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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임시대통령 건츠(뉴스 메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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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임시대통령 건츠(뉴스 메이커)

입력
1990.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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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년반소봉기 앞장… 6년간 투옥됐던 작가/민주포럼과 연합,동구 첫 민정탄생 산파역동구대변혁의 봉화를 가장 먼저 올렸던 헝가리가 마침내 43년간의 공산통치를 공식 마감하고 새로운 체제를 향한 험난한 대장정을 시작했다.

3일 자유총선 이후 첫번째 회기가 폐막된 헝가리의회는 자유민주연합 소속이며 헝가리작가동맹 의장인 아르파드ㆍ건츠(68)를 임시대통령(국회의장)으로 선출하고,민주포럼 요세프ㆍ안탈당수(58)를 총리지명자로 지정,새로운 민선정부의 구성을 요청했다.

헝가리의 새 정권 출범은 동독에 이은 것이지만 동독은 국가자체의 소멸을 전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동구국가중 최초로 평가할 수 있다.

헝가리의회가 개원직후 순조롭게 건츠대통령­안탈총리 체제를 탄생시킨 것은 새 정권의 전도를 낙관케하는 청신호로 받아 들여진다. 자유총선결과 1ㆍ2위 당이 된 민주포럼과 자유민주연합은 국민이 기대했던 대연정에는 실패했지만 대통령과 총리직 배분에 합의,난제들을 풀어가야 할 새 정권의 기반을 튼튼히 한 것이다.

건츠대통령은 56년 반소봉기에 앞장섰다가 6년간의 실형을 산 전력이 말해주 듯 억압적 체제에 끊임없이 항거하며 인권운동을 주도해 온 행동파 지식인이다.

그의 인생여정은 여러면에서 바츨라프ㆍ하벨 체코대통령과 유사한데 하벨에 이어 동구 두번째 작가 대통령이 된 것도 그러하다.

건장한 체격에 다소 벗겨진 회색머리가 영국배우 로렌스ㆍ올리비에를 연상시키는 건츠대통령은 온화한 성품과 뛰어난 유머감각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자신을 하벨대통령과 비교하는 기자들에게 『국제 작가들이 거대한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재치있는 조크로 받아 넘겼다.

그는 일찍부터 정치에 눈을 떴던 것 같다.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나서 자라고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그는 대학문을 나서자마자 지금은 제3당이지만 공산화 이전 최대정당이었던 독립소지주당에 입당,정치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48년 공산정부가 들어서면서 3년 동안 근무했던 독립소지주당 청년주간지 편집장직에서 쫓겨나 용접공ㆍ제철공으로 전전했다. 56년 반소봉기가 일어나자 주동자로 체포돼 종신형을 선고 받았으나 6년만에 풀려났다.

이후 미영소설을 번역하거나 직접 소설과 희곡 등을 써 온 그는 70년대부터 동료지식인을 규합,반체제 활동을 본격화 했다.

헝가리 개혁파 공산지도부의 「위로부터의 개혁」이후 복권,88년5월 자유민주연합을 창당한 그는 일약 정치범에서 국가원수로 변신한 것이다.

직업정치인으로 불리는 것을 싫어한다는 건츠대통령은 자신을 신대륙 발견만을 목표로 했던 콜럼버스에 비유하며 결코 정치권력에 집착하지 않고 새로운 국가건설에 헌신할 것을 다짐했다.

민주포럼측이 그의 대통령 선출에 동의한 것도 소속정당의 이해를 떠나 초당적 자세를 지켜줄 것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건츠대통령은 현재는 임시직이지만 의회가 조만간 헌법을 개정,의회간선으로 대통령을 선출할 예정이기 때문에 오는 6월께 임기 4년의 대통령에 정식 선출될 것으로 보인다.

동구각국에서 무명의 지식인들이 속속 지도자로 등장하는 현상은 민중위에 군림하며 교조적 사고를 강요하는 정권이 아닌,인간적이고 양심적 정권을 갈망하는 동구인들의 속마음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헝가리의 새 지도부가 이같은 국민적 열망을 실현하며 체제전환에서도 모범사례가 될 수 있을지 자못 기대가 크다.【배정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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