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진적 통독 주장… 최근 콜 총리인기 앞질러/일단 우발범행 추측…극우파 사수가능성도콜 총리의 최대 라이벌인 서독 사민당의 오스카ㆍ라퐁테느 차기 총리후보(46)가 25일 쾰른에서 선거지원유세중 피습,중태에 빠진 사건은 통일열기에 들뜬 서독정계에 큰 충격파를 일으켰다.
서독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범인은 정신병을 앓았던 아델하이트ㆍ슈트라이델(42)이란 여자로 밝혀져 일단 우발적인 범행으로 추측되고 있으나 극우집단의 사주에 의한 암살기도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오는 12월의 서독 총선과 이후 통독 스케줄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분석된다.
탁월한 웅변술과 현실적인 비전으로 유명한 그는 좌파적 성향이 강하지만 최근 여론조사결과 인기도에서 콜 총리(47%)보다 2%를 앞서 있었다.
그는 동독과의 통화통합문제에 대해 『콜 정부의 1대1 화폐교환방침이 서독경제와 국민들에게 큰 짐이 되고 있다』고 주장해 왔으며 지난해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서독이주 동독인들에게 지급하는 정착금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누누이 강조해왔다.
또 현재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통독 방식에 반대하면서 동독의 자생력을 키워 서독과 동등한 자격으로 통일을 해야한다고 역설해왔다.
서독 국민중 60%는 동서독 마르크의 1대1 교환을 반대하고 있어 라퐁테느의 주장은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으며 선거를 앞둔 콜 총리에게 큰 부담이 되어왔다.
또 현재 여론조사에서도 집권 기민당(42%) 이 사민당(39%)보다 간발의 차로 우세를 점하고 있어 자칫하면 통일독일의 첫총리가 되려는 콜의 꿈이 「희망사항」으로 끝날 가능성마저 대두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이 콜정부와 무관하더라도 라퐁테느가 보수파와 극우세력의 비판의 표적이 돼 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콜과 기민당의 정치적 입지를 어렵게 만들 것은 분명하다.
서독에서는 지난 81년과 86년 두차례 정치테러가 일어나 고위급 정치지도자가 사망했으며,지난해 11월30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서독 최대 은행이며 서방자본의 동구권진출을 주도하던 알프레드ㆍ헤어하우젠 도이체 은행총재가 폭탄테러로 숨진바 있어 더욱 예민한 반응이 일고 있다.
21세때 사민당에 입당,지난 76년 서독역사상 최연소인 33세의 나이로 자르브루켄시장에 당선된 라퐁테느는 9년뒤인 85년에는 25년간 기민당의 아성이었던 자르주 선거에서 주지사로 출마,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됐다. 올 1월의 선거에서도 역시 당당히 재선돼 「자르의 나폴레옹」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87년 사민당 부총재로 선출됐고 지난 3월 콜의 총리직 3기 연임을 저지할 사민당차기 총리후보로 추대된 그는 생명은 건졌으나 상당기간 치료를 받을 수 밖에 없어 그를 대신할 대중적 지도자가 없는 사민당으로서는 기민당과의 선거전에서 불리한 입장에 빠지게 됐다. 과거 존ㆍFㆍ케네디 미 대통령의 저격사건처럼 이번 사건도 범행의 정치적 동기와 배후세력을 규명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 서독국민들의 궁금중이 부풀어 가고 있다.【이장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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