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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구조 정비 불가능한가(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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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구조 정비 불가능한가(사설)

입력
1990.04.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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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농산물유통구조가 농산물가격앙등을 부채질하고 있음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그 정도는 우리의 상상을 넘어설 만큼 심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농민들이 생산한 배추ㆍ고추ㆍ사과 등 농산물은 최소 5∼6단계,많은 경우는 7∼8단계의 유통과정을 거쳐 도시소비자들에게 공급되면서 「배보다 배꼽이 더 크리만큼」의 엄청난 유통마진이 붙어 중간상인들에게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이통에 산지농민들은 피땀흘려 생산한 농산물을 제값을 못받아 울상이고 도시소비자들은 터무니없이 비싼값을 치러야하기 때문에 물가와 가계에 주름살이 깊어만 간다.

농림수산부가 봄배추ㆍ풋고추ㆍ사과 등 3개 농산물을 대상으로 지난 21∼22양일동안 유통과정을 추적,조사한 결과로 드러난 중간상인들의 마진율은 가히 놀랍다 아니할 수 없다. 충남 홍성의 농가에서 1㎏당 2백원에 출하된 봄배추는 서울 소비자들에게 6백50원에 공급된다.

5단계의 유통과정에서 수집상→도매상→중간도매상→소매상 등이 취하는 이득이 4백50원(유통마진율 69.2%)이나 되어 생산가 2백원(농사 수취율 30.8%)의 2ㆍ25배에 달하고 있다. 경남 밀양에서 생산된 풋고추는 1㎏당 3천5백1원인데 서울 소비자는 6천원을 줘야 한다. 중간 상인들의 마진율은 봄배추보다는 덜하지만 그래도 47.2%나 된다. 경북 영천의 사과 15㎏ 한상자는 9천5백원에 출하되지만 서울에 오면 1만8천원에 거래되어 마진율이 52.8%로 두배 가까이 비싸진다.

이런 일은 농산물뿐이 아니다. 축산물,생선류 등 수산물이 거의다 비슷하게 엄청난 유통마진을 지불하고 소비자들에게 공급된다. 또한 이처럼 다단계식 유통구조가 생겨나 중간상인들의 가격조작여지를 남겨 농민들을 울리고 도시소비자들을 골탕먹이는 것이 해묵은 일이었거늘 그 구조가 개선되지 못하는 것은 안타깝기 이전에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다같이 엄청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농림수산부와 농ㆍ수ㆍ축협 등이 할 일은 자명해진다. 더 적극적인 자세로 유통구조 개선에 나서야 하는 것이다. 지금 농민들에게 생산품의 적정가격 판매이상 중요한 일은 없다. 더욱이 외국농산물 수입개방에 대비키 위해서라도 우리의 농ㆍ축ㆍ수산물이 제값을 받도록 보장해줘야 할 때라고 본다.

이를 위해서는 농정을 책임진 농림수산부가 이제부터라도 사무실에 앉아 지시일변도로 해왔던 행정자세를 버리고 농촌일선에 뛰어들어가 농ㆍ축ㆍ어민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수확물은 반드시 제값을 받을 수 있는 유통구조를 개선하는 데 지혜를 짜내야 할 것이다. 또 농ㆍ수ㆍ축협장도 관주도의 임명제에서 선거제로 선출됐다. 이제야말로 관의 눈치나 보는 단체의 탈을 벗어버리고 농ㆍ축ㆍ어민의 참된 이익보장을 하는 일에 발 벗고나서 농ㆍ축ㆍ어민들과 도시소비자들을 직결시키는 유통구조개선작업에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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