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서 가장 부지런하고 헌신적이면서 그 수가 많은 동물은 무엇일까. 아마 개미일 것이다. 근착 외지에 소개된 하버드대 생물학 교수는 에드워드ㆍ윌슨의 「개미」라는 저서에 따르면 북극의 동토지대에서 남태평양의 섬에 이르기까지 지구상에는 8천8백종의 개미수가 10경(경ㆍ도의 일만배)에 이른다고 한다. 이 숫자는 지상의 모든 척추동물을 합친 것보다 많은 것으로 이같은 개미가 만약 없어진다면 수만종의 다른 생물도 사라지면서 지구의 생태계는 난국을 맞게 될 것이라고 윌슨은 주장한다.흔히 우리는 부지런함의 상징으로 개미를,게으름의 대명사로 베짱이를 꼽아왔지만 그 저서에는 하찮게만 보이는 미물인 개미의 알려지지 않았던 경탄할만한 생태가 소상히 소개되고 있다. 특히 만물의 영장인 우리의 머리를 숙이게 만드는 사실은 개미사회 특유의 「초유기체」조직이다. 이 조직이란 개미 한마리 한마리가 모두 독립된 개체인데도 실제적인 생태나 진화는 마치 개미집을 단위로한 단일개체와 같은 기능을 가진 것을 뜻한다. 그래서 한마리의 개미는 조직체의 세포처럼 기능하면서 가족들을 위해서는 자기생명을 버리는 애타심의 극치를 이룬다. 개체별 기능도 특유의 조직에 걸맞게 철저히 분업화되어 병정개미ㆍ일개미ㆍ여왕개미로 나뉘어 있음은 이미 알려진 일이다. 하지만 땅속에서 버섯을 키우는 농사개미에 독 주머니를 차고 다니다 자신의 배를 터뜨려 독액을 발사,적을 퇴치한 후 자기목숨을 버리는 화생방 특공대 마저 있다니 개미란 결코 미물만은 아닌 것이다.
바야흐로 총체적 난국의 먹구름이 우리사회를 짓누르고 있다. 지금껏 허장성세로 할 일들을 방치하고 남탓만 하면서 허송세월하다 이제사 잇단 대책회의다,강력규제다 하면서 모두들 큼직한 묘방들을 찾느라 야단들이다. 나라가 이 지경이 된 중대한 시점인데 왜 난데없는 개미타령이냐고 하겠지만,애시당초 오늘의 난국이란 것도 곰곰 생각해 보면 모두가 작은 일들을 게을리한게 거듭 쌓여서 초래된 것임을 깨우칠 필요는 없는 것일까 하는 노파심 탓이다. 지도자건,재벌이건,노동자건,학생이건 그 누구인들 눈앞의 작은 일도 말끔히 해내지 못해 왔으면서 과연 행정력이난 강권을 발동해 한꺼번에 쌓인 일을 해치울 수가 있고,판을 한꺼번에 뒤엎는다고 우리사회의 길이 과연 바로 잡히겠는냐는 의문도 남는 것이다.
어제 저녁 자리를 함께했던 어느 인사는 거래관계로 만난 어느 일본기업인이 『우리는 남들이 시시콜콜하게 생각하는 일에 악착같이 매달려 결국 오늘의 경제대국을 이룩했다』고 말했음을 소개했다. 낙숫물이 바위를 뚫어내듯 개미처럼 모두가 맡은 작은 소임들을 부지런히 해낸 결과가 총체적 번영을 가져왔다는 뜻이었다고 한다.
결국 총체적 난국을 총체적 번영으로 되돌리는 일도 각자가 맡은 작은 일에서부터 재출발하지 않으면 안될 시점인 것 같다. 개체는 한낱 곤충에 불과한 미물이지만 사회생활을 훌륭히 이끄는 개미떼들,그리고 한사람 한사람은 보잘것 없지만 뭉치면 엄청난 저력을 발휘하는 이웃 일벌레나라의 교훈을 우리는 어느새 잊고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