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상오 정부 제1종합청사 8층 이정빈외무부제1차관보실. 이차관보가 방한중인 블라디렌ㆍ보론초프 소「극동의 제문제」지 편집장을 마주하고 있었다.두 사람은 한국의 정치와 남북한관계등에 대한 견해를 주고받다가 분단의 원인문제까지 거론했다.
▲보론초프=개인적으로 확인한 기록에 의하면 한반도의 분단을 처음 제안한 사람은 당시 루스벨트 미대통령의 보좌관이었던 라티모어였다. 흥미로운 것은 라티모어가 『동북아에서 소련의 이익을 고려,한반도를 분할해야 한다』고 주장 했다는 점이다. 뭐든지 밀어붙이면 된다는 카우보이식 발상이었다.
▲이차관보=한반도의 분단이 미소간 냉전의 산물이라는 지적에 동의한다.
그러나 한가지 이해할 수 없는 점은 왜 소련이 북한에 대한 군사원조를 계속하느냐는 것이다.
▲보론초프=북한에 대한 군사원조 방침은 멀지않아 변할 것이다. 이제 이러한 결정은 대의기구(인민대표대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차관보=북한은 헌법에 규정된 대남 무력통일조항을 그대로 둔 채 고립화정책을 고수하는등 비타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보론초프=북한을 이해못하기는 우리도 마찬가지다. 한반도문제는 미ㆍ소ㆍ중ㆍ남북한간의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
소련과의 접촉이 꽉막혔던 시절 스웨덴주재 대사로서 소련의 변화를 주시해온 이차관보와 보론초프편집장과의 대화는 예정시간을 1시간 이나 넘기고 정오께야 끝이 났다.
이차관보는 회견을 마치면서 한반도 분단에 관한 소련의 책임문제등 자신의 견해를 빠짐없이 소련독자들에게 전달해 달라며 환히 웃었다.
그는 이어『한국은 이제 국제무대에서 제 목소리를 되찾았습니다. 소련이나 중국도 논리적으로는 남북한중 하나를 택해야 할 시점이지만 우리는 구차스럽게 그러한 선택을 강요하지 않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참으로 오랜만에 구경하는 「주체외교」의 현장이었다. 그러나 이내 머리를 스치는 질문은 『저토록 당당한 논리와 자세를 갖춘 우리외교관들이 왜 정치인들의 뒷전에 밀려나 있었을까』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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