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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표류하려는가(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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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표류하려는가(사설)

입력
1990.04.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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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어수선하다. 마치 키없는 배나 닻을 잃어버린 배가 바람에 밀리고 물결치는대로 표류하듯 기약없는 바닷길을 헤매고 있는 것 같다.방송공사(KBS)의 사장임명을 둘러싸고 노조와 정부가 맞선 채 해결의 실마리는 아직도 보이지 않고 있다. 현대중공업에서는 1만여명의 경찰병력과 1만여명의 노조원들이 맞서 있다.

수출은 기고 경제가 전반적으로 불황이라는데 물가는 9년만에 최고로 뛰고 있다. 어쩌면 올해의 물가는 두자리수 만큼 오를지도 모른다는 비관적인 예측도 나오고 있다.

덩달아 부동산 값이 춤을 추고,도시의 셋방살이 서민들은 거리를 헤매고 있다. 돈없는 셋방살이 서민들이 자살하는 가슴아픈 비극도 있었다.

땅값이 뛰고 수출이 안되는 만큼 주식값은 폭락,말하기도 꺼림칙한 위기감이 이 사회를 짓누르고 있다. 정부ㆍ여당이 소리높이 외쳤던 토지공개념의 확대도입을 비웃듯,지금도 큰손들은 땅사기에 분주하고,금융실명제는 오간데 없는 판이 됐다. 그러고도 「거대여당」은 집안싸움이 요란하다.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이 나라의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나 정치인은 어디에 있는가?

국민을 폭력으로 다스리던 강권통치는 용기있는 저항운동 앞에 무너졌다. 그러나 그것이 정치와 행정의 부재를,그리고 정부의 무책임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

한때 정치ㆍ경제ㆍ사회 모든 분야에 걸쳐 우리가 목격할 수 있었던 문제들을 「5공 청산」 뒤로 미룬 적이 있었다. 또 한때 지나친 강권통치를 탓했던 만큼 오히려 「무책」을 민주행정의 한 얼굴로 너그럽게 보려 노력했던 적도 있었다.

또 한때는 경제의 부진을 경제각료의 잘못으로 돌리기도 했었다. 그러나 경제팀을 바꿔친지도 40일이 지났고,경기부양책에 투기대응책도 나왔다. 그런데도 경제는 제자리를 찾지 못한 채 방황하고 있다.

지금 이사회에는 무력감과 불신감이 소리없는 흐름으로 흐르고 있다. 그것을 우리는 「위기감」이라고도 부를 수 있다. 정부의 지도력을 믿을 수 없고,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는 상황이 지금의 상황이기 때문이다.

KBS사태나 현대중공업 사태나 당국은 모두 「공권력」이라는 힘으로 밀어붙일 것을 장담하고 있다. 『5월1일을 넘길 수 없다』는 날짜까지 암시하는 태도는 지극히 비정치적인 전투태세를 국민앞에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물가건 산업평화건 도시주택이건 책임을 지고,목표를 내걸고,국민앞에 나서서 당당하게 설득하고 평가받는 지도력을 국민은 요구한다. 정치의 지도력이 되살아 나고,책임행정이 되살아나지 못한다면 이 사회는 계속 표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민주화가 행정과 정치의 무책임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그렇다고 모든 문제를 「힘」으로 해결하려는 지난날의 악몽을 되풀이 하는 것도 용납될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의 위기감과 무력감을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하는 희망으로 한시바삐 바꿔놔야 한다. 그 1차적 책임은 두말할 것도 없이 정부와 여당에 있다. 난국은 그것이 어떤 난국이건 국민적 합의없이는 풀 수 없다. 국정을 맡은 사람들은 겸허하게 국민앞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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