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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난국 극복길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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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난국 극복길 없나

입력
1990.05.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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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 「국정챙기기」 행보주목/“민심이반” 여론에 고민/여정비ㆍ현장독려 나서/행정력ㆍ경제주체 호응여부가 관건노태우대통령의 행보가 급박하게 빨라져 가고 있다. 노대통령은 지난 30일 하오 내각에 경제관련 특별대책 지시를 내렸다. 노대통령의 지시이후 경제장관들이 심야대책회의를 가진데 이어 정부와 민자당 수뇌부는 1일 고위당정회의를 열어 경제현안등 시국전반을 논의하는 등 노대통령의 급박한 행보에 발을 맞춰나가고 있다. 여권의 전체가 「참으로 모처럼만에」 대오를 정렬해 난국타개라는 국민적 여론에 부응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여권의 대오정렬은 그 시기가 상당히 늦었다는 시각이 있다.

정부의 고위관계자들은 범여권의 난국타개대응이 시기를 놓쳤다는데 인식을 같이하면서도 뒤늦게나마 이같은 총력대응의 자세를 취한 것이 불행중 다행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노대통령은 최근들어 잠못 이루는 번민을 많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뚜렷한 국정의 과오가 없음에도 민심이 뒤숭숭하다는 여론이 여러 채널을 통해 감지되고 있으며,물가ㆍ부동산ㆍ증시ㆍKBS사태ㆍ현대계열사파업 등은 경제는 물론 국가적 위기국면을 가속화시켜 나가고 있다. 연이어 터지는 국정의 악재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대응은 하나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1백일간 이전투구 현상을 보인 집권당내분은 노대통령의 정치적 바탕인 민자당을 지리멸렬화시켰다. 민자당은 이제 겨우 제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중이다.

국정의 모든 분야가 단단하게 꼬여가고,정부의 무력화 현상이 장기간 방치되고 있음에도 여권내 책임있는 직위의 누구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지 않고 있다. 노대통령의 번민은 이와같은 상황에서 비롯됐다고 보여진다.

사실 노대통령은 국정을 맡은 지난 2년반동안 권위주의를 청산하고 우리의 좌표를 민주화시대로 이행시키는 노력을 해왔다. 그러나 이같은 과거의 긍정적인 결과는 쉽게 잊혀지며 국민들은 오늘의 난국과 내일의 비전이 없음에 더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마련이다. 지금 국민들은 허탈감에 빠져있고 정부에 아무런 기대감을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현실대응에 나태하다. 좀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정부행정력의 총체적 조합능력과 집행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음에도 정부관계자 누구도 이를 시인하거나 시정하려 하지 않고 있다. 정부의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정부와 민자당이 1일 당정정책조정회의를 열고 현상황을 「총체적 난국」으로 규정한 것은 국민이 생각하고 있는 「위기」보다는 뒤처진 인식이기는 해도 종전과 달리 시정자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평가를 받을 만하다. 이는 노대통령의 번민및 인식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노대통령은 전날의 긴급지시에 이어 1일 아침부터 국정의 현장점검작업에 착수,국정챙기기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노대통령은 앞으로도 국정의 구석구석을 바쁘게 챙길 것이 확실시 된다. 국정의 최고운영권자가 팔을 걷어 붙이는 모습은 그것이 비록 제스처일지라도 정략적 행동이 아니라면 국민들에게 다소 안도감을 줄 것이라는 점은 명약관화하다. 난국타개를 위한 대통령의 성실한 자세는 국민들에게 신뢰를 심어줄 수는 있다.

그러나 대통령의 성실한 자세 하나만으로 현재의 상황이 호전되리라고 기대하는 사람들은 많지가 않다. 정치권 행정부 국민들,여기에 모든 경제주체가 난국타개의 성실한 자세를 보여야 하는 것이다.

노대통령이 자신서부터 팔을 걷고 나서고 범여권의 대오를 정비한 것은 일응 새로운 자세변화라는 점에서 주목해야 할 대목이 될 것이다.

일각에서는 지금의 상황을 6ㆍ29전의 시국과 유사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민심이 뒤숭숭한 것과 내일에의 비전이 없는 것,정부가 제어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 등이 맥을 같이한다는 것이다. 6ㆍ29전의 상황은 6ㆍ29선언 하나로 손쉽게 해결됐으나 지금은 그같은 비장의 카드,또는 획기적 조치는 없는 셈이다. 앞으로 국민들은 달동네에서,수출산업 현장에서,행정부 일선에서 점퍼차림의 노대통령 모습을 자주 보게 될 것 같다.

노대통령의 급박한 행보가 효과를 보게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이종구기자】

◎“정부ㆍ정치인들 먼저 각성을”/파쟁ㆍ정책불신이 위기의 뿌리/투기ㆍ고물가로 허탈감팽배 분규자극/더 늦기전에 「미래비전제시 정치」펴야

증시는 경제의 거울이라고 한다. 나타낼 수 있는 모든 것을 함축해서 하나의 몸짓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 주가라는 얘기들이다. 공황직전의 일대붕락사태를 연출하기까지 올들어 계속해서 폭락을 거듭한 주가는 우리 경제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위기의 징표로 해석되고 있다. 대통령의 특별지시를 받들어 1일 긴급 소집된 당정고위연석회의에서 정부ㆍ여당은 지금의 국면을 「총체적 난국」으로 규정하고 수습대책을 서두르는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일반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그게 언제적 얘기냐 싶은 느낌이 일반적이다.

경제위기의 싹이 돋아날 때부터 시작해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최근 2년여 동안 대다수 국민들은 긴박한 위기의식속에 근심 걱정으로 날을 지새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로지 파벌싸움과 밥그릇 다툼에 골몰해온 「정치지도자」들과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정부의 고위당국자들만이 위기의 싹이 자라는 것을 보지 못하고 외면하고 부인해 왔을 뿐이다. 나라를 이끌어 가는 사람들의 이같은 무관심과 안일,그들의 무력함이 오히려 위기를 증폭시키는 토양이 되고 비료가 돼왔다.

정부와 정치인들에 대한 거듭된 실망과 불신이 지금 총체적 난국으로 규정되고 있는 위기의 뿌리인 것이다. 올해들어 얼마전까지 만해도 평온한 것 같던 노사분규가 KBS와 현대중공업 사태를 계기로 갑자기 격렬하게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는 것도 그 이면의 진짜 이유는 국정전반에 걸쳐 그칠줄 모르고 거듭되고 있는 실정과 무능에 대한 오랜 인내심의 폭발로 보는 견해가 많다.

온나라가 뒤집힐 것 같은 투기광란의 끝없는 연속과 폭등을 거듭해온 전세ㆍ월세값,이로 인한 수백만 무주택 서민(그들 대부분이 근로자)들의 주거 불안,치솟는 물가와 민생불안,우리 사회의 구석구석에서 들끓고 있는 범죄와 사회불안 등 도대체 마음놓고 살 수가 없는 세상이 된 지가 벌써 언제부터인데 이제야 겨우 『총체적 난국임을 규정한다』고 하느냐하는 일종의 분노감 같은 것이 다시 격렬해지는 노사분규의 근본원인이라는 해석들이다. 지난 2년여 동안 우리 경제는 사방에서 무너지는 모습으로 일관돼 왔다.

10년 공을 들여 어렵게 쌓아 놓은 한자리수 물가가 어이없이 붕괴되고 3년 남짓 흥청망청하던 흑자기조도 올들어서 벌써 4개월째 연속 적자를 기록,외채증가와 함께 다시 적자시대로 회귀하는 중이다. 자동차 전자 등 새로운 주력상품들의 수출기반은 구조적으로 망가져 수출이 힘을 얻을 데가 없어졌고 3년 호황의 과실을 투기와 돈놀이(재테크) 과소비와 사치ㆍ낭비로 탕진해 버려 시설투자나 기술개발쪽에 아무것도 준비해 놓은 게 없는 상태다.

6공정부가 내세웠던 경제시책의 이념이 복지ㆍ형평이었지만 가장 강렬한 반복지 반형평인 인플레와 투기로 소득격차는 더 벌어졌고 서민들의 민생은 거듭 시달림을 받아 복지라는 말이 오히려 무색하게 됐다.

새 경제팀이 들어서서 성장우선을 새 기치로 바꾸어 들고 나왔지만 성장쪽의 내실이 다져지는 아무런 조짐도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경제시책이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지,경제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기업가나 근로자 일반 국민들이 모두 갈피를 못잡고 혼란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나라꼴이 말이 아니라는 탄식이 식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고 과격한 사람들은 정부의 경제관리 능력,국가경영 능력에 대해 근본적인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한다. 나라 모양이 이꼴인데도 집권여당은 대권구도니 당권쟁탈이니 하며 집안싸움에만 몰두해 있고 야당쪽에서도 진정한 걱정이나 참신한 대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 30일의 증시 대붕락과 최근 다시 격렬해지고 있는 노사분규는 바로 이같은 상황을 반영한 총체적 위기의 표현인 것이다. 정부가 이제라도 위기상황을 인식하고 난국수습에 나선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난 2년 동안의 시련은 민주화의 대가 치고는 값싼 것이었다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다. 40년 독재를 청산하고 진정한 민주화를 이룩하기 위해서 치른 경제적 대가치고는 오히려 작은 것이라는 견해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같은 혼란과 위기가 더 계속된다면,그것도 아무런 기약도 없이 끝없이 계속 될 것 같은 양상이라면 민주화 자체에 대한 신념이 흔들릴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흔히 인용되는 남미의 교훈은 바로 그같은 신념의 흔들림과 인내의 한계를 잘 말해주고 있다. 경제발전이 짝을 짓지 못하는 민주화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 남미의 교훈이다. 증시대붕괴로 상징되는 오늘의 경제적 위기는 결코 일시적이거나 부분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지금까지 요란한 여론의 질타와 경고를 외면하고 애써 위기의 징표를 부인하고 그 의미를 축소 해석해오던 정부가 「총체적」 난국이라는 말로 인식의 전환을 표현한 것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실효성있는 난국수습의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정부부터,그리고 집권여당부터 위기적 상황에 대한 올바른 현실인식을 갖고 심기일전의 자세를 보여 준다면 그 자체로 불신의 벽은 깨질 수 있을 것이다. 기업가나 근로자 일반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는 정책은 그 내용이 다소 미흡해도 얼마든지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것이 지난 경험의 교훈이다.【박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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