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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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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0.04.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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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부터 우리는 하늘을 쳐다보고 살아온 민족이다. 특히 답답할 때 더욱 그러했다. 기우제니 지우제니 하는 행사가 그 상징이라고 할만하다. 시련이 가혹하면 하늘의 뜻으로 받아들여 인종하는 체념을 익혔다. 그래서인가 현실관리가 서툴렀다. 요즘 우리는 또 하늘을 자꾸 바라보게 된다. 4월의 하늘은 심술궂다. 비도 많고 흐렸다 갰다 변덕이 심하다. 우리 현실이 하늘에 비친것 같다. ◆난국이니 위기니 하는 절박한 말을 귀에 못이 박히게 들으며 세월을 보낸다. 이젠 만성이 된 듯하나 다시 한 고비를 넘는 소리가 숨가쁘다. 민생과 경제가 좀체 늪을 벗어나지 못한다. 물가비상,증시비상,수출비상,집세비상 등 온통 「비상」투성이다. 그럼에도 하나 나아질 조짐이 안보인다. 하늘이 무심하심인가. ◆좀 가라앉은 듯한 시위가 슬슬 고개를 내민다. 4ㆍ19를 계기로 최루탄 눈물이 뿌려진다. 격렬한 노사분규가 진정되는 기미를 눈여겨 지켜보고 있는 참인데,현대중공업 노조가 부위원장 구속을 싸고 들먹인다. 공권력과의 공방이 지레 염려될 만큼 우울한 소식이다. 제발 큰 소란 없이 풀려 갔으면 얼마나 다행이겠는가. 별수 없으니 하늘을 우러러 빌어볼 따름이다. ◆이렇게 막힌 곳은 많은데 뚫으려는 노력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그나마 믿을데는 정치인데 무력 탓인지 무능때문인지 손을 쓸 엄두를 내는 것 같지가 않다. 정확하게 진맥하고 처방을 내릴 궁리는 없이 장군멍군식 싸움판만 계속 벌인다. 「큰일 났다」는 의식이 있는지 없는지조차 모를 지경이다. 고작하는 소리가 여당체질이 어떠니,중간평가를 들춰내느니 딱하기만 하다. 하늘이 무섭다. ◆우리에게 닥친 난국이니 우리가 뚫고 풀어나가야 한다. 괴롭다고 무작정 팔을 휘두르고 목청만 높일 일이 아니다. 자칫하면 해결은 커녕 일을 그르치고 만다. 국민이 정신을 차려 정신을 못차리는 정치ㆍ경제를 궤도에 오르게 밀어가야 할 것이다. 하늘만 쳐다보고 있을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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