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감스럽다」라는 말은 「마음이 섭섭하거나 언짢다」는 뜻이다. 「심히 못마땅하다」는 뜻도 함축되어 있다. 이 말을 일본인들은 교묘하게 다목적으로 쓰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사과」라는 표현의 대용이다. 즉 일본인들은 자신의 실책과 잘못에 대해 직설적으로 사과하기가 거북할 경우 「유감스럽다」는 표현으로 대신하고 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이같은 유감표명은 진심과 무관한 형식적인 수사에 지나지 않는다. ◆고 히로히토(유인) 일왕이 이른바 대동아전쟁의 계획에서부터 도발ㆍ패전에 이르기까지 모든것을 낱낱이 보고 받고 승인했던 최고 전범이었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종전후 히로히토는 극도의 불안감속에 맥아더의 지시라면 어느것이라도 복종했다. 이 때문에 맥아더는 훗날 『히로히토는 극도의 불안감속에 맥아더의 지시라면 어느것이라도 복종했다. 이 때문에 맥아더는 훗날 『히로히토는 내 손안의 모이를 주워먹고 살았었다』고 술회했었다. ◆지난 84년 9월 전두환 전대통령이 방일했을 때 히로히토는 환영만찬연설에서 『…금세기의 한 시기에 있어서 양국간에 불행한 과거가 있었던 것은 진심으로 유감이며 다시 되풀이 해서는 안된다』고 피력했다. 일본정부와 언론은 『일왕의 유감표명은 강도높은 사과』라고 생색을 냈지만 진정한 참회가 아닌 외교사령에 불과했던 것이다. ◆같은 전범국이지만 서독의 태도는 정반대다. 72년 6월 이스라엘을 방문한 빌리ㆍ브란트수상이 나치에게 학살된 6백만 유태인들의 영혼을 추모하는 야드 바셈기념관의 「구원의 불꽃」 앞에서 무릎 꿇고 머리숙여 속죄의 기도를 드렸을 때 모든 이스라엘 국민들은 열렬한 화해의 박수를 보냈었다. 얼마전 동독의 민주정부도 『유태인학살과 박해에 대해 사죄한다』는 성명을 발표하여 눈길을 모았었다. ◆요즘 재일동포 법적지위문제로 한ㆍ일간에 논란이 일자 일본정부는 노태우대통령의 방일때 아키히토일왕이 과거 한국에 대한 침략과 관련,「유감」 표명을 할 것이라고 흘리고 있다. 그러나 우리 두나라 말에는 분명히 사과도 있고 사죄란 말도 있다. 일본이 진정 문명국으로 자처한다면 하루빨리 독일인들을 본받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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