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화해 여파… 미ㆍ이란 관계 정상화 시사/현재 억류 16명… 년내로 모두 석방 추측도중동의 긴장상태 해소에 최대 걸림돌로 지적돼온 레바논 인질들이 최근 잇달아 석방돼 강경노선의 회교국들과 서방세계의 해빙무드가 조성되고 있다.
이달중순 프랑스 인질 3명이 석방된데 이어 지난 22일에는 미국인 인질 로버트ㆍ폴힐 교수(55)가 석방됐고 수일내로 또 다른 미국인 인질 1명이 석방될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일부에서는 올해안에 모든 인질이 풀려날 것이라는 보도도 있어 중동사태의 「뜨거운 감자」로 통해온 레바논 인질문제가 완전 종식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같은 사태변화는 크게 본다면 최근의 동서화해 무드의 여파로도 볼 수 있지만 그보다는 최근 두드러지고 있는 중동지역 기존 세력구도 변화와 보다 깊은 함수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즉 이번 사태는 그동안 적대관계에 있던 미국ㆍ이란 관계가 궁극적으로 정상화될 가능성을 암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미ㆍ시리아 관계,미ㆍ이스라엘 관계에도 중요한 변화가 있을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기독ㆍ회교도 간의 깊은 반목에 이스라엘 시리아 등 주변국의 이해관계 마저 얽혀 흔히 「인권의 사각지대」로 통하는 레바논에 현재 억류돼 있는 서방 인질수는 미국인 7명,영국인 3명을 포함해 모두 16명이다. 지난 84년 첫 발생이후 피랍자 수는 87명으로 이중 60명이 풀려나거나 탈출했으며,11명은 감금중 숨지거나 살해됐다.
수치에서 보듯 인질의 대부분은 시아파 회교도의 정신적 지주 호메이니옹이 「악의 제국」이라고 저주하던 미국인들이다.
79년 이란의 친미 팔레비왕조를 무너뜨린 호메이니의 회교혁명 수출과 이에 맞선 미국의 저지 노력,또한 미국의 대리격인 이스라엘의 「생존 투쟁」과 친팔레스타인계 아랍권의 대립양상 등 분쟁의 소용돌이 속에 이 지역에서는 납치ㆍ보복의 악순환이 되풀이 돼 왔다.
이러한 대립에 돌파구를 연 사건은 역설적으로 친이란 헤즈볼라(신의 당)에 의한 인질 히긴스 미 해병중령의 처형사건 이었다.
처형사건 직후인 지난해 8월 이란의 친라프산자니계 테헤란 타임스지는 미국과 이란과의 인질석방을 위한 간접회담이 곧 열릴 것이라고 보도한데 이어 지난 3월3일자 이란영자지 카이한 인터내셔널지는 『인질이 올여름 중반까지는 풀려날 수 있으며 미ㆍ이란 외교관계도 정상화 된다』고 밝혀 양국간에 모종의 협상이 진전되고 있음을 짐작케 했다.
이같은 예측은 폴힐의 석방이 「라프산자니의 승리」라는 지적처럼 이란의 현상황을 통해 엿볼 수도 있다.
10여년간의 고립주의와 이라크와의 8년 전쟁으로 경제파탄상태에 이른 이란으로서는 이념의 신봉보다 서방의 지원과 이에따른 「부정적」 이미지 쇄신,또 동결된 미국내 이란자산 1백20억달러의 환수가 보다 절실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최근 핵무기 개발설이 나돌고 있는 이라크의 존재도 급속한 대미관계의 개선을 부추긴 한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 이번 인질석방을 통해 중동문제 해결의 전도를 밝게 해주는 것은 시리아의 역할이다. 레바논의 3분의1을 장악한 채 회교민병대의 후견국을 자처하는 시리아가 폴힐의 석방에 앞장섰다는 점에서 앞으로 중동사태의 진전이 주목된다. 무엇보다도 시리아의 화해 제스처는 후원국이며 최대 무기공급국인 소련의 강한 입김 때문이라는 일부 지적도 고무적이다.
화해무드를 강조한 미하일ㆍ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의 신사고 외교가 유럽에 이어 분쟁지역인 중동에 이른 것이다.
이번 인질석방이 중동의 불길을 잡아가는 첫 작품이라는 분석도 이같은 배경에서 가능하다.<윤석민기자>윤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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