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나서 업무긴장 높일듯/낙관서 급선회… 「물가ㆍ부동산 잡아 증시부양」 포석/“호황땐 투기ㆍ불황땐 정부의존” 업계에도 강력경고/정책불신ㆍ불안심리해소 숙제▷정치적 의미◁
노태우대통령의 30일 경제관련 특별대책수립 지시는 표면적으로는 물가ㆍ부동산문제에 국한돼 있으나 이는 국정의 전반적 이상냉기류현상에 대해 정부가 확실하게 대응하겠다는 자세의 구체적 시사로 해석되어진다. 노대통령이 현국면의 전환을 위해 국정전반을 착오없이 챙기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는 것이다.
노대통령이 이날 긴급대응처방의 수순으로 경제분야중 물가ㆍ부동산문제를 선택한 것도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보여진다. 물가와 부동산문제는 국민들의 실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경제의 왜곡현상은 정치적 불안과 노사분규등 경제외적 요인과 겹쳐 경제의 침체현상을 가속시켜 결국은 전반적인 국가위기상황을 가능케 할 우려마저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최근 뚜렷한 이유없는 증시붕락현상이 지속되고 있는등의 사정으로 일각에서 「민심이 뒤숭숭하다」고 과민반응하는 이유도 이같은 관점에서 비롯되어진다고 볼 수 있다.실제로 외신은 며칠사이 서울의 위기설을 타전하고 있고 증권시장에서는 악성루머가 나돌고 있다는 사실을 정부관계자들은 매우 유의하고 있다.
민심의 과민현상은 일응 타당한 일면이 있다고 보여진다. 공영방송인 KBS가 장기간 파업상태에서 드디어 공권력이 투입되고 노사분규가 또다시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고 전ㆍ월세 파동등 온갖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는 부동산투기는 토지공개념 확대도입등 정부의 비상처방에도 불구,사그러들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소비자물가 5∼6%선 인상 발표와는 달리 체감물가는 이보다 훨씬 상회하고 있다.
사실 정부는 노사분규가 악화되지 않는다면 경제는 지금부터 회복세를 보이고 금년말께는 당초 예상보다 상회하는 7.8%의 GNP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낙관해왔다. 이는 국민들이 느끼고 있는 경제의 위기국면과는 상당히 동떨어진 낙관적 분석이다.
최근의 경제상황은 정부의 낙관적 분석과 점차 멀어져가는 추세라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일부에서는 지금과 같은 경제상황으로부터 야기되는 사회불안이 지속된다면 정권의 위기 또는 체제의 위기로까지 비화 될 가능성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분석할 정도이다.
따라서 노대통령의 경제관련 특별대책 수립지시,이에 따른 정부의 심야대책회의,1일 열리게될 긴급당정회의등은 정부가 사회저변의 위기감을 드디어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노대통령은 그간 비교적 자제해왔던 국정의 현장점검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산업현장에 대한 점검과 대국민 접촉에 적극 나설 것이 확실시되며,정부 경제부처의 업무추진에 어떤 형태로는 긴장감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안에 부동산관련 특별대책반을 구성케 한 것은 같은 맥락에서 해석되어질 대목이다.
한편 노대통령의 이날 물가ㆍ부동산특별대책수립 지시의 이면에는 증시붕락현상에 대한 간접적 대응도 포함돼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증권회사와 상장기업들이 부동산투기에 열을 올리면서도 정부의 부양책만을 기대하고 있는 데 대한 일종의 견제이며,이들로 하여금 증시부양의 책임과 의무를 실행토록 하는 간접유도책인 것이다.
▷경제적 의미◁
이번 조치의 배경은 현재의 경제위기가 단순한 경제차원을 넘어 국가전반에 걸쳐 심각한 사태까지 초래할 수도 있다는 현실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특히 56년 증시가 개설된 이래 사상최대의 폭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연초이래 모처럼 평온을 유지하던 산업평화도 현대사태를 계기로 다시 격렬한 전국규모의 분규재연 음직임을 보이고 있는 데다 물가ㆍ부동산문제도 전혀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당국이 눈앞에 닥친 파국적 상황에 맞서 과감한 대응책을 제시하기는 커녕 설득력없는 낙관론과 우유부단함만 노출,국민들을 불안케 하고 있는 현실에서 무언가 정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경제위기에 대처하는 정부당국의 태도는 한가롭기 짝이 없었다.
물가가 폭등하고 부동산투기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증시가 계속 폭락,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는데도 지난 27일 청와대에서 노태우대통령 주재로 열린 긴급경제장관회의는 『특별한 부양책없이 증시의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고 결론지음으로써 경제위기에 대처하는 정부의 무기력함만 노출시키고 말았다.
그결과 28일의 빈나절장 동안 『이제는 정부도 믿을 수 없으니 주식이 휴지로 변하기전에 한푼이라도 건지자』는 무차별투매를 촉발,무려 28포인트가 떨어졌으며 30일에는 증시개장 35년만에 최대의 낙폭을 기록했다.
이승윤부총리를 비롯한 새 경제팀은 『섣부른 경제정의감에 들떠 현실을 외면한 채 금융실명제를 강행하려 했기 때문에 부동산투기가 횡행하고 증시가 폭락한다』며 6공출범 당시의 공약이던 금융실명제를 하루 아침에 전면 유보했다.
또 이부총리와 김종인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은 약속이나 한 듯 『7%가까운 실질성장이 예상되는데 우리 경제가 왜 위기상황이냐』고 강변했으나 경제성장의 견인역할을 했던 수출은 지난 1.4분기중 전년보다 1.4%나 줄어들었고 경상수지도 10억달러이상 적자를 기록했다.
경제위기 타개를 명분으로 거대여당인 자민당이 출범했다지만 밑도 끝도 없는 내분에 휘말려 경제가 돌아가는 모양을 살펴볼 겨를조차 없는 듯이 보이는 현실에서 아무리 정부당국자가 『경제위기가 아니다 』라고 강변해 봤자 이미 위축될 대로 위축된 국민들의 경제마인드는 좀처럼 되살아날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던 것이다.
이결과 지난 한햇동안 무려 32%나 올라버린 땅값은 폭등세에 가속도가 붙었고 올들어 석달여만에 무려 4.9%나 올라버린 소비자물가지수는 이제 「두자리수 물가고」시대 진입을 예고하고 있는 상태다.
경제의 어느 부분도 나아질 전망없이 뒤틀리기만 하는 와중에 정부는 우왕좌왕 허둥대기만 하는 틈을 타 어느새 우리경제는 깊은 골병이 들어버린 것이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하루아침에 무너져 버렸다』는 역사의 교훈이 지금 시점의 우리경제에 맞아들어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유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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