은데 이에대한 입장은.
④통합의 또다른 부분이랄 수 있는 재야와의 관계설정은 언제쯤 어떻게 할 것인가.
⑤상대당 협상대표 인선은 적절하다고 보는가.
⑥평민당은 전당대회연기 결정이후 통합에 적극의지를 보인 것으로 비쳐지고 있고 민주당은 창당 4대이념에 야권통합이 들어가 있는데도 당내입장정리가 잘 안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
⑦통합협상의 최대 장애요인은 뭐라고 보는가.
⑧87년의 후보단일화 실패와 대통령선거 패배후의 통합협상 실패 때문에 이번의 경우도 비관론이 만만치 않은데.
⑨김대중평민당총재와 이기택 민주당창당준비위원장과의 담판성격을 띤 회담을 주선할 용의는.
⑩상대방에 대해 주문하고 싶은 게 있다면.
◎평민대표 5인의 견해/민심이반… 절호의 기회살려야/「지분」에 앞서 외부영입이 중요
①국민은 「3당통합」으로 정치가 혼미를 거듭하고 이로 인해 국가적 위기가 발생하자 믿을 수 있는 정치대체세력을 원하고 있다. 이러한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야권이 힘을 합쳐야 한다. 국민의 뜻을 받드는 겸허한 입장에서 통합협상에 임하겠다.
야권이 민심이반으로 조성돼 가고 있는 천재일우의 수권기회를 현실화시켜야 한다는 각오로 협상에 임하겠다. 어떤 경우에도 통합은 이뤄져야 하고 또 그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②평민당 입장에서 얘기하자면 평민당은 70대8이라는 의석의 절대적 분포에도 불구하고 당대당의 합당에 적극적 자세를 갖고 있다.
그리고 당명변경과 집단지도체제채택및 지도부 경선등의 요구를 적극 수용했다.
평민당이 이렇게까지 대부분의 기득권을 포기한 마당이므로 통합의 전망은 매우 밝다고 본다. 물론 민주당도 이러한 평민당의 충정을 잘 알 것으로 믿는다. 통합의 시기는 두말할 필요없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인내를 가지고 임하는 것은 좋지만 통합은 가능한 한 조속한 시일내에 이뤄져야 한다.
③통합지분등은 외부에서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 같은데 우리입장으로는 협상이 잘 진전되면 후반에 가서 얘기되어야 할 성질의 문제라고 본다. 지분을 갖고 미리부터 다툼을 벌이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못하다는 생각이다. 민자당이 계파간의 지분을 놓고 다투다가 파탄에 이르고 있지 않은가. 지분결정에 앞서 어떤 인물을 기용하는 것이 국민에게 수권야당으로서의 신뢰감을 줄 수 있는지를 먼저 생각해봐야 한다. 믿을 수 있는 외부인사영입의 경우나 우열이 분명한 지구당을 먼저 결정하고나서 지분을 결정해야 할 것이다.
이 경우 국민의 심판을 받은 현역의원은 그 지위가 분명히 존중되어야 한다. 50대50이니 어쩌니하는 주장을 하는 것은 성급하다. 지분보다는 국민에게 믿음을 주는 야당을 만들어 내는 게 시급하다.
④국민적 수권정당이 되기 위해서는 범야민주세력이 총단결해야 하고 재야도 당연히 한식구가 되어야 한다. 안타까운 것은 재야가 아직 야권통합에 대해 통일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고 통합협상을 위한 통제력있는 기구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재야에는 정당결성을 추진하고 있는 민연추뿐 아니라 광범위한 민주인사 모두가 포함되어야한다. 재야의 경우에는 기구를 통한 단체교섭과 기구를 통하지 않는 영입케이스도 사안별로 고려되어야 한다.
⑤협상도 시작하기전에 상대방대표에 대해 평가를 한다는 것은 바람직스럽지도 않고 미숙한 얘기라고 생각한다. 당명에 따라 협상테이블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으면 된다고 본다.
⑥평민당이 전당대회연기이후 통합에 적극성을 보였다고 말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싶다. 정치는 현실인데 주변의 상황을 무시할 수 없다. 혹시 평민당이 뒤늦게 통합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그 이전의 주변상황이 통합을 위해 무르익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⑦통합으로 가는 길에 가로놓여있는 최대의 장애요인은 지역감정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는 가운데 과거의 잘못된 정치가 남긴 최악의 유산인 지역감정에 중독돼 있는 측면이 많다. 정통성없는 과거 정권이 자신들의 취약한 정권유지를 위해 조성해 놓은 지역감정이 30년 가까이 계속되다보니 알게 모르게 세뇌돼 있기 때문이다. 야권통합을 위해서는 독재정권이 만들어 놓은 과오와 업보를 규탄하고 이를 탈피해야 한다. 야권통합을 바라지 않는 세력의 방해작업을 극복하는 것도 중요한 대목중 하나이다. 어느 권력이나 야권이 한데 뭉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을 찬찬히 생각해봐야 한다. 자칫하면 우리 서로가 모르고 있는 사이에 이러한 함정에 빠질 수 있음을 항상 경계해야 한다.
⑧지난날의 실패에 대해서는 뼈아픈 자성을 하고 있다. 그러나 야권이 분열만 하지 않고 힘을 합쳤던 경우도 많았음을 기억해 주었으면 한다. 과거 신한당과 민주당이 합쳐 신민당이 탄생했고 70년의 신민당대통령 후보지명전때에는 김대중김영삼씨가 건곤일척의 승부를 겨뤘지만 야당은 흩어지지 않고 선거에서 최선을 다했다.
또 63년의 대통령선거에서는 윤보선씨와 허정씨가 막판에 가서 후보단일화를 이루기도 했다.
⑨필요하면 주선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협상대표단이 최선을 다해야 할 때이다.
⑩지역구 이해관계등 소승적 입장을 벗어나 주었으면 한다. 지역감정에 함몰돼 이를 자신들 입장을 관철시키는 힘의 원천으로 활용해서는 안될 것이다. 평민당도 그러하겠지만 민자당에 절대적으로 실망하고 있는 국민다수가 믿음직스런 수권대체세력을 원하고 있음을 서로가 명심했으면 한다.【이병규기자】
◎민주대표 5인의 견해/6월 창당대회이전 마무리를/김총재의 지역성이 최대장애
①지역당을 타파하고 진정한 수권대체세력의 형성을 3당통합이후 모든 국민이 바라는 염원이다. 따라서 야권통합은 단순히 한때 헤어졌던 야당정치인들이 다시 합친다는 의미를 넘어 국민들이 진정으로 기뻐할 민주국민정당출현을 실현시킨다는 차원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기본인식아래 대의를 위해선 모든 소리를 버릴 수 있다는 각오를 갖고 협상을 시작할 각오이다.
②당대당 통합,대표경선이란 「쉽지 않은」 우리측 제의를 평민당이 즉각 수용함으로써 일단 오는 8일 협상테이블에 앉게 됐다.
합당의 논의야 당지도부서 하지만 합당의 주체는 결국 지구당위원장들이다. 따라서 결코 쉽지는 않다고 본다. 가능하다면 6월로 창당대회전까지 마무리되어야 한다고 본다.
③당대당,조직대 조직간의 통합이면 족하다. 우리는 당초 내부당론으로 평민당과의 지분은 50대50으로 정했으나 평민당의 요구대로 현실적인 바탕에서의 협상여지는 충분히 있다.
평면적이고 산술적인 몫나누기는 의미가 없다. 철저한 민주절차에 따른 합당이라면 지분비율이 6대4,혹은 그 이상이라도 그것때문에 협상이 깨어지진 않을 것이다.
④어디까지나 통합이지 흡수병합의 차원이 아닌만큼 일단 합법적인 정치조직을 갖는 실체가 필요하다. 따라서 준비정당으로서의 민연추가 현재로서 그 당사자일 수 있다.
그러나 2개의 매듭을 한꺼번에 풀기보다 하나씩 풀어나가는게 더 현명하기 때문에 지금상황에선 재야와의 관계는 2차적인 문제다.
궁극적으로는 그들과 하나가 되어 유신및 5공후계세력과 싸워야 한다.
평민당과의 합당을 먼저 이룬 다음 재야세력에 대한 매듭을 풀어나가는 게 옳다고 본다.
⑤협상의 의지를 1백% 담은 인선은 아니지만 구태여 문제삼을 이유는 없다고 본다. 당내에서 평민당 협상대표단의 일부가 김대중총재의 「직계」라며 반대하는 기류도 있었고 87년 대통령선거 당시의 통합서명파 중심으로 교체되길 희망하는 목소리가 높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표단인선은 그 자체가 당의 내부사정과 의지를 담은 것이고 따라서 상대방의 그러한 상황은 인정하고 협상에 응해야 할 것이다.
⑥민주당은 통합에 관해 처음부터 분명하게 그 의지를 밝혔고 또 실천해 왔다.
지난번 1차 조직책임명때에도 평민당 현역지역구는 아예 접수조차 받지 않았으며 지난달 28일에는 통합원칙과 그 구체적 방안을 공표하기 까지했다.
당대당 통합,집단지도체제,민주적 절차에 의한 대표경선등이 민주당의 기본입장이며 그 이상도 이하도 이나다.
다만 평민당에서 지분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협상대표단에 일임하는등 입장을 모호하게 취하고 있는 것이 다소 불만이다.
⑦솔직히 말해서 김대중 평민당총재가 갖고 있는 강한 지역성이다.
합당의 실질적 주체인 지구당위원장들의 반발도 여기에 모아지며 또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다. 총선에 임하는 후보들에게는 당의 얼굴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만큼 「김대중당」으로 선거를 치르기엔 비호남지역에서의 부담이 너무나 크다고 느끼고 있다. 그래서 철저한 민주적 대표경선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적 경선이란 누가 대표가 될 것인지 예정된 형식상의 투표가 아니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누구의 입김도 배제된 문자 그대로의 경쟁선출을 의미한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그 결과에 승복하게 될 것이며 명분도 서리라 생각한다.
⑧이번 통합이 지난번 대통령선거때의 후보단일화보다 훨씬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당시에는 개인의 결심만으로도 가능한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이해당사자가 너무 많이 혼재해 있으며 반발 또한 만만치가 않다.
그러나 그때와 비교할 때 절대적인 거대여당앞에 서있는 만큼 『야당은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절박감은 더 크다. 따라서 성심성의를 다한다는 자세 하나만으로 협상에 나설 것이다.
한편 대통령선거직후의 야권통합운동을 진지하게 추진된 것이 아니었기에 비교의 가치가 없다고 본다.
⑨지엽적인 문제가 정리되고 정말 정치적 결단에 의해 통합의 성사여부가 달려있는 국면이 되면 두사람이 만날 필요가 있으리라 보며 따라서 적극주선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단계에선 협상추진에 별 도움이 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⑩야권통합이 갖는 뚜렷한 목적을 공동으로 인식해야 한다. 야권통합은 최소한으로 얘기해서 대한민국을 위한 것이고 넓게 말한다면 90년대 한반도 전체의 장래가 달려있는 것이다.
이같은 장기적 안목에서 볼때 평민당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알 수 있으리라 믿는다.【정병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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