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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자”만 쌓여 “이미 공황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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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자”만 쌓여 “이미 공황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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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05.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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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한가 절반이 10∼20주 소량투매/투신사 환매사태 하루 천억 수준/“6공이 보통사람 죽였다”민심이반 심화폭락을 거듭하던 증권시장에 예사롭지 않은 불길한 징후가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 했다.

지금까지 막연한 「우려」 수준에 머물던 증시공황이 「실제상황」으로 도래할 조짐을 보이고 있고 투자자들의 요구 주장도 종전과 사뭇 달라진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는 것이다.

30일의 증권시장은 확실히 질적으로 변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우선 「팔자」는 주문만 쌓이고 사자는 사람은 없어 주식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 가운데 주가가 폭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예 「하한가」에도 주식이 팔리지를 않는 환금성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특히 이들 「팔자」세력은 예전과 달리 소액투자자들이 주류라는 점도 특징이다.

이날 하한가로 떨어진 6백54개 종목의 절반정도가 단10주ㆍ20주의 소량주문으로만 이뤄졌다는 사실이 환금성에 이상이 생기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12ㆍ12부양조치를 틈타 큰손들은 다 빠져나간 상태에서 그래도 증시를 지켜오던 소액투자자들마저 이제 기다림에 지쳐 늦기전에 「하한가」에라도 팔고 떠나기 시작한 것이다.

아무리 주가가 떨어지더라도 「없앤돈」으로 치고 정부의 「부양의지」에 기대를 걸며 체념상태에 있던 투자자들의 지금까지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증권사들도 이날에는 자금이 없다는 이유로 아예 신용대출을 중단하고 나섰고 기업들의 주요 자금조달창구였던 회사채발행마저 인수를 못하겠다고 거절했다.

건설주 파동을 몰고왔던 투신사환매사태는 1월 62억원,2월 2백53억원에서 3월 1천7백47억원,4월현재 4천7백70억원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으며 27일 이후는 하루 1천억원수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증권ㆍ투신사의 자금난으로 돈흐름이 이들기관에서 멈추자 덩달아 은행ㆍ단자등도 자금경색을 빚고있고 시중금리도 치솟고 있다.

증시내외의 「순경제적 지표」에만 비상등이 켜진 것은 아니다.

중산층을 대변한다고 할수 있는 증권투자자들 사이에서 반정부 정치성구호가 나오고 있는점도 심상찮은 변화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이들은 일부 부동산ㆍ증권정책등 정책의 방향에 불만을 토로했으나 이제는 아예 「보통사람」을 위한다는 정치가 특별인만 살찌게 했고 보통인은 피해만 주었다며 비난하기 시작했다.

노사분규자체를 악재로 여기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보수적인 안정희구세력인 이들 투자자들사이에서 6공이 해준것은 없고 피해만 주고 앞으로도 어찌될지 모르는 불안감만 안겨주고 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는것은 주목할 현상이라 하겠다.

이날 종합지수 7백선이 무너진 것은 노대통령이 취임하여 새정부가 들어선 직후의 수준.

지난 87년말 대통령선거 돌입과 노후보의 당선으로 「보통사람」시대가 개막된다는 기대감에 종합지수 5백선에서 7백선으로 껑충 달아올랐던 증시가 이제 차갑게 원상대로 식어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 26일의 대폭락시 상승 종목이 하나도 없었던 것은 79년 10ㆍ26사태 다음날인 27일의 「정변상황」과 똑같은 「이상징후」였다.

물론 이같은 주식지표상의 징후로 사회ㆍ경제상의 혼란과 불안감을 10ㆍ26사태 당시와 동일시한다는 것은 무리이지만 민심이 떠나가고 있다는 징표로서는 충분한 것이다.

지난 27일 미아리의 한증권사 객장에서 「증시장례식」을 벌였던 투자자들은 『6공이 서민인 보통사람을 두번 죽였다』며 통곡했다.

땅투기로 살던 집에서 쫓겨나게 하더니 국민주로 정부만 믿으면 주식투자해도 좋다고 해놓고는 없는 재산마저 빼앗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같은날 여의도 모증권사객장에서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기도,인근 성모병원에 입원중인 40대의 한 주부는 사랑스런 네딸에게 남겨놓은유서에서 『보통사람이 잘사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대통령이 이처럼 보통사람이 고통받는것을 외면할수 있느냐』고 맺힌 한을 풀어 놓았다.

투자자들은 시위현장에서 「대통령입산」의 구호를 외치고 공공연하게 대자보도 내붙이고 있다.

증시는 공황조짐을 보이기 시작했고 민심은 떠나가고 있는데 변하지 않은게 딱 한가지 있다.

주식투자는 자기책임아래 하는 것이고 증권시장은 자율에 맡기면 알아서 내리다가도 오르고 오르다가도 내린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 현정부 각료들의 그소신이다.

상황이 질적으로 변했는데도 『곧 좋아질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는 그들은 한술 더떠 『이제는 주식을 사도 될 때가 아니냐』고 느긋해하기도 한다.

그들의 말대로 『실명제는 유보되고 땅투기는 잡힐 것이고 수출은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으니』증시는 회복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떨어질 이유가 없는데 주가는 떨어지고 있으니 문제가 더 심각한 것이다.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주무장관은 해외로 출장을 떠나가고 주가는 내리기만 하고 있다.【이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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