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두 나라의 외교접촉이 알게 모르게 상당히 부산하게 오가고 있는 것 같다. 지난 15일 한일 의원연맹 일본측 회장인 다케시타 전 일본수상이 서울에 다녀간 뒤를 이어 한국측 회장인 박태준민자당최고위원 대행이 일본으로 떠났다.이와 때를 같이 해서 한일 두 나라 지식인 2백4명이 『재일 한인의 지위는 일본사람과 같아야 한다』는 「공동제안문」을 발표했다. 이런 저런 움직임으로 봐서 재일 한국인의 법적지위문제를 둘러싼 한일 두 나라의 협상이 막바지에 접근하고 있는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
재일 한국인 3세의 법적지위문제는 내년 1월이 협상시한일뿐 아니라,노태우대통령의 일본방문과 불가피하게 연계돼 있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정치적 상황이다. 한일의원 연맹의 양쪽 회장이 잇달아 「교환방문」에 나선 것도 노대통령의 일본방문에 앞서 정치적 타결점을 찾아야 된다는 입장에서 꽤 구체적인 협상이 오가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재일동포 3세문제는 일본측이 우리측에 대한 가해자로서 지고있는 빚임을 전제로 몇가지 원칙을 다시 강조해 두고자 한다.
첫째는 23일 한일 두나라에서 발표된 「공동제안문」대로 재일 한인은 원칙적으로 일본의 「내국인」 대우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태평양전쟁이 끝난 지 45년만에야 일본의 양심적인 지식인들이 「재일 한인의 내국인대우」를 요구하는 집단적 움직임을 보였다는 사실을 뒤늦으나마 긍정적으로 평가하고자 한다.
이와 관련해서 일본정부가 지난날 군인과 군속으로 징집해간 한인의 명단을 보관해 왔다는 사실이 종전 45년만에야 밝혀졌다는 사실 새삼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은 이들에 대한 배상을 기피하기 위해 지금까지 명단보관사실을 숨겨왔었다.
따라서 우리는 일본이 우리에 대해 저지른 죄악을 분명히 「사과」하지 않고 두 나라의 우호ㆍ선린관계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해야 할 것이다. 과거 5공화국의 전두환씨가 일본을 방문했을때 일본측은 『불행했던 과거에 대해 유감의 뜻』을 말했었다. 그것이 과연 무엇을 뜻하는지 우리는 아직까지도 모르고 있다.
노대통령의 일본방문은 일본측이 당연히 해야될 재일 한국인의 「내국인대우」와,한국인에 대한 분명한 「사과」를 전제로 해서만 정당화될 수 있을 것이다.
5년뒤면 태평양정쟁이 일본의 패망으로 끝난 지도 반세기가 된다. 한일 두 나라 사이에 「과거청산」을 놓고 반세기 가깝도록 입씨름을 해야 된다는 사실에 우리는 분노보다 우려를 갖게 된다. 두 나라는 이지역의 평화를 위해 「우호ㆍ선린」해야 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는 재일동포 3세라는 실무적인 문제뿐만 아니라,일본측의 「역사왜곡」과 같은 보다 근본적인 문제도 앞으로의 과제로 제기해야 된다고 믿는다. 2차대전후 프랑스와 서독이 두 나라 교과서의 수정작업을 한 것과 같은 작업이 필요하다.
우리가 분명히 알 수있는 일본측의 「성의표시」없이 일본 「덴노」의 한국방문은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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