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연대파업결의 확산조짐/현대중공업 구속자석방 노사불신이 화근/한국야쿠르트 임금인상결렬… 정문 연좌농성장기적인 경기침체와 극한투쟁을 외면하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으로 잠잠했던 노동현장이 KBS사태와 현대중공업의 파업사태가 촉매제 역할을 해 다시 동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3년 간의 극심했던 노사분규 여파로 국민경제는 큰 타격을 받아 올해 춘투에서는 노ㆍ사가 대화와 양보로 「조용한 봄」을 맞이하기 위한 성숙한 자세를 견지해 왔다.
특히 대기업노조는 올들어 치솟는 집값ㆍ물가고 속에 임금인상률고수에 급급하던 종래의 협상관행에서 탈피,주택기금 조성등을 통한 주거안정과 평생직장 차원의 복지문제를 현안으로 삼기 시작했다.
그러나 무노동 무임금적용 철회ㆍ구속노조원석방 등의 쟁점을 안고 노사협상을 해온 대기업노조에 KBS사태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자극제로 작용,분규의 불씨를 살려내는 역할을 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고있다. 정부는 울산 현대중공업등 파업사업장에는 공권력을 투입,「초동진압」할 방침이나 이에따른 동조파업도 늘어날 것이 뻔해 메이데이 행사를 전후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노사분규 발생 건수가 예년보다 훨씬 적어 「노사관계의 성숙」이라는 분석까지 나왔었다.
노동부에 의하면 올들어 25일 현재 노사분규 발생건수는 현대중공업 기아자동차 한국야쿠르트유업 등 8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백9건의 17.1% 수준이었다.
또 노사분규의 선행지표가 되는 노동쟁의 발생건수도 2백29건으로 89년 같은 기간보다 83%나 감소했다.
노사분규 87건의 양상은 작업거부 65곳 농성 16곳 기타 6곳 등이며 분규원인에서는 단체협약문제ㆍ임금인상이 가장많고 부당해고철회ㆍ체불임금지급요구 순으로 예년과 비슷했다.
또 노조원들의 과격성 폭력성도 전반적으로 완화되는 추세이며 기아자동차처럼 노조집행부가 자신있게 실시한 파업 찬반투표에서 파업거부가 결정되는 새로운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일촉즉발의 KBS사태나 현대중공업파업사태가 극적인 돌파구를 찾아 수습됨으로써 연대파업의 명분이 사라진다면 메이데이위기는 의외로 쉽게 해소될 수 있는 것이다.
▷현대중공업◁
불법쟁의를 벌인 혐의로 사전영장이 발부된 노조부위원장 우기하씨(31)가 지난 20일 구속되자 위원장 직무대행 진민복씨가 비상대책위원회를 소집,우씨 석방을 요구하며 분규가 시작됐다.
진씨는 당시 KBS사태에 고무돼 노조원들에게 고품질 향상운동을 내세워 태업을 유도했다. 고품질향상운동은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너트를 죌때 여러번 죄거나 마무리작업 등을 꼼꼼하게 해 작업시간을 늘리는 것. 노조는 지난 22일 상집위원회를 열어 총파업을 결의했다. 노조원들이 태업을 벌리고 있는 가운데 지난24일 노사간에 단체협상을 벌였으나 협상이 결렬됐다.
▷기아자동차◁
지난 16일 노조가 상오 9시부터 하오 5시37분까지 임시총회를 개최하자 회사측이 회의개최 시간을 무노동무임금으로 처리하겠다고 통고하자 노조측이 즉각 반발,전조합원 연장근로를 거부했다. 24일 노사양측은 교섭을 벌였으나 결렬됐다. 노조측은 무노동무임금적용 철회와 근로자 근태 관리전산처리 철회 등을 요구했다.
노조원들은 25일 연월차휴가에 들어가 자동차생산을 전면중단한 뒤 이날 하오 파업여부를 묻는 찬반투표를 실시했으나 참석대의원 1백50명중 찬성 58,반대 91,기권 1표로 파업을 일단 유보했다.
노사양측은 이날밤 연구소 제1회의실에서 노사소위원회를 열어 절충안을 마련,사태를 수습할 예정이다.
▷한국야쿠르트유업◁
임금인상협상이 결렬돼 파업중이다. 노조측은 기본급 5만5천원(13%)인상,가족수당(배우자 1만원,나머지 가족 1인당 5천원) 신설,단일호봉제의 부장급까지 확대적용 등을 주장한데 반해 회사측은 기본금 2만8천원(7%)인상을 제시했다.
지난 23일부터 평택공장노조원들은 쟁의행위 일정표에 따라 집회등을 갖고있으며 24일에는 노조원 67명이 정문에서 연좌농성,제품출하를 방해했다.
▷기타◁
서울지하철공사 노조는 구속노조 간부석방을 요구하며 서울성동구 군자동 지하철차량기지내 교육원에서 농성중이다. 지하철공사의 경우 복지향상 등 문제도 함께 제기하고 있다. 또 가죽제품가공업체인 동륭상사(주)가 임금협상이 결렬돼 분규가 계속중이다.
코스모스전자(주)는 임금인상률을 놓고 노사가 맞서 지난 23일 조합원 98명이 집단휴가계를 제출,정상작업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전망◁
노동부는 25일 울산에 대책반을 내려보내는 등 사태수습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파업사업장이 조기에 진정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있다.
특히 마창노련산하 사업장등이 KBS와 현대중공업에 공권력이 투입될 경우 즉각 연대파업에 돌입하기로 결의하고 있어 노사현장에 불어닥친 소용돌이는 극적인 돌파구가 없는 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노총과 전노협이 5월1일 메이데이 행사를 대대적으로 계획하고 있어 사태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이번 메이데이 행사는 한창진행중인 재벌그룹기업들의 임금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박진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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